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황동혁 “처음엔 해피엔딩 구상…미래세대에 관한 이야기”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훈은 보통 사람 상징, 세상 바꾸는 건 한두명 정치 지도자 아냐”

시즌 1∼3 대장정 마무리… “치아 2개 더 빠졌다, 건강 악화로 재충전”

“처음에는 막연히 해피엔딩을 생각했어요. 기훈(이정재 분)이 어떻게든 게임을 끝내고 살아 나가서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는 장면을 떠올렸죠. 그런데 작품을 쓰면서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고 (엔딩 변경을) 선택하게 됐어요”

세계적인 화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30일(한국시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시리즈를 완전히 닫는 시즌3 엔딩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사회 불평등, 경제·기후 위기 등을 꼽으며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가 좀 더 가지려는 마음을 멈추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뭔가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오징어 게임’ 시즌2·3에도 담겼고, 미래 세대의 상징으로 김준희(조유리)가 출산한 아이를 넣게 됐다고 말했다.

시즌3 말미에서 기훈이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이라고 외치는 미완의 대사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 보다는 ‘사람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보는 분들에게 각자 ‘사람은….’ 뒤에 나올 말을 빈칸으로 남겨 질문하고 싶었고, 그 뒤를 기훈의 희생적인 행동으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게임 주최자인 프론트맨(이병헌)과 기훈의 묘한 관계성에 대해서도 직접 해석을 내놨다.

그는 “프론트맨은 누구보다 정의로운 경찰이었다가 인간성을 버린 어둠의 세계로 들어갔다”며 “그렇기에 부끄러움과 인지부조화가 강한 인물이고, 시즌1부터 자신과는 다른 기훈을 보면서 일종의 열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훈을 타락시키고 싶어 게임장에 끌어넣었지만, 동시에 기훈이 시험을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을 것”이라며 “마지막에 게임장을 폭파한 것 역시 기훈이 이겼고 패배를 인정하는 의미도 있다”고 풀이했다.

황 감독은 주인공인 성기훈이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며 “애초에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아니기에 답답하게 여길 수도 있다. 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는 것도 한두 명의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다수의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기훈을 넣었다”고 말했다.

경찰 황준호(위하준)이 섬을 찾으러 다니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받았다.

황 감독은 “처음에는 준호와 사람들이 섬에 도착하고 기훈과 합세해서 게임을 끝내는 모습을 생각했다”며 “(대본) 방향이 바뀌면서 도착 타이밍이 늦어졌지만, 준호가 어떻게든 형(프론트맨)과 대면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했다.

시즌3는 프론트맨이 로스앤젤레스(LA)에 찾아가 기훈의 딸을 만나고, 우연히 미국인들이 딱지치기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게임의 모집책 역할로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특별출연하면서 미국판에 대한 암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황 감독은 이 같은 해석이 틀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원래는 성기훈이 미국에 가서 또 다른 리쿠르터(모집책)를 보는 엔딩을 생각했다”며 “한 사람의 노력으로 한국의 게임은 종결됐지만, 전 세계에 퍼진 이 시스템은 여전히 공고하고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스핀오프(파생작)를 황 감독이 총괄한다는 소문에 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들은 바 없고, 12월 촬영에 들어가고 제가 감독을 한다는 것은 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면서도 “(스핀오프 감독으로 거론되는) 데이비드 핀처를 워낙 좋아해서, 만약 저에게 요청이 온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2021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24년 시즌2, 이달 27일 시즌3이 공개됐다.

황 감독은 각본 작업부터 총 6년에 걸친 ‘오징어 게임’ 대장정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털어놨다. 할리우드에서 작품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당장 차기작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피곤해지면 잇몸에 문제가 생기는 편이다. 여섯 달 전에 치아 2개를 빼고 임플란트했다”며 “살도 59㎏까지 빠졌고, 일단 차기작을 검토하지 않고 있고, 재충전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극장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심적 부담도 크다고 했다.

그는 “원래 하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요새 극장이 너무 어렵다 보니 겁이 난다”며 “제가 영화를 만들어서 흥행한다는 보장도 없고, 또 ‘황동혁 감독이 만들어도 안 되네’라는 인식이 생길까 봐 부담도 되고 걱정도 많다”고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은 그에게 세계적인 흥행작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안긴 작품이다. 처음에는 인기가 믿기지 않았던 순간도 있지만,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겸손함을 얻게 됐다고 한다.

“시즌1이 공개된 뒤 해외 반응이 오고 갑자기 전 세계 1위가 되며 신드롬이 인 기억이 나요. 저도 그 일주일이 너무 정신없었고, ‘사실인가?’ 싶어 스스로 꼬집어본 적도 있어요. 이 작품은 한 때는 저를 우쭐하게 했지만, 또 부담감에 시달리고 작품 메시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저를 겸손하게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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