옆 유닛 담배 냄새로 고통받는다면… 슬기로운 대처 요령

이웃 세입자 흡연으로 고통받은 아파트 세입자가 적지 않다. 아파트 금연 규정을 확인하고 관리 사무소에 적절한 민원 제기부터 해야 한다. [로이터]

금연 규정 없어도 ‘공동생활 방해행위’ 해당

흡연 정황 기록해 관리 사무소에 민원 제기

피해 세입자와 공동 대처하면 원활한 해결

“금연 아파트라고 해서 계약했는데, 담배 냄새가 끊이지 않네.” 뉴욕시에 거주하는 한 아파트 세입자의 호소다. 최근에는 담배 냄새도 모자라, 마리화나로 의심되는 냄새까지 나 이 세입자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입자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공식적으로 금연 건물이지만, 연기가 환풍구를 타고 침실, 현관, 심지어 옷장 안까지 퍼진다고 한다. 아파트 이웃 세입자의 흡연 문제로 고통을 받는 세입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없을까? 뉴욕시의 이 세입자는 끈질긴 민원 제기와 건물 관리자와 협의를 통해 다행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웃의 흡연 피해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알아본다.

▲ 금연은 ‘공동생활 방해행위’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이미 법적으로 금지된 지 오래다. 하지만 민간 아파트나 콘도 단지의 경우, 지역마다 규정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부동산 및 대마초 법안 전문 로펌 PK 보스턴의 로버트 펠레그리니 대표 변호사는 “대부분의 시정부는 공공임대주택에 금연 규정을 두고 있으며, 민간 공동주택 협회나 관리사무소 또한 대체로 금연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마리화나의 경우 주마다 법률 차이가 큰데, 현재 미국 내 24개 주가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했고 39개 주는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연방 법률상 마리화나 사용은 여전히 불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세입자나 입주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나 콘도 단지의 임대 계약서와 ‘주택소유주’(HOA) 관리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규정상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면 해당 조항을 불만 제기나 법적 대응의 핵심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동주택 규약에는 ‘금연’ 관련 내용이 ‘공동생활 방해행위(Nuisance)’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이웃에 의한 소음, 반려동물에 의한 소음, 공공 장소에 방치된 쓰레기, 반려동물 배설물 미수거 등이 공동생활 방해행위에 포함되며 흡연도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대부분의 아파트와 콘도는 실내 또는 건물 인근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규정을 갖고 있다.

해당 규정 상 담배든 마리화나든, 연기를 내뿜는 행위는 동일한 ‘흡연’으로 간주된다. ‘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주장도 금연 규정의 예외로 인정되지 않는다. 시중에 흡연 방식이 아닌 먹는 방식의 마리화나 대체제가 다양하게 판매되기 때문에, 치료를 이유로 흡연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힘들다.

▲ 흡연 정황 기록

이웃의 흡연 문제로 고통받는 세입자가 취할 조치는 연기의 출처를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엔 정확히 어느 유닛에서 연기가 나오는지 알 수 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그냥 특정 유닛을 지목하기 힘들고 그 주변 장소에서 자주 냄새가 나기도 한다. 관리사무소나 건물주, HOA, 심지어 법원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경우, 얼마나 자주 흡연 행위가 발생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땐 날짜와 시간대, 위치 등 구체적인 정황을 기록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이웃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직접 대면해 항의하는 것은 피하고, 대신 비슷한 문제로 불편을 겪는 다른 주민들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건물주나 관리 회사 측에 불만을 제기할 때, 여러 주민이 단합하면 문제 해결 과정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동생활 방해 행위’는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지장을 주는지를 따지는 문제로, 일상 생활에 방해받은 빈도가 많을수록 민원 제기나 법원 소송에서 더 설득력을 얻게 된다.

▲ ‘건물주·관리 사무소’에 민원 제기

이웃의 흡연 정황을 충분히 수집한 후에는 건물주나 관리사무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민원을 접수한 관리 사무소는 최소한 입주민 전체에게 금연 수칙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해야 한다. 만약 어느 유닛에서 연기가 나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면, 해당 유닛 거주자에게 직접 주의 공지를 보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아파트 건물 내에 공식적인 금연 규정이 없다면 관리 사무소와 상의해 ‘흡연 금지’가 아닌 ‘악취 유발 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악취 민원은 흡연 여부를 입증할 필요 없이 냄새 자체만으로 문제 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재 절차가 수월할 수 있다. 민원 제기 후에도 건물주 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법률 전문가에 문의하는 수밖에 없다. 지역별로 법률 규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공동생활 방해 행위’를 법으로 금지할 수 있다.

▲ 연방 대출 건물, 연방법 위반에 해당

관리 사무소나 건물주와의 대화로 해결이 안 될 경우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펠레그리니 변호사는 “아파트 건물이 연방 정부가 보증하는 모기지를 통해 구매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라며 “프레디 맥과 같은 연방 모기지 보증기관이 보증한 대출로 구매되거나 재융자된 아파트 건물이 상당수로, 이들 건물은 주법과 무관하게 건물 내 마리화나 흡연은 연방 규정에 위반된다”라고 설명했다.

프레디 맥의 웹사이트 중 ‘MyHome’ 항목에서는 해당 건물이 연방 보증 대출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HOA에 흡연 관련 규정이 없다면, 직접 ‘공동생활 방해 행위’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과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이같은 소송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동의하는 이웃을 최대한 확보해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 흡연 의심 건물은 피해야

새 아파트를 찾을 계획이라면, 계약 전 반드시 해당 건물의 금연 관련 규정과 관리 사무소 측의 규정 집행 방식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흡연자 또는 대마초 사용자 거주가 의심되는 건물의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이 의심되는 건물은 몇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집을 보러 갔을 때 주의해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누런 천장: 벽은 하얗지만, 천장이 누렇다면 전 거주자가 흡연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실내 흡연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천장은 가장 자국이 뚜렷하게 남는 공간이다. 대부분 주택 천장이 흰색 페인트로 마감돼 있어, 담배 연기와 타르 성분에 오래 노출될 경우 누렇게 변색되거나 갈색 얼룩이 생기기 쉽다.

▶흡연 냄새: 실내에서 특유의 담배 냄새가 느껴진다면, 전 거주자의 흡연이 의심된다. 눈에 보이는 흡연 흔적은 페인트나 청소로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흡연 냄새는 입자가 실내 공기와 표면 곳곳에 깊숙이 남아 장기간 잔존하는 특성이 있다. 냄새 입자는 천, 벽지, 카펫, 커튼 등 다공성 소재에 잘 흡착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향제나 환기만으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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