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밤새 잿더미로”… 한인들 ‘망연자실’

한인 주택을 포함해 5천채가 넘는 주택과 건물이 화마로 소실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마치 폭탄을 맞아 초토화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로이

최악 산불사태 사흘째 , 리세이즈·알타데나 등 한인주택 잇딴 전소 피해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거주하는 60대 한인 황모씨는 동부 출장 중이던 지난 8일 새벽 이웃으로부터 긴급한 전화를 받았다. “어제 발생한 산불로 우리 집이 전소됐어요. 당신 집은 안전한가요?”

놀란 황씨는 LA 한인타운 한 호텔에 대피해 있는 아내와 딸에게 집 상태를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서둘러 집으로 달려간 황씨의 아내는 자신들의 집 역시 불에 타 골조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했다.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황씨는 “죽을 때 아무 것도 갖고 가지 못하고 빈 손으로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그저 가족들에게 아무런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지난 7일부터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LA 지역의 동시다발 산불로 피해 지역이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된 가운데 한인들의 피해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특히 산불 피해가 가장 심했던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알타데나 지역에 사는 적지 않은 한인들이 소중한 터전을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알타데나로 이사한 한인 여성 유모씨 부부는 은퇴를 고려해 손재주가 뛰어난 남편이 앞장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튼 산불로 인해 8일 새벽 친척 집으로 대피했던 유씨 부부도 거주지 인근이 화마로 초토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한 결과 그들의 집도 전소된 사실을 알게 됐다.

유씨는 “집 구석구석마다 남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데, 은퇴 후 살아갈 터전이 하루아침에 없어져 충격이 크다. 보험회사에 연락해 보상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한인들이 많이 가입한 카카오톡 단체방마다 “지인 집이 불탔다” 는 소식을 전하거나 “산불로 피해 입은 사람은 없는지”를 묻는 안부가 봇물을 이뤘다. LA 총영사관도 산불로 인한 한인들의 피해 사례 수집과 지원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강경한 경찰영사는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거주하고 있는 20세 유학생이 8일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와 소방당국의 긴급 대피령을 받고 짐도 싸지 못한 채 지인이 살고 있는 집으로 피신했는데 돌아와 보니 여권을 비롯해 모든 소지품이 전소된 상황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번 LA 지역 최악의 동시다발 산불이 9일로 사흘째 계속된 가운데, 내륙 일부 지역에서는 진화 작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해안 지역 화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또 추가 산불도 발생하면서 동시다발 산불이 총 7곳으로 늘었고 전소 등 소실된 건물과 주택 수도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만 5,300여채를 포함 총 9,000채 이상이라고 9일 LA타임스가 전했다. 또 화재가 더 확산할 위험과 유독한 연기 흡입에 대한 우려로 대도시 권역 전체에서 약 20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번 LA 카운티 대화재로 인한 대피령 적용 인구는 9일 현재까지 17만9,783명에 이른다. 대피령이 떨어진 지역의 인구는 전날 8일 밤의 약 15만5,000명에서 이날 2만5,000명가량 더 늘었다. 이에 더해 ‘대피 경고’ 대상 주민은 현재 20만명에 달한다고 LA 셰리프국은 전했다.

<노세희·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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