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유권자들이 초고액 상속에 50% 세금을 매기려던 국민투표를 압도적인 표 차로 부결시키면서, 부자 과세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상속·증여 자산이 5천만 스위스프랑, 우리 돈 약 7천억 원을 넘으면 절반을 세금으로 내도록 한 이 안은, “부의 재분배”를 앞세운 좌파 청년 조직의 강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최대 쟁점은 ‘부자 엑소더스’였습니다. 스위스 정부와 주류 정당, 재계는 초고액 상속세가 도입되면 초부유층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기업 본사와 투자도 함께 빠져나가 결국 일자리와 세수가 동시에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오너와 자산가들이 공언 수준의 “법안 통과 시 해외 이전”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증세는 오히려 복지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스위스는 이미 주(칸톤) 단위의 부(富)세를 통해 자산에 세금을 매기고 있는 대표적인 ‘부자 친화 국가’입니다. 인구 대비 억만장자 비율이 서유럽 평균을 크게 웃돌고, 상위 300명 부호가 천조 원이 넘는 자산을 쥐고 있는 만큼, 상속분의 절반을 떼어가는 연방 차원의 상속세까지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위스, 초고액 상속세 국민투표서 압도적 부결
이번 결정은 유럽 각국의 부자 과세 흐름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고액 자산에 대한 연간 부유세를 유지·강화했다가 부자들의 해외 이주가 늘어났다는 논란을 겪고 있고, 프랑스도 과거 부유세로 자본 유출과 성장 둔화를 경험한 뒤 제도를 후퇴시킨 바 있습니다. 반면 영국과 이탈리아 등은 부유층 유치를 위한 세제 특례를 조정하면서, 어느 수준까지 과세를 강화할 것인지 저마다 다른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국제 논의는 캘리포니아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집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순자산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 이상 억만장자의 재산 5%를 일회성으로 걷어 저소득층 의료·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민투표 발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식·채권·지적재산권·미술품·차량 등 대부분의 자산이 과세 대상이며, 약 200명 안팎의 초부유층에게서 최대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세수를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부자 엑소더스 우려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상위 1%가 주 세수의 3분의 1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높은 자산세가 현실화될 경우 부유층이 텍사스·플로리다 등 저세율 주로 떠나 세수 기반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와 주요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공개적으로 신중론을 펴고 있어, 과세 강화와 투자·고용 유치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스위스 사례는 ‘부자에게 더 걷자’는 명분만으로는 유권자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캘리포니아와 주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초고액 자산을 정조준한 세금이 자칫 기업 이전과 고소득 인구 유출을 부를 경우, 단기 세수 확대보다 장기적인 성장·일자리·사회안정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힙니다. 캘리포니아가 스위스의 ‘부유세 부결’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세 정의와 투자 경쟁력, 복지 지속 가능성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