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은 경기 성남 대장동 아파트 건설 비리 의혹으로 출발했다. 2021년 정치권에서 알음알음 나돌 때만 해도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 공론화에 부정적이었다.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로 점쳐진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할 좋은 소재였지만, 대장동 사업 속사정을 알 만한 사람들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정부이던 2010년 LH가 당초 공영개발로 추진된 사업을 돌연 포기하면서 민간 개발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개발 인·허가가 박근혜 정권이던 2015년 본격 이뤄진 점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한마디로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기류였다.
대장동 사건 성격을 정치 비리로 바꾼 건 더불어민주당 쪽이었다. 2021년 8월 말 한 지역 경제지에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칼럼이 나간 후 전국적 이슈가 됐다. 이낙연 전 총리 측의 ‘정치 공작’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 전 총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남평오 당시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실장은 “대장동 최초 제보자는 나”라며 2023년 12월 뒤늦게 밝혔다.
문재인 정부 검찰의 1차 수사로 대장동 사건은 법조 비리 성격이 더해졌다.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기로 한 ‘50억 클럽’에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특별검사 이름이 올랐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7년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벌금 5,000만 원을 각각 1심에서 선고받았다. 화천대유에서 일한 박 전 특검 딸이 11억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받고, 곽 전 수석 아들이 50억 원을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대장동 사건은 ‘정치 탄압’ ‘정적 죽이기’ 논란의 대상이었다. 검찰은 2차 수사를 통해 이 대통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언론 탄압’ 도구로도 변질됐다. 검찰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윤석열 당시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대장동 브로커를 봐줬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1년 9개월간 강제수사를 이어가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대장동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변하지 않았는데 사건 성격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권력의 부침에 따라 달라졌다. 4년 만에 법원 1심 판결이 나 대장동 사건은 이제 ‘정치 외압’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지침을 준 바 없다”는 법무부와 “항소 포기 선택지를 제시받았다”는 검찰 설명이 엇갈린다. 여전히 우리 형사사법제도, 법치주의 토대가 단단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무분별한 항소 관행을 자제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이 일 게 뻔한 데 하필 대장동 사건을 첫 대상으로 삼아야 했는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검사가 되지도 않는 걸 기소하고, 무죄 판결이 나면 항소·상고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며 법개정을 주문한 마당이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장동 사건은 ‘검찰 조작 수사’라고 규정한 만큼 더더욱 자제했어야 한다. 법치주의는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순간 무너진다고 한다. 선의를 앞세우는 정부·여당의 모습이 우려되는 이유다. 대장동 사건이 다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검찰은, 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을 위한 정의 실현인가, 권력의 안위를 위한 편의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