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장만 위해 ‘보복 저축’… ‘MZ 챌린지’ 인기

내 집 장만을 원하는 MZ 세대 사이에서 보복 저축 챌린지가 큰 관심이다. 보복 저축은 극단적 소비 자제 행위로 다운페이먼트 마련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로이터]

생필품 외 소비 절제 현상 뚜렷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명품 패션, 고급 외식에 지갑을 열던 이른바‘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를 이제 찾기 힘들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가계 경제에 부담이 커지면서, 보복 소비 현상이 사라진 반면 최근 ‘보복 저축’(Revenge Sav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복 저축은 생필품 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극단적 소비 절제 현상으로 최근 소셜 미디어 상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전면 중단하자는‘노 바이 2025’(No Buy 2025) 챌린지가 대표적인 예다. 보복 저축은 내 집 마련 목표가 뚜렷한 MZ 세대 사이에서 특히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세대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세대로, 보복 저축을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뤄줄 유일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 MZ세대, ‘다운페이먼트 마련 가장 힘들어’

금융 서비스 업체 ‘엠파워’(Empower)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Z세대의 평균 저축률은 4.4%로 전 세대 중 가장 낮다. 밀레니얼 세대의 저축률도 5.3%로 사정은 비슷하다. MZ 세대의 저축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전통적인 자산 형성의 ‘첫 단추’로 여겨졌던 ‘내 집 마련’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2025 세대별 주택 매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 3명 중 1명(33%), 밀레니얼 세대의 20%가 주택 구입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단계로 바로 다운페이먼트 마련을 한 목소리로 꼽았다.

실제로 MZ 세대가 넘어야 할 내 집 마련 장벽은 과거 부모 세대와 다르다. 모기지 이자율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이들 대부분은 학자금 대출이라는 부채 상환 부담을 갖고 사회에 진출한다. 그 뿐만 아니라 식료품, 보험, 육아, 의료비 등 전반적인 생활비 상승이 MZ세대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누르는 현실이다.

■ Z세대 90%, 주택 비용 과소 평가

주택 구입 자금 마련만큼 중요한 것이 주택 구입 및 유지 비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Z 세대 중 주택 비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구입 후 재정 부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비교 사이트 인슈리파이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내 집 장만에 성공한 Z 세대 중 약 90%는 주택 유지 비용을 과소평가했다고 답했다. 다운페이먼트만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택 구입 후 각종 유지비용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재정적 부담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주택 구입 전 보복 저축에 나서는 MZ세대가 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젊은 층은 단순히 다운페이먼트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라며 “주택 재산세, 관리비(HOA), 유지보수비, 보험료, 유틸리티 비용 등 주택 구입 후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현금 여유까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 주택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들

일반적으로 주택 구입 시 20%의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NA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실제 모든 바이어의 다운페이먼트 중간 금액은 약 18%,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 약 9%에 불과했다.

이처럼 낮은 다운페이먼트를 내고도 집을 살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 있는데, 바로 ‘모기지 보험’(PMI)이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면 모기지 대출기관은 위험 회피를 위해 PMI 가입을 요구하고 이로 인해 월 페이먼트 금액이 크게 늘어난다.

소비자 금융 정보업체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PMI 가입으로 인해 모기지 대출금의 0.46~1.5% 수준의 월 페이먼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40만 달러짜리 집을 30년 고정금리(7%)로 구입하면서 다운페이먼트를 5%만 냈을 경우 매달 PMI로만 약 365달러를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다운페이먼트를 10%로 올리면 PMI는 234달러, 15%일 경우에는 96달러 수준으로 낮아진다.

주택 구입에 앞서 클로징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클로징 비용은 모기지 대출 승인과 거래 부대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주택 가격의 2~5%에 달하며, 대출 수수료, 주택 감정비, 에스크로 비용, 등기 및 보험료 등이 포함된다. 이 밖에도, 이사비용이 있다. 이사업체 앨라이드 밴 라인에 따르면, (근거리)지역 내 이사는 평균 1,400달러, 장거리 이사는 3,500달러, 대륙 횡단 이사의 경우 평균 7,780달러에 달한다. 이밖에도 입주 직후 페인트나 바닥 교체, 잔디 관리, 가전제품 교체 등 예상치 못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 소득 50~70% 보복 저축

보복 소비는 돈을 쓰는 순간 짜릿함이 끝난다. 하지만 보복 저축은 돈을 모으는 순간부터 짜릿함이 시작된다. 재정 전문가들은 “보복 저축의 장점은 저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성취감이 생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 성장까지 더해져 그 결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데 있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보복 저축은 다운페이먼트를 빠르게 마련해 내 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이라며 “목표 금액을 설정한 뒤 예산과 생활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재정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FIRE 운동’처럼 일부 MZ 세대는 주택 구입을 목표로 소득의 50~70%를 저축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복 저축을 실천하고 있다.

보복 저축 실천법은 단순하지만 의지가 필요하다. 우선 월 자동 이체를 설정해 월급 중 목표 금액을 ‘강제’ 저축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 해지도 빠르게 저축액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기술 미디어 회사 CNET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한 달 평균 17달러(연간 204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에 지출하고 있으며, Z세대는 월평균 23달러(연 276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YNAB’(You Need A Budget)과 같은 재정 도우미 앱 사용도 추천되며, 향후 1년 내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한다면, 외식 및 여행 줄이기 등 선택적 지출을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저 위험 금융 상품에 보관

보복 저축으로 힘들게 모은 돈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할 때 별다른 제한 없이 인출할 수 있는 유동성을 고려하되, 낮은 리스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기예금’(CD)이나 ‘고수익 저축예금’(High Yield Savings Account) 같은 안전 상품이 적절한 반면, 주식과 같은 고위험 자산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연금계좌에 넣는 것 역시 인출 제한이 있기 때문에 다운페이먼트 관리 방식으로 적합하지 않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자금을 모을수록 더 많은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대출 규모와 이자 부담을 줄여 장기적으로 재정에 도움이 된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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