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추신수 “MLB서 못한 걸 한국에서…8월 텍사스서 시구”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역이 자신의 은퇴식이 열린 14일(한국시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 14일 인천에서 은퇴식…8월 23일에는 텍사스에서 시구

추신수(42) SSG 랜더스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총괄은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2만3천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은퇴사’를 한다.

자신의 은퇴식이 열리는 1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추신수 보좌역은 “MLB 텍사스 레인저스에서는 ‘MLB 인생의 마지막 날’을 예감했지만, 팬들께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다”고 떠올리며 “오늘은 팬들께 인사할 자리가 생겼다. 축복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추 보좌역은 2020년 9월 28일(한국시간)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벌인 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경기에 텍사스의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말 3루수 쪽으로 굴러가는 번트 안타를 쳤다.

1, 2루 사이에 야수를 집중한 휴스턴 수비 시프트의 허를 찌르고, 1루로 전력 질주한 추신수 보좌역은 베이스를 밟은 뒤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곧이어 대주자 윌리 칼훈에게 1루를 양보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당시 ML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무관중’ 경기를 치렀지만, 텍사스 구단은 추 보좌역의 아내 하원미 씨와 자녀 3명을 초청했다.

가족들은 그렇게 추 보좌역이 텍사스와 작별하는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던 추신수는 MLB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2021년 한국프로야구 SSG 랜더스행을 택했다.

SSG에서 4시즌을 보내고, 2024시즌이 끝난 뒤 은퇴한 추신수는 2025년 6월 14일에 ‘야구 선수 생활 34년’을 정리하는 의식을 치른다.

은퇴식이 열리기 전에 만난 추 보좌역은 “나는 평생 야구 선수로 뛸 것처럼 살았다. 그런데 2022년 친구 이대호가 은퇴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며 ‘내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결국 그런 날이 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SSG에서는 4시즌만 뛰었다. 사실 구단은 내게 은퇴식을 열어줄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그런데도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추 보좌역의 MLB 마지막 타석을 텅 빈 관중석에서 지켜본 가족들은, 한국에서 치르는 은퇴식에서는 그라운드와 관중석을 오간다.

아내 하원미 씨가 시구를 하고, 딸 추소희 양은 시타자로 나선다. 시포는 추신수 보좌역이 맡는다.

미국에서 야구 선수로 뛰는 두 아들도 이날 SSG랜더스필드를 찾았다.

추 보좌역은 “미국에서 하지 못한 걸, 한국에서 한다. 가족들까지 참여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20년이 넘게 야구 선수와 함께 산 아내가 공을 던지는 재능은 없더라. 내 은퇴식보다 아내의 시구 때문에 긴장된다”라고 웃은 추 보좌역은 “나와 두 아들은 서로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아들들이 ‘아버지 영상을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야구를 정말 사랑했다”라고 여러 번 강조한 추 보좌역은 ‘특별 엔트리’ 등록은 한사코 마다했다.

특별 엔트리에 등록되면, 팀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출전 명단’에 오른 뒤, 바로 교체될 수 있다.

추 보좌역은 “오늘 선발 등판하는 김광현이 ‘특별 엔트리로 등록해서, 타석에 한 번 서는 게 어떤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며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배트도 한 번 잡지 않았다. 선수 생활에 미련은 없다”고 밝혔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 보좌역은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2020년까지 빅리그를 누비며 1천652경기, 타율 0.275(6천87타수 1천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올렸다.

출장 경기, 안타, 홈런, 타점, 도루 모두 ‘코리안 빅리거 최다 기록’이다.

20홈런-20도루 달성(2009년), 사이클링 히트(2015년) 등 MLB 아시아 최초 기록도 세웠다.

2020시즌 종료 뒤 MLB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았던 추신수는 2021년 한국프로야구 SSG행을 택했다.

추신수는 KBO리그에서는 4시즌만 뛰어 돋보이는 누적 기록(타율 0.263,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51도루)을 작성하지 못했지만, 타자 부문 최고령 기록은 모두 바꿔놨다.

선수 시절 누구보다 먼저 야구장에 나와 훈련할 정도로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걸 쏟아낸 추 보좌역은 은퇴한 뒤에는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지웠다.

하지만, MLB에서도 ‘빅리거 추신수’를 기억한다.

텍사스에서 추 보좌역과 함께 뛰었던 아드리안 벨트레, 콜 해멀스는 추 보좌역의 요청에 한국을 찾아 SSG 퓨처스(2군) 선수단 앞에서 강의와 코칭을 했다.

추 보좌역의 은퇴식에도 참석했다.

추 보좌역은 “벨트레, 해멀스와 생활하면서 ‘야구를 잘하기 위한 과정’을 배웠다. 우리 SSG 선수들에게 벨트레, 해멀스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어려운 요청을 흔쾌히 들어준 벨트레, 해멀스 덕에 나도 ‘내가 미국에서 나쁘게 살지는 않았구나’라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고마워했다.

MLB에서 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도 생겼다.

텍사스 구단은 8월 23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 시구자로 추신수 보좌역을 초청했다.

추 보좌역은 “텍사스 구단에서 여러 번 시구 요청을 했는데, 마침 8월에 내가 미국에 들어갈 일이 있어서 시구 일정을 확정했다. 내 가족도 초대받았다”며 “MLB를 떠난 지 꽤 오래됐는데, 이렇게 나를 기억해줘 감사하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렇게 고마워할 일이 많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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