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황금기일까 ‘도금(鍍金)기’일까

트럼프가 꿈꾸는 ‘매킨리 시대’ 
실상은 불평등·부패의 ‘도금기’
트럼프 2기, ‘정책 교정’ 작동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기(Golden Age)’가 이제 막 다시 시작했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다시 “번영(flourish)할 것이고 전 세계의 존경(respect)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의 머릿속에 미국의 황금기는 언제였을까. 추론의 영역이지만 아마도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 제국주의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로 여겨진다. 대체로 미국의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의 임기와 겹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위대한 대통령” 매킨리가 관세를 이용해 미국 경제를 부흥시켰다고 언급하며 그를 “관세 왕(tariff king)”이라고 칭송했다. 알래스카주에 있는 미국 최고봉 ‘디날리’를 옛 이름인 ‘매킨리 산’으로 다시 명명하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니, 트럼프의 매킨리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매킨리 대통령 시절이 정말 미국의 황금기였을까.

19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던 소설가이자 비평가였던 마크 트웨인은 당시의 미국을 “도금시대(Gilded Age)”라고 부르며 시대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제성장에 겉은 황금처럼 화려해 보였지만 ‘도금’을 벗겨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부패가 만연했던 시기라고 꼬집었다. 트웨인은 매킨리의 제국주의 행태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매킨리가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로 복속시켰을 때, 제국주의 팽창정책이 미국의 건국 이념과 가치를 훼손했고, 국제여론에 악영향을 끼쳐 미국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질타했다.

황금기라는 용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시기를 지칭하는 주관적인 표현이다. 그렇지만 미국 역사를 연구하는 다수의 학자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후반까지가 미국의 황금기였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균등한 생활 수준 향상과 중산층의 확대로 이어졌으며, 소수 인종과 저소득층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배려가 두드러졌던 시기였다. 기술혁신과 문화 부흥으로 삶은 한층 더 윤택해졌으며,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이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 질서를 구축해 선도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GATT(관세 무역 일반협정)를 주도해 국제 자유 통상 질서의 기틀을 닦고, 동맹을 활용한 ‘힘을 통한 평화’ 전략으로 추후 냉전을 자유 진영의 승리로 이끌었다. 그 후 미국이 표방해 온 자유·민주·인권·법치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이 공들여 구축해 관리하던 질서를 앞장서 붕괴시키고 있다. 외교 정책의 시계를 19세기 말로 다시 돌려 세계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고 있다. 영토 팽창주의 정책은 시대착오적이고 소탐대실의 전형으로 결국 미국의 국제적 위상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 정책은 또 어떤가. 트럼프 2기는 저소득층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 탄생했지만, 일론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권력을 거머쥐고 휘두르는 ‘금권정치(Plutocracy)’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부작용은 결국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 왕으로 칭송한 매킨리는 1890년, 수입품 대부분에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매킨리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해 입안했으나,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을 초래하여 189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큰 패배를 겪고 말았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몇 년 후 미국 의회는 관세율을 낮추는 ‘윌슨-고먼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만약 이러한 정책 교정 기능이 트럼프 2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미국의 ‘황금기’는커녕 ‘도금기’를 만들기도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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