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세이즈·이튼 화재구역 ‘이중주택법’ 전면 중단…뉴섬 “대피불능 사태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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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지난 1월 팔리세이즈와 이튼 대화재로 16,000채 이상의 주택이 소실된 지 6개월 만에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화재 위험지역 내 신규 주택 건설을 전면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책을 예고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에 한해 SB9 이중주택법 적용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대피로 부족 우려에 정책 전환
이번 조치는 로스앤젤레스시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케런 배스 LA시장과 트래시 박 시의원은 “조밀한 주택 신축으로 인해 화재 발생 시 대피로와 진입로가 막힐 수 있다”며 주정부에 SB9법 적용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2022년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 SB9법은 주택난 해소를 목표로 단독주택 부지에 듀플렉스 건설이나 토지 분할을 통해 최대 4세대까지 신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팔리세이즈 지역 주민들은 이 법이 화재 안전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해왔다.
팰리세이즈 커뮤니티 대표인 수 콜은 “도로가 좁고 대피로가 부족한 우리 지역 특성상 듀플렉스 신축이 늘어나면 화재 발생 시 더욱 위험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월 화재 당시 수많은 주민들이 교통 체증으로 차량을 버리고 도보로 대피해야 했던 상황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근본적 문제: 위험지역 개발의 한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애초 주거개발이 부적합한 지역에 무분별한 건설을 허용한 데 있다고 지적한다. 팔리세이즈와 이튼 지역은 산악지대와 절벽, 해안가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주거 개발이 이뤄져 왔다.
도시계획 전문가 김모 교수는 “산이나 절벽, 바닷가 등 자연재해 위험이 높은 지역은 처음부터 주거개발을 금지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개발업체의 이익과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결합되면서 위험지역 개발이 계속 방치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팔리세이즈 지역은 태평양 연안의 절벽 위에 위치해 있으며, 이튼 지역 역시 산기슭에 조성된 주거단지다. 이런 지역들은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이라는 자연 조건과 맞물려 대형 산불에 극도로 취약한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NIMBY 현상과 이익 갈등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신축 제한이 오히려 주택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님비 현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기존 주민들은 자신들의 재산가치 보호와 커뮤니티 보존을 위해 신규 개발을 반대하지만, 정작 주택이 필요한 계층의 요구는 외면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내 일부 공익단체들은 “화재로 집을 잃은 임차인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도 여전히 절실하다”며 “근본적으로는 안전한 지역에 대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해답이지, 위험지역에서의 개발 제한만으로는 주택난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흥미롭게도 SB9법 시행 이후 실제 듀플렉스 건설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LA 전체에서 지금까지 접수된 듀플렉스 및 토지 분할 신청은 200여 건에 불과하다. 막대한 건축비용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 엄격한 거주 요건 등이 장벽으로 작용해 대규모 개발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속 복구와 선택적 규제 병행
주정부는 화재 피해지역 재건을 위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이중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기존 주택의 재건축에 대해서는 건축 절차를 30일 내 처리하는 등 신속 복구책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임시 재건 허가센터를 설치해 피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피해지역 재건을 신속히 허용하되, 고밀도 개발에 대한 규제는 각 시와 카운티가 강화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적 파급효과 주목
이번 조치는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택 정책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주택난 해소를 위해 추진돼온 고밀도 개발 정책이 자연재해 안전성과 충돌할 때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례는 미국 전역의 자연재해 위험지역에 대한 개발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허리케인이 빈발하는 플로리다 해안가, 토네이도 위험이 높은 중서부 평원지대, 지진 위험이 있는 서부 단층대 등에서도 유사한 개발 제한 논의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LA 대화재로 팔리세이즈에서 6,800채, 이튼에서 9,400채 등 총 16,000여 동의 주택이 소실되면서 해당 지역은 여전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를 계기로 단순한 재건축을 넘어 근본적인 토지이용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사회가 ‘화재 안전’과 ‘주택난 해소’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자연재해 위험지역에 대한 개발 원칙을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