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이되면 끝’은 옛말···3~5곳 전이, 방사선 집중 쏘여 생존 기간 크게 늘린다

17일(한국시간) 고대안산병원에서 만난 방사선종양학과 임채홍 교수가 방사선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제공]

고령이나 수술 어려운 부위 암세포

고선량 방사선 정밀 집중 조사 수술

1년 무재발 생존율 1.8배 높아져

희소전이도 방사선 수술 효과 확인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이암이 있으면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다른 부위에 ‘씨앗’처럼 퍼진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해도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작은 전이만 있어도 4기 암으로 분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고대안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임채홍 교수는 이러한 기준에 대해 “전이암은 회복이 어렵다는 고전적인 인식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라고 말했다. 전이암의 경우, 암 병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최근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이 병소가 3~5개 이하로 적은 ‘희소전이’ 상태라면 방사선 수술로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 경기 안산 소재 고대안산병원에서 만난 그는 “치료 효과가 좋은 면역항암제와 방사선 수술을 병행할 경우 초기 전이암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사선 수술은 암 조직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정밀하게 집중 조사해 단기간 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저선량의 방사선을 여러 차례 조사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방사선 치료와는 방사선 조사 강도나 치료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다. 임 교수는 “암세포가 혈관에 인접해 있거나 수술하기 곤란한 부위에 있을 경우엔 적극적으로 방사선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사선 치료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완화적 치료예요. 방사선을 조사해 암세포의 성장 등을 억제하는 거죠. 두 번째는 보조 치료입니다. 대표적으로 유방암에서 유방 보존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하면 유방을 완전히 절제한 것과 유사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마지막은 완치 목적의 치료로 방사선 수술입니다. 초기 폐암의 경우 외과 수술과 방사선 수술의 효과가 거의 비슷하고, 간암 초기에도 고주파열치료술과 치료 효과가 유사합니다.” 고주파열치료술은 전극침을 종양 안으로 삽입 후 열을 발생시켜 종양을 괴사시키는 수술법이다.

-방사선 수술이 환자에게 더 적합한 경우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환자가 고령이거나 폐 기능이 좋지 않아 수술이 부담스러운 환자 또는 암세포가 수술이 어려운 위치에 있다면 방사선 수술이 더 적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큰 혈관에 붙어 있는 종양은 수술이 불가능할 수 있지만, 방사선은 암세포의 위치와 관계없이 치료가 가능합니다. 폐암의 경우 주기관지(폐로 공기가 들어가는 중심통로) 근처에 종양이 있으면 물리적 수술로는 한쪽 폐 전체를 제거해야 해요. 반면 방사선 수술은 해당 부위만 치료해 폐를 보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방사선 수술은 모든 암에 다 적용 가능한가요.

“이론적으론 모든 암에 사용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폐암과 간암, 전립선암, 췌장암, 뇌종양 등에서 주로 쓰입니다. 보통 암의 1, 2기까지 방사선 수술이 외과 수술과 비슷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어요.”

-희소전이 치료에는 어떤가요.

“과거에는 희소전이여도 일단 암세포가 퍼진 상태이기 때문에 전이된 부분에 대한 국소치료 효과가 없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기술이 점차 발전해 고선량의 방사선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최근엔 치료효과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실제 방사선 수술 등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 희소전이 환자군의 생존기간 중위값은 33.6개월이었으나, 항암제 등 고전적인 방법만 쓴 치료군에선 중위값이 15개월에 불과했어요.”

해당 연구는 임 교수가 2023년 발표한 것으로, 기존에 진행된 20개 연구(환자 1,750명 대상)를 메타분석한 결과다. 메타분석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여러 연구결과를 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통계 기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방사선 치료 등을 병행한 희소전이 환자군의 2년 생존율(58.4%)은 항암제 중심의 치료를 받은 환자군(36.1%)보다 크게 높았다. 암 치료 후 1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고 생존한 환자의 비율(1년 무재발 생존율) 역시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 희소전이 환자군(64.6%)이 그렇지 않은 이들(36.1%)을 크게 웃돌았다.

-희소전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번에 메타분석을 한 20개의 연구는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가 적용되지 않은 연구들이에요. 암 치료 효과가 좋은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와 함께 방사선 수술을 병행하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전이된 환자를 볼 때 ‘내년에 다시 뵙기 어렵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뀐 거죠.”

-몸에 해롭지는 않습니까.

“방사선에 대한 노출 범위가 넓어질수록 그 악영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하지만 치료 부위를 좁게 설정하면 해가 거의 없습니다. 폐‧간처럼 작은 기능 단위들이 모여 있는 장기는 방사선 수술을 해도 전체 기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요. 하지만 창자 같은 곳은 주의해야 합니다. 위치가 고정돼 있지 않아 정밀한 조사가 어렵고, 창자는 고선량 방사선에 노출되면 염증이 생기기 쉬워요. 그러면 염증이 조직을 손상시켜 창자에 구멍(천공)이 뚫릴 수 있습니다. 장 안에 있던 내용물이 새어 나오면서 복막염을 앓게 되는 거예요.”

-방사선 치료‧수술에 대해 오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방사선 치료‧수술은 병변이 있는 부위에만 작용해요. 예를 들어 폐암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온몸에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잘못 생각하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할머니 환자인 경우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손주를 돌봐도 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요. 치료받은 방사선이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데, 방사선 치료는 외부에서 방사선을 투과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치료 후 몸에서 방사선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일보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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