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영양제 먹여야 하나?… “효과 없다. 차라리 운동 시키세요”

25일 한양대병원에서 만난 양승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양승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한국 성장호르몬 사용량 과한 상황

정상 아이, 2~3년 반짝 효과에 그쳐

“아빠 키 173㎝, 엄마 키가 160㎝인 가정에서 아들이 태어날 경우 예상 키가 173㎝로 계산이 돼요. 하지만 이 수치는 이런 가정에서 남자아이 100명이 태어났을 때 50번째 아이의 키가 173㎝일 거란 얘기지, 그 아이가 173㎝로 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만난 양승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유전적인 배경은 부모의 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체질·호르몬 분비 등 아이가 타고난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연간 사용하는 성장 호르몬의 양은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양과 비슷하다”며 성장 호르몬 과잉 치료에 대해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키 크는 데 유전적인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되나요.

조사한 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보통 유전적인 영향을 35~70%로 봐요. 개인적으로 저는 70%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적인 배경이란 부모의 키를 말하는 건가요.

유전적인 배경을 잘못 이해하면 ‘부모의 키가 크면 아이도 클 거다’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부모의 키가 크다고 해서 자녀의 키가 다 큰 게 아닙니다. 키가 작은 아이도 태어나요. 반대로 키가 작은 부모에게서 키가 큰 아이도 나옵니다. 유전적인 배경은 부모의 키가 아니라, 아이가 타고난 상태를 말해요. 아이의 현재 키가 또래 아이 100명 중 몇 번째인지, 뼈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유전적인 배경입니다.

-성인이 됐을 때 아이의 키가 어느 정도 될지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있습니까.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는 2세를 그 시기로 봅니다.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 받은 여러 영향들이 사라지고, 부족한 부분을 따라잡는 시기가 두 돌까지거든요. 미숙아의 경우에는 그 시기를 4세로 봐요. 이때 저신장에 속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성조숙증이 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보통 1년에 4㎝ 안팎 키가 자랍니다. 사춘기가 오면 키가 15~20㎝ 정도 훌쩍 큰 다음(급성장기), 추가로 5㎝ 안팎 더 자란 후 성장이 멈춰요. 그래서 사춘기 시작 시점에서의 키가 중요합니다. 사춘기가 일찍 오면 연간 4㎝씩 크는 시기가 줄어드는 것이니 키가 작을 수밖에 없어요. 174㎝까지 클 수 있었던 아이가 사춘기가 2년 빨리 올 경우 166㎝가 되는 것이니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키가 조금이라도 작으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에는 4세 전후의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많이 오세요.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아이라면 치료를 일찍 시작하고 오래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데 정상인 아이는 아니에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사춘기가 올 때까지는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는 편입니다.

-정상인 아이의 경우 호르몬 주사를 일찍 맞으면 효과가 크지 않은가요.

일찍 시작해야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정상인 아이들은 치료 시작 후 2~3년이면 효과가 한계에 도달합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키가 커지는 게 아니라, 치료 초기 반짝 성장(4~5㎝)한 키를 유지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계속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예요. 성장호르몬을 써서 인위적으로 키를 키워놨기 때문에 호르몬을 쓰지 않으면 성장 속도가 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효과를 계속 볼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2~3년 키워놓은 키를 손해 보지 않으려면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하는 거예요.

<한국일보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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