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구조와 결여된 시민의식이 원인..
LA는 아직은 지하철 이로움을 누릴 준비가 안되어 있어..
[관련기사]대중교통 역세권 주택 개발, SB79 법안으로 LA 주택난 해결..
엘에이도 서울처럼, 동경처럼, 정시운행되는 지하철을 갖고 싶어 한다.
고속도로는 막히고, 주차장은 비싸고, 기후위기까지 생각하면 대중교통이 답이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엘에이에는 왜 서울이나 동경 같은 지하철 시스템이 정착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단순한 예산이나 인프라 문제가 아니다.
엘에이라는 도시 자체가, 애초에 지하철이라는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1. 도시의 시작부터 ‘자동차를 위한 땅’이었다
서울이나 동경은 수백 년 동안 도시 중심부에 사람이 모여 살고, 도보와 대중교통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반면 엘에이는 20세기 초, 자동차 회사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설계한 도시다. 도시가 아니라 고속도로 위에 지어진 집합체에 가깝다.
지하철은 중심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인데, 엘에이는 애초에 중심이 없다. 다운타운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고, 산타모니카, 컬버시티, 버뱅크, 패사디나 등 ‘작은 도시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저밀도 평야일 뿐이다. 이런 스프롤(sprawl) 도시에서 지하철은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이나 동경 처럼 대중교통 역세권에 대규모 주택이 개발되어 거주환경이 만들어져야 가능한것이다. 다행이 SB 79 법안으로 역세권 주택 개발이 논의 되고 있는 중이지만 LA 시의회는 지역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이법안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이법안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2. 한때는 세계 최대 전철도시… 하지만 일부러 무너뜨렸다
놀랍게도 100년 전의 LA는, 도쿄보다도 더 촘촘한 전철망을 갖고 있었다. ‘레드카(Red Car)’로 불렸던 Pacific Electric Railway는 1600km를 넘는 노선을 자랑했다.
그러나 1940~50년대, GM, 쉘, 파이어스톤 등이 주도한 이른바 “전철 파괴 작전” 이 시작됐다. 전철 회사를 매입한 뒤 고의적으로 운영을 망가뜨리고, 대신 버스와 자동차 중심 도시로 개조한 것이다. 이 사건은 연방 법원에서 ‘교통 독점 범죄’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엘에이는 지하철이 없는 도시가 아니라, 지하철을 없앤 도시다.
3. 지하철을 만드는 데 드는 ‘비상식적인 비용’
엘에이 메트로는 지금도 지하철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와 비용이다.
서울에서 1km당 지하철 건설비가2-3억 달러라면 LA에서는 8-10억달러이다. 어떤 구간은 12억 달러 이상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강성 노조, 환경법 규제, 지역 커뮤니티 반발(NIMBY), 정치적 타협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모든 일이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
한마디로, 만들 수는 있지만 도무지 제값을 하지 못하는 구조다.
4. ‘지하철을 탈 사람’이 안 타는 도시
서울과 동경에서는 정장 입은 직장인, 교복 입은 학생, 유모차 끄는 엄마까지 모두 지하철을 탄다. 대중교통이 공공의 삶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A에서는 지하철은 ‘못 사는 사람들’의 교통수단으로 인식된다.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노숙인, 갱단 구성원들이 상주하는 지하철을 누가 타고 싶겠는가?
엘리트 계층은 아예 이용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외면하고, 결국 지하철의 분위기와 수준은 계속 낮아지고, “지하철은 내 수준이 아니야”라는 시민들의 무의식이 확고해진다.
이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사회적 낙인의 고착이다.
5. 시민이 외면한 공공공간, 그리고 품격의 붕괴
지하철은 단지 전동차가 움직이는 공간이 아니다. 그건 공공질서와 시민의식이 모이는 무대다.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 지면 역세권이 성장하고 커뮤니티가 생기고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가 되는것이다. 엘에이는 지금 그런 무대를 만들 준비도 능력도 없다. 단순히 차가 많으니 지하철을 만들어 반강제로 이용하게 하여는것이 시정부의 단순한 생각이다.
범죄가 두렵고, 위생이 불결하며, 타는 사람도 피하고, 정치는 관심 없고, 예산은 부족하다.
이 모든 게 맞물려 지하철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결론: 엘에이는 지하철을 못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만들 자격을 상실한 도시다
지하철은 단지 레일을 까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가 ‘공공’을 어떻게 대하고, 시민이 ‘질서’를 얼마나 존중하느냐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엘에이는 아직 지하철을 누릴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아니,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공동체적 삶을 기피한 대가로, 지하철이라는 자격을 상실한 도시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