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난제’와 백악관의 두 여인

바이든 대통령 부부

캐슬린 파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올해 미국 독립기념일은 썰렁하게 지나갔다. 사방을 둘러봐도 축하할만한 일이 없다. 민주주의는 경매장에 매물로 나왔고, 두 명의 대통령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사상 최악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으며, 대체 시나리오는 혼란과 종말의 날(doomsday) 사이를 오간다.

이렇듯 유동적인 상황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일일이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TV 토론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새삼스레 대두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장애 논란부터 짚어보자.

민주당 진영은 토론 이전 바이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전혀 몰랐던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세 번째 대권에 도전했던 2020년에도 바이든의 상태는 완벽하지 않았다.

지난주 토론 이후 백악관 공보팀은 바이든의 참패 원인을 감기 탓으로 돌렸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공보팀은 “2주전 유럽여행을 다녀온 대통령이 시차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물론 둘 다 사실이 아니다. TV 토론 시청자들은 바이든의 불안정한 상태를 똑똑히 봤다. 그는 토론회장의 주변상황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했고, 답변을 할 때도 알아듣기 힘들 만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토론을 마친 후 대통령과 영부인이 기자들 및 민주당 지지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는 보기 민망하다.

마이크를 잡은 질 바이든 여사가 남편을 바라보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어르듯 “답변을 정확하게 잘했다”고 추켜올리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회의실 한 구석에 서있던 대통령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어 관중을 향해 돌아선 질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는 오늘 무엇을 했느냐”고 물은 뒤 “거짓말만 늘어놓았다”고 스스로 답했다. 그녀에게도 멋적고 어색한 순간이었다.

질 바이든은 2021년 남편을 따라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지금 그녀는 남편의 대선 후보직 사퇴를 극구 만류하고 있다.

고령에 덜미를 잡힌 남편과 함께 델라웨어로 낙향하길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녀가 마주한 현실이다. 남편은 이미 나이에 사로잡혔다.

우아한 백악관 관저, 입안의 혀처럼 움직이는 스탭과 스타일리스트, 유명 잡지의 표지사진 등 영부인에게 주어지는 지위와 특권을 마감하는 자정의 종소리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신데렐라’는 한시적 지위를 잃은 모든 영부인들을 위한 이야기다.

이제 트럼프 진영으로 가보자. 최근 중범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는 TV 토론에서 바이든에 비해 선전했다.

팩트체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보다 훨씬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 정신이 또렸했고, 비교적 절제된 모습이었다.

이전과 달리 거친 입의 수위를 조절하는 대신 상대를 세차게 몰아세우며 전과 다름없이 뒷골목 불한당의 면목을 과시했다.

카말라 D.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의사표현이 매끄럽지 않다. 치렁치렁한 문어체인 해리스의 난해한 연설을 듣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역이다.

그녀는 죽은 자들과의 대화 모임을 인도하는 심령술사의 말투를 구사한다. 일반인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하워드 대학에서 한 연설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본인은, 이미 여러분들이 숱한 훌륭한 지도자들에게서 들었듯, 매 순간, 그리고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존재하고 현존하는 이 순간을 직시하고, 그것을 개념화하며, 우리가 존재하는 역사 속의 바로 이 순간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 과거는 물론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가는가?

토론 참패의 후폭풍에 휘말린 바이든이 자신의 거취를 저울질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티켓이 해리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리스를 대통령답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토론 참패 이후 두 차례 TV에 출연해 미리 준비된 성명을 발표한 후 급히 자리를 떴다. 형이상학적 언어를 선호하는 그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백악관이 통제에 나선 것이다.

이 나라를 위해, 필자는 해리스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의 소유자이길 바란다. 또한 대통령의 품위가 조금이라도 덜 손상된 상태에서 고령의 바이든을 델라웨어의 고향집으로 모시고 싶다.

그러나 ‘해리스가 나섰음에도’가 아니라 바로 ‘해리스 때문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힘들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타운뉴스

최신 뉴스

애플, AI파트너로 구글 제미나이 낙점…구글 시총 4조달러 돌파

애플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반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했습니다. 양사는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

서울시내버스 오늘 첫차부터 무기한 파업…추위속 교통대란 우려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13일 첫차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출퇴근길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3일 새벽 1시 ...

돌싱녀는 “밥보다 ‘이것’ 원해요”…재혼 고민 돌싱, 가장 듣고 싶은 프러포즈

재혼을 고민하는 이혼 경험자들이 미래 배우자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로 현실적인 바람이 담긴 프러포즈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

[속보]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비위 의혹’ 김병기 제명 결정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각종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습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

머스크·英정부 ‘AI 음란물’ 두고 정면충돌…”표현의 자유” vs “성 착취물”

억만장자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딥페이크 음란물 규제에 나선 영국 정부를 향해 “파시스트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머스크는 11일 현지시간 자신의 SNS ...

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연관기사]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서울경제]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대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

코로나보다 전파력 6배 강한 ‘홍역’에 난리 난 미국…3일 만에 100명 걸렸다 ‘비상’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회의론 속에 미국에서 홍역이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기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홍역 ...

