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번개 치고…1년 뒤 북중미 월드컵 각국 대비책 마련 비상

경기 지연으로 라커룸으로 돌아간 울산 HD 선수들 [울산 HD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클럽월드컵서 낙뢰로 지연 빈번…폭염에 ‘땡볕 축구’도 골칫거리
조현우 “이 더위에 대회하면 안돼”…김영권 “최고의 경기 가능할까”

울산 HD가 일찌감치 짐을 싼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은 내년 북중미 월드컵의 험난한 운영을 예고한 ‘시험판 대회’였다.

26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독일)와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끝으로 울산 HD는 3전 전패로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15일 인터 마이애미(미국)와 알아흘리(이집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주가량 진행된 대회 현장과 운영방식을 확인한 각국 취재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단어는 ‘날씨’였다.

미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악천후로 여러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폭우와 폭설이 쏟아져도 진행되는 축구 종목 특성상 경기 중단이나 지연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클럽 월드컵에서는 무더기로 나왔다. 낙뢰 때문이다.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킥오프를 기다리던 울산 HD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은 인근에서 낙뢰가 감지됐다는 이유로 라커룸으로 다시 들어가야 했다. 킥오프는 65분간 미뤄졌다.

미국에서는 흔히 ‘8마일(12.9㎞) 낙뢰 규정’이라 불리는 원칙에 따라 야외 스포츠 활동 시 8마일 내 낙뢰가 확인되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30분가량 낙뢰가 없다면 예정대로 활동을 재개한다. 그 사이에 낙뢰가 확인되면 다시 3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파추카(멕시코)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의 경기는 97분,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와 벤피카(포르투갈)의 경기는 2시간이 넘게 지연돼 킥오프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5시간 이상 소요됐다.

미국에서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북부의 신시내티부터 동쪽 끝의 뉴욕에 이르는 광활한 지대에 뇌우가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관계자는 뇌우로 경기가 멈추는 일이 리그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1년 뒤 2026 북중미 월드컵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여러 팀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미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각국 대표팀은 중단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행정 당국으로서는 월드컵의 원활한 운영보다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게 당연하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낙뢰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북중미 대회에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감독들의 지략싸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조현우를 비롯한 울산 선수들은 중단으로 몸이 식는 경험이 처음이었다며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멜로디는 울산의 스리백을 사용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으나 킥오프 지연으로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

주도권을 막 가져와 공세를 펴려던 순간에 중단돼 양상이 급변하는 경기가 결승전에서 나올 수도 있다.

결승을 비롯해 북중미 월드컵 5경기가 열리는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도 이미 악천후로 지연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파우메이라스(브라질)와 알아흘리의 경기도 후반 15분께 갑작스럽게 멈췄다.

관중과 시청자 입장에도 몰입도를 깨는 경기 중단 소식이 달갑지 않다. 경기 종료에 맞춰 배정한 전세기 운항 시간 등 각종 일정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 주최 측도 고역이다.

낙뢰와 함께 폭염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열돔 현상 등으로 미국 동부 지역에 30도 중반을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클럽 월드컵 일부 경기의 킥오프 시간이 정오나 오후 3시로 배정됐다.

FIFA가 축구가 인기 종목인 유럽의 ‘황금 시간대’에 킥오프 시간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지역의 오후 3시는 유럽 중부 시각으로는 오후 9시다. 전체 63경기 가운데 35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 이전에 편성됐다.

북중미 대회에서도 적지 않은 경기의 킥오프 시간이 폭염이 절정인 한낮에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기술적 대책도 없다. 현장에서는 얼음물이나 차게 젖은 수간을 공급해 선수들의 열을 낮추고, 쿨링 브레이크를 매번 실시하나 더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미국, 멕시코보다 여름이 시원한 캐나다로 경기가 배정되는 행운이 없다면 폭염 속 경기력과 선수단 몸 상태를 유지할 대책을 각 대표팀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도르트문트전을 오후 3시에 시작한 조현우는 “이렇게 큰 대회를 이렇게 더운 날씨에 하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며 “날씨가 변수다. 내년 월드컵에도 이 시간대에 경기할 수 있겠지만 저녁시간에 하면 더 좋은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센터백 김영권도 “월드컵을 세 번 치르면서 날씨 걱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며 “과연 월드컵에서 최고의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늘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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