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상사태’로 주택난 해결… 트럼프 행정부 검토 중

국가 주택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연방 정부 토지 주택 건설용 전환, 지방 정부 용도 제한 변경 등을 통해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이터]

연방 소유 토지 주택용 전환

지방 정부 ‘조닝’ 변경 압박

‘클로징 비용·다운페이’ 보조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작년 첫 주택 구매자의 비중이 불과 24%에 그쳤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극도로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2~3%대의 낮은 이자율을 집을 산 사람들이, 그동안 이자율이 너무 올라 이사를 하고 싶어도 집을 팔지 못해서 발생한 현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언급해 향후 대책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임을 시사했다. 만약 이번 조치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첫 구매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 ‘국가 주택 비상사태란’(National Housing Emergency)?

국가 주택 비상사태 선포는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약 80년 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심각한 주택 부족에 직면했던 해리 트루먼 행정부 때였다. 당시 전쟁으로 인해 민간 주택 건설은 국방 산업 우선 조치로 중단됐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귀환한 참전용사들에 의한 주택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와 그에 따른 특별 권한을 활용해 주택 건설을 가속화하고 임대 지원을 확대했으며, 위기 해소를 위한 신축 방법 연구 자금까지 지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권한을 활용해 위기에 대응할지는 불확실하며, 이러한 조치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국가 주택 비상사태 선포는 트럼프 행정부에 정상 절차 대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지만, 그만큼 논란도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국가적 비상사태로 간주되지만, 당시에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아닌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통해 대응한 바 있다.

■ 첫 주택 구매자에게 도움될 5가지 예상 조치

첫 주택 구매자의 최대 난관은 주거비 부담이다. 기존 주택 보유로 인한 자산(에퀴티)이 없는 경우 크레딧 점수가 양호해도 모기지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다운페이먼트 등 높은 초기 비용 부담에 주택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주택 구입 여력’(Affordability) 문제는 모기지 대출 자격뿐만 아니라, 약 400만 채에 달하는 주택 공급 부족과 높은 모기지 이자율, 인프라 문제 등 복합적 요인들을 해결해야만 가능하다. ‘국가 주택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첫 주택 구매자를 도울 수 있는 예상 조치 등을 살펴본다.

■ 연방정부 소유 토지, 주택 건설용으로 전환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제안한 방안 중 하나는 연방정부 보유 토지를 민간 주택 건설용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국토관리국’(BLM)이 소유한 약 850평방 마일 규모의 토지를 경매에 부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는 최대 300만 채의 신규 주택 건설이 가능한 면적이다. 서부 및 남서부 지역은 토지가 넓지만 집값이 높은 지역이 많아, 이런 조치가 실질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의 효과가 지역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해나 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방 토지를 일부 서부 도시 인근에 개방하는 것은 주택 공급을 조금 늘릴 수는 있겠지만, 국가적 차원의 주거비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연방 토지는 일자리 중심지와 거리가 멀고, 도로·전기·상하수도 등 기본 인프라도 부족해 고밀도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지방 정부 ‘조닝’ 변경 압박

일부 주거 정책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연방정부가 지방 정부의 ‘용도지역제’(Zoning) 개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도시 또는 카운티 등 지방정부가 주택 용도 구역을 설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가 주택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에 보다 저렴한 형태의 주택을 허용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운하우스, 듀플렉스(2세대 주택), ‘부속 주택’(ADU)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을 지방정부가 허용하도록 연방정부가 유도한다면, 저렴한 주거 옵션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스타터 홈’(초기 구매자용 주택) 가격이 100만 달러에 달하는 지역도 많다. 이는 대형 부지 의무화, 다가구 주택 금지, 건물 높이 제한 등의 규제로 인해 저렴한 주택 공급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표준형 용도지역제’를 도입하면 중저가 단독 및 다세대 주택 건축을 합법화하고, 최소 대지 면적 요건을 완화해 신규 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클로징 비용’ 인하

모기지 대출 자격을 갖추고, 다운페이먼트까지 준비된 첫 주택 구매자라도 ‘마감 비용’(Closing Costs) 부족으로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마감 비용은 주택 구매가액의 2~5% 수준으로, 다운페이먼트 외에 감정, 홈인스펙션, 이사 비용 등과 함께 첫 주택 구매자에게 상당한 비용 부담이다.

국가 주택 비상사태가 선포로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 마감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수료 면제, 직접 보조금 지급, 특정 거래 비용 상한제 도입 등이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트루먼 행정부가 주택 위기 대응책으로 유사한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 모기지 이자율 인하

높은 모기지 이자율은 첫 주택 구매자뿐 아니라 기존 주택 보유자에게도 주택 구매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모기지 이자율을 직접 설정하지는 않지만, 국가 주택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모기지 인하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은 커질 수 있다. 모기지 이자율은 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에 연동되므로,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모기지 대출 이자율이 곧바로 떨어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 다운페이먼트 보조

보다 직접적인 연방정부 개입책으로는 다운페이먼트 지원이 있다. 이는 초기 현금 부담으로 인해 주택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가장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은 바로 다운페이먼트 보조를 꼽고 있다. 많은 첫 주택 구매자들이 월별 모기지 페이먼트 상환은 가능하지만,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지 못해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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