“핵전쟁 임박 신호?”…51년 만에 뜬 美 ‘종말의 날’ 비행기에 전 세계 공포 확산

미국의 핵전쟁 대비 공중지휘통제기 ‘E-4B 나이트워치’가 돌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LA타임스에 따르면 미 공군 E-4B 나이트워치는 ...

미네소타 시위 확산에 美 강경 대응… 요원 추가 파견·의원들 방문권도 차단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자 연방정부가 강경 대응에 ...

ICE 총격 사건 옹호한 포틀랜드 경찰관, 직무에서 배제 논란…

연방 요원의 시민 사살을 옹호한 포틀랜드 경찰관 발언이 공개되며 지역사회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포틀랜드 경찰관이 미네소타 ICE 요원의 ...

히잡 벗고 지도자 사진 태워 ‘담뱃불’로… 이란 여성 ‘저항 상징’ 떠오른 그 영상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을 불태워 담배를 피우는 한 여성 영상이 '저항의 상징'으로 ...

내 개인정보 모두 다크웹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

최근 개인정보가 다크웹에 유출됐다는 통보를 심심치 않게 받게 된다. 은행이나 개인정보 보안 모니터링 서비스에서 이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면, 나만의 문제가 ...

“집 앞까지 내려온 코요테, 반려견 노린다…주민 불안 고조”

남가주 주택가 곳곳에서 코요테 공격으로 반려견이 숨지는 등 야생동물 침입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남가주 주택가에서 코요테 출몰이 급증하면서 주민 안전 우려가 ...

“모기지 금리 인하 위해 2,000억달러 투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책모기지기관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 매입을 지시했다. 정부는 ...

LA통합교육구 개학과 함께 스마트폰 전면 금지 시작

캘리포니아 공립학교들이 스마트폰 완전 차단에 나서며 교육 현장의 디지털 의존도를 끊어내는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 LA통합교육구를 비롯한 공립학교들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면서 ...

더욱 건강한 새해 위한 시니어 생활 ‘웰빙 실천’ 습관 7가지

워싱턴포스트(WP)의 웰빙(Well+Being) 팀은 매일 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적 조언을 공유한다. 우리는 영양, 운동, 인지, 정신 건강, 수면과 같은 주제에 대해 ...

“집값보다 무서운 유지비”… 올해도 재산세·보험료↑

고정 금리라는 안락한 방패 뒤에 숨어있던 ‘재산세와 보험료’라는 복병이 마침내 가계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한때 내 집 마련의 예측 가능성을 ...

LA 한인 유치원, 아동 성추행 의혹 소송 휘말려…학부모 “신고 대신 회유”

LA 한인타운 유치원에서 4세 여아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원장이 경찰 신고 대신 가해 교사와 피해 아동의 직접 대면을 제안해 논란이 ...

“한인 프리스쿨서 4세 여아 성추행 피해” 주장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 운영 프리스쿨에서 4세 여아가 교사로부터 성적으로 부적절한 접촉을 당했다는 주장을 담은 민사소송이 LA 법원에 제기됐다고 온라인 ...

재외국민 4분의 1이 노인 ‘초고령 사회’

재외국민 사회의 노인 인구 비율이 집계 이래 처음으로 25%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외국민 사회의 늙어가는 속도는 전체 한국 사회보다 가파른 ...

새해 통신·구독료 줄이자… 휴대전화·인터넷 요금 점검부터

각종 요금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지만 시간을 내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요금이 오르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따라서 올해 결심으로 통신비와 각종 ...

LA 한인타운 가로등 ‘암흑 지대’… 느슨한 치안 틈타 구리선 절도 기승

구리선 절도가 연쇄 발생하며 LA 한인타운 밤거리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LA 한인타운 일대 가로등이 구리선 절도로 연쇄 피해를 입고 ...

H-1B 비자 등 최대 3천달러 육박… 이민 신청 급행 수수료 또 오른다

미국 취업·유학 비자 급행 처리비가 3천 달러 근처까지 치솟으며 외국인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이민서비스국이 주요 취업 비자와 유학생 ...

트럼프 “이민자 시민권도 박탈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 박탈을 기존 대비 180배 늘리겠다는 강경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자에 대한 대대적 박탈 ...

LA, 성매매 근절 총력전…감시카메라·차량 압수까지 동원

LA 당국이 감시카메라와 차량 압수까지 동원해 성매매 단속에 총력전을 선포했습니다. LA 당국이 길거리 매춘과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강화하고 ...

트럼프의 그린란드 장악 위협에 영국이 병력 배치 검토

트럼프의 그린란드 군사 위협이 나토 내부 균열을 부르자, 영국이 동맹 붕괴를 막는 중재자 역할에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

[속보]트럼프, 이란 유혈 진압 속 군사 공격 검토

이란 반정부 시위 진압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옵션 검토와 이란의 선제공격 경고가 맞부딪히며 중동 전역이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

트럼프, 오바마케어 보조금 법안 거부권 위협

트럼프의 거부권 경고로 2천만 명 건강보험료 폭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강화 보조금 3년 연장 ...

LA에서 트럭이 시위대로 돌진,이란 정권 규탄 시위 세계 곳곳으로 확산

이란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권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1일, 미국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

“혹시 내가 암인가?”…40대 넘으면 급증한다는 ‘이것’, 전문가 말하는 위험 신호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암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용종은 비교적 흔히 발견되는 소견 중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