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백열’(松茂柏悅)

달러 지폐[로이터]

세상의 거의 모든 관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변하게 된다. 우정 또한 그렇다. 특히 친구들 사이에 경제적인 능력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벌어지게 되면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곤 한다.

오랜 세월 우정을 나눠온 학교 동기들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은 아주 흔하게 관찰된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저런 형편이 달라지면 친소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감정적으로 약간 불편하게 되거나 서먹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계전문가로 뉴욕타임스에 기고하는 크리스틴 웡은 “성인들 사이의 우정을 지속시키기란 그리 쉽지 않다”고 말한다. 서로의 바쁜 스케줄과 우선순위의 상충 등으로 친구들과의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히 돈이 관련된 경우 우정은 한층 더 복잡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친구들 사이의 경제적 차이가 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같이 만나 술을 마시고 외식을 한다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할 때 한 친구의 경제적 능력이 다른 친구보다 훨씬 여유로울 경우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재정관련 심리문제 상담가인 에이자 에반스는 “돈은 종종 많은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오해를 사거나 판단을 받지 않을까, 혹은 거부당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경제적 차이가 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실이며, 특히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를 자신의 가치로 여기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그렇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돈 혹은 경제적·사회적 능력과 우정의 관계를 여러 표현들로 진단하고 있지만 결국 이것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자존심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영국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책 ‘불안’에서 “우리는 같은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더 선망하고,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 더 질투한다”며 “가까운 친구의 성공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이것을 심리학자 아브라함 테서는 ‘자기평가 유지 모델’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그가 사용하는 기준은 ‘친밀도’과 ‘관여도’이다. ‘친밀도’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적 농도를 뜻하고 ‘관여도’는 가장 큰 가치를 두는 분야가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가령 한사람은 사업을 하고 다른 친구는 글 쓰는 일을 한다면 상대 친구의 자기분야에서의 성공은 나에게도 기쁨과 자긍심을 안겨준다. 둘 사이의 친밀도는 높고 나와의 관여도는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상대 친구가 더 큰 성공을 거둔다면 높은 친밀도는 오히려 부정적 감정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질투와 좌절감은 자신의 가치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런 비교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쉽게 이뤄진다. 상대의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적으로도 훨씬 좋은 상황일 경우 부러움과 질투심이 고개를 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인간의 보편적 속성이다.

엣 성현들은 친구의 성공을 진심에서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해주는 진정한 우정을 귀하게 여겼다. ‘송무백열’(松茂柏悅)은 그런 진정한 우정을 일컫는 표현들 가운데 하나이다. “소나무의 무성함을 보고 그 옆의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중국 진나라 때 육기가 쓴 시에 나오는 표현으로 친구가 출세하고 잘되는 것을 보면서 기뻐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고 있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항상 푸른빛을 잃지 않고 생김새도 비슷해 오래 전부터 가까운 친구 사이를 나타낼 때 자주 사용돼 왔다.

7월 30일은 사람과 나라, 그리고 문화 사이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국제 우정의 날’(International Friendship Day). 이날을 앞두고 진정한 우정에 대해 생각해본다. 2025년 한해를 시작하면서 성취에 대한 많은 기대와 소망이 있었을 터. 친구의 성공을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우정을 키워갈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소중한 성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당신의 삶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확실한 징표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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