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효교수의 한국사람 사는 이야기
제가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레포트를 볼 때마다 늘 생각합니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AI를 활용했을까…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평가를 해야 하나…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교육자들이 요즘 같은 생각일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AI와 함께 성장하는 세대, 교육은 무엇을 바꿔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질문을 던질 때 책보다 먼저 AI를 열고, 숙제를 하다 막히면 검색창 대신 대화창에 말을 겁니다. “이거 어떻게 풀어?” 어른들이 보기엔 조금 불안한 장면일 수 있어 여전히 많은 교육 현장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AI 사용은 금지입니다.”하지만 과연 이 방식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선택일까요?
AI는 이미 아이들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고, 문제는 AI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AI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그럼에도 교육은 여전히 ‘통제’와 ‘차단’에 머물러 있습니다. 계산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인터넷이 교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우리는 비슷한 논쟁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기술은 사라지지 않았고, 교육은 뒤늦게 방향을 바꿨으며, AI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AI 이전 세대’가 아닙니다. AI와 함께 태어나고, 함께 성장하는 세대입니다.이들에게 AI를 금지하는 것은 마치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는 아이에게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피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지식 전달 중심 교육에서 질문 중심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AI는 이미 웬만한 지식은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더 이상 ‘외워서 쓰는 능력’은 인간의 경쟁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물어볼지 아는 능력, 그리고 나온 답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힘입니다. AI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아이는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고, 교육은 그 질문의 질을 키워줘야 합니다.
다음으로 정답을 찾는 수업에서 사고 과정을 보는 수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AI를 쓰면 결과물은 빨리 나오지만, 그 결과를 그대로 제출하는 아이와, AI의 답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아이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제 평가의 기준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과 판단이어야 합니다. “왜 이 답이 나왔는가?”,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가?”를 묻는 수업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AI를 ‘부정행위 도구’가 아니라 ‘학습 파트너’로 인식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AI를 쓰고 있습니다. 몰래 쓰게 만들 것인가, 공개적으로 잘 쓰게 가르칠 것인가. 답은 분명합니다. AI는 계산기처럼, 사전처럼, 참고서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어디까지 도움을 받고, 어디서부터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지의 경계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입니다.
사실 AI는 교육을 위협하는 존재라기보다, 교육의 허상을 드러내는 거울에 가깝습니다. 정답 위주의 시험, 암기 중심의 평가, 형식만 남은 과제들이 AI 앞에서 무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문제라기보다, AI로 쉽게 대체되는 교육 방식이 문제인 셈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AI를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때로는 틀린 답을 준다는 것도.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그 사실을 숨기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묻는 것입니다.
“이 답, 정말 맞을까?”, “너라면 어떻게 생각해?”AI와 함께 성장하는 세대에게 필요한 교육은 ‘통제의 교육’이 아니고, 판단하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입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생각하는 능력은 가르치지 않으면 자라지 않습니다.즉, AI 시대의 교육은 결국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AI를 쓰지 못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AI보다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 이제 교육이 바뀔 차례입니다.
이지효 문화 콘텐츠학 박사,한국 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jihyol@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