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없는 한인 입양인들 “하루하루가 고통”

기사내용과 무관[로이터]

▶ 미 국적 찾기 컨퍼런스
▶ 법적 허점 속 시민권 없는 피해 입양인들 생생한 증언

▶ 시민권 법안도 수차례 좌절
▶ “한국 정부도 구제책 지원”

“한국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가정에 입양돼 미국에 왔습니다. 성인이 돼서야 제가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됐죠. 미국인이라면 마땅히 누려할 사회복지 혜택이 제한돼 있어 하루하루의 제 삶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한인 입양인 에밀리 워넥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반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유아기 때 미국으로 온 한인 입양인 1만8,000여명이 추방 위기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 나온 가운데 지난 15일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미서부 퍼시픽 LA지부(회장 카니 백)와 미주한인유권자연대(대표 김동석)이 공동주최하고, 본보가 미디어 후원한 ‘입양인들에게 미국 국적 찾아주기’ 컨퍼런스에서 무국적 한인 입양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쏟아졌다.

재외동포청이 공개한 ‘미국 내 시민권 미취득 해외입양 동포’ 용역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미국 내 무국적 한인 입양인 수는 1만7,547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1955년부터 2015년 사이 미국에 입양된 11만2,000여명의 한인 입양인 중에서 시민권 없는 입양인이 속출했던 까닭은 양부모가 입양 자녀를 위한 시민권 취득 절차를 몰랐거나 파양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시민권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 연방의회를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을 거쳐 지난 2001년 2월부터 시행된 ‘입양아 시민권 법안’(Child Citizenship ACT)은 18세 미만 미성년 입양 자녀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법안 시행 당시 성인이었던 1983년 이전 출생자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적지 않은 입양인들이 사실상 불법체류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LA 입양인회(APLA) 드미카 그레코 회장은 “16세 때 한국에서 열리는 해외 입양인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여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시민권자가 아니라 사실을 처음 알게 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한인 입양인들은 또 “적지 않은 입양인들이 이미 한국으로 추방됐는데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었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정치 컨설턴트로 이날 발제를 맡은 장성관씨(원보트 코얼리션 대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매 회기마다 시민권이 없는 무국적 입양인들을 구제하려는 법안(Adoptee Citizenship Act)이 연방 의회에 상정되고 있지만 의원들의 이해 부족으로 번번히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연방 의회에 상정된 법안 중 실제 입법화될 가능성이 1.42%에 불과한 실정에서 공화와 민주 양당에서 최소한 100명씩의 의원들이 동참해야 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무국적 입양인 문제는 이민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도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한인들이 한명이라도 거주하는 지역의 의원들에게 전화와 이메일, 방문 등을 통해 이들 입양인들이 처한 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석호 캘리포니아 주상원의원은 자신이 주하원 의원 시절에 발의해 지난 2019년 시행된 ‘입양아 합법 체류신분 부여 법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법안의 요지는 해외 입양아에 대해 양부모가 시민권 취득 요건인 부모-자녀 관계 성립 절차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입양 진행 기관이 입국 후 90일 이내에 관련 절차를 완료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LA 총영사관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한국 정부가 무국적 입양인들이 체포 또는 추방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각 부처 차원에서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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