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러데이 블루 … 연말되면 우울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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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는 연말이면 오히려 우울하고 외로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은 기분 좋게 쇼핑을 하는데 돈이 없어 선물 사기도 힘든 내 처지에 위축되고 우울해지는 겁니다.

남들은 가족 모임, 연인과의 데이트, 친구나 동창과의 송년회로 바쁜데 나는 만날 사람도 없고 소외되는 것 같고 유독 외롭고요. 상대적 박탈감 마저 들기도 하죠. 쇼핑, 모임에 들어가는 지출이 부담스럽고 사람들의 시선, 기대에 압박감마저 들어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합니다. 모임을 준비하고 모임에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치고요.

그러다 보니 크리스마스 캐럴도 듣기 싫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외출하기도 싫어집니다. 부질없고 한탄만 나옵니다. 식욕도 없고 어쩌다 먹으면 소화도 안되고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피곤하고요. 반대로 집에 틀어박혀 폭식을 하거나 잠만 잘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피곤, 피로가 가시지 않고요. 매사 예민해지고 괜히 짜증만 나고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불쑥 불안 또는 우울이 찾아옵니다. 한편으로는 ‘올해도 벌써 다 갔네’ 하는 허무함, ‘새해엔 뭘 해야 하지’ 하는 불안감이 들고요.

바로 ‘할러데이 블루(Holiday Blues)’입니다. 할러데이 블루는 연말연시면 드는 일시적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말합니다. 할러데이에는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압박이 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미국 심리 학회(APA)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44%, 남성의 33%가 이 기간 스트레스, 피로감,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할러데이 블루가 나타나면 평소엔 괜찮았는데 이때만 되면 괜히 슬프고 우울감 등이 듭니다. 기존에 우울 장애 등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던 환자는 증상이 심해져 힘들어하고요. 전미정신건강연합(NAMI)에 따르면 정신 건강 환자의 64%가 이 기간 증상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악화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할러데이 블루는 정신의학이나 임상심리학적 정식 진단명은 아닙니다. ‘계절성 정서 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와 비슷한 증상입니다. 할러데이 블루와 계절성 정서 장애는 특정 시기에 나타나고 증상도 비슷해 같다고 생각하지 쉽지만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계절성 정서 장애 일광 시간에 영향을 받으며 계절이 바뀔 때 나타나는 우울감, 공허감, 절망감, 비관적인 생각 등의 변화입니다. 반면 할러데이 블루는 일년 중 특정 기간, 예를 들어 연말연시, 공휴일 및 연휴, 방학과 개학, 휴가철 같은 계절적 변화에 따른 예측 가능한 학교나 직장에서의 일정, 가족 방문 전후, 한국으로 치면 명절 등, 에 나타납니다.

할러데이 블루는 보통 스트레스, 고민, 부담감, 압박감 등에서 옵니다. 또는 과거 이 기간 함께 보냈던 이의 죽음 등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거나 이때 겪었던 안 좋은 기억이 할러데이 블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할러데이 블루를 슬기롭게 넘기는 방법은 없을까요.

연말이면 기쁘고 좋아야 한다는 주변 분위기에 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을 내려놓으면 됩니다. 억지로 즐거워하지 않아도, 행복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만 우울하고 외로운 건 아니구나, 스스로 위로해도 됩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각각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고 마냥 행복한 것 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물, 모임이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되고요. 쇼핑이나 모임 등 무리해서 하기보다는 내 상황, 현실에 맞게 조절해 계획하고 준비하면 됩니다. 걱정만 하지 말고 가족, 친구와 대화를 통해 심적 부담을 덜면 스트레스도, 할러데이 블루도 덜할 것입니다.

거절해도 됩니다. 선물에 대한 가족, 지인의 기대가 크다고 해서 다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내 경제적 상황에 맞게 준비하면 됩니다. 수많은 모임이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라면 때로는 ‘노(No)’라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 싱글들은 이 기간 부쩍 외로워하고 우울해 하죠. 하지만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기분이나 감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가길 하염 없이 기다리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현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할러데이 블루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연말, 연시가 지나면 대부분 우울, 불안의 감정이 사라집니다. 다만, 이 기간 우울감, 외로움, 고립감, 무기력감 등을 떨쳐버리기 위해 술에 의존하기도 하는데 이는 조심해야 합니다. 또 이런 감정이 할러데이 시즌이 지나고도 계속 지속되고 심해지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합니다. 우울 장애 등 다른 정신 건강 장애에 대한 위험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2월입니다.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안전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문의: (213)235-1210

<서경준 임상 심리상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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