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감기에 걸린다면… 진단 어려운 유전질환일수도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성헌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희소 질환인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한국내에서 30명 남짓 진단받은 CAPS, 38~39도 고열 후 며칠 지나 회복 반복

숨겨진 환자 훨씬 많을 가능성 높아, 감기 증상 비슷, 수년 동안 병원 전전

“38~39도의 고열이 나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아져요. 이런 일이 보통 2~4주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인가 생각하기 쉽습니다. 문제는 발병 원인이 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증상이 있는데 어떤 병인지 알 수 없어 병원을 계속 옮겨 다니는 ‘진단 방랑’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성헌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진단까지 5~10년 걸린 경우도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러스·세균 감염 없이도 반복적으로 고열과 피부발진(두드러기 포함)이 나타나며 진단 방랑을 부르는 이 병은 희소 질환인‘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이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중 한국에서 보고된 사례가 가장 많은 건 ‘크라이오피린 관련 주기성 증후군(CAPS)’이다. CAPS는 주로 영유아 때부터 증상이 시작된다. 국내에서 해당 질환을 앓는 이는 현재 30명 안팎. 김 교수는 “진단이 어렵다 보니 숨겨진 환자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질환 이름부터 생소한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앓게 되는 병이다. 몸 안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자극이 없거나 가벼운 자극에도 과도한 면역반응이 나타난다. 고열과 관절통, 근육통, 관절염, 피부발진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2~4주 간격으로 같은 증세가 반복되는 것도 특징이다. CAPS를 유발하는 유전자(NLRP3)가 밝혀진 게 2000년대니까 인류가 이 병에 대해 제대로 알기 시작한 게 이제 20년 남짓 됐다.

-감기 등과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린이는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리는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증상이 이런 호흡기 질환 증세랑 비슷하다.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감기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아 수년 동안 소아과, 피부과, 안과 등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환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진단받기 전까지 두드러기가 자주 나니까 알레르기 질환이다, 관절 등이 아프니 성장통이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을 보니 면역력이 약하다 등의 이야기를 여러 병원에서 들었다고 한다. 해외 연구 결과에선 진단까지 평균 10년 안팎 걸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CAPS로 의심할 수 있나

▲발열이 6개월 이내, 일주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3회 이상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병원에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 열이 나지 않는데도 체내 염증 수치가 계속 올라가 있는 것도 신호로 볼 수 있다. 찬 공기에 노출 시 두드러기가 많이 생기는 것 역시 의심 증상이다.

-유전자 검사로 100% 진단을 할 수 있나

▲유전자 검사 기술이 계속 발달하고 있지만 CAPS 환자 10명 중 절반은 유전자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증상만 보면 CAPS인데, 유전자 검사에선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의료진도 난감하다. 그럴 때는 어떤 면역 경로에 문제가 있는지 분석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이상이 생긴 면역 경로를 보고 그와 관련한 유전자에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어렵게 진단을 받더라도 종전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우선 부딪히게 되는 건 ‘주사 공포’다.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특정물질(아나킨라)을 담은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는데, 아이들 입장에선 큰 두려움이다. 1년 365일 내내 정해진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를 조금이라도 늦게 맞으면 열이 바로 오르니 안 맞을 수도 없다.

다행히 한국내에서 허가받은 지 9년 만인 지난해 다른 치료제(일라리스)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건강보험 적용 조건에 따라 8주에 한 번만 일라리스 주사를 맞으면 된다. 주사 맞는 횟수를 56번에서 1번으로 줄일 수 있단 뜻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CAPS 등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평생 주사를 매일 같은 시간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힘든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치료 효과가 개선된 일라리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연간 비용(1억~2억 원)의 약 10% 정도만 환자가 부담하면 일라리스 주사를 쓸 수 있게 됐다.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주사 맞는 주기도 길어져 환자가 느끼는 심적 부담도 덜 하다.”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없나

▲일라리스의 건강보험 적용 요건은 8주다. 8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는 경우에만 보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8주의 근거가 된 과거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증세가 경미한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근엔 증세가 심한 CAPS 환자의 경우 8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만 해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주사 맞는 주기를 좀 더 짧게 조정할 수 있다. 좀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쌓여야겠지만 급여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해 증세가 심하면 4~6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주 한국일보>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타운뉴스

최신 뉴스

애플, AI파트너로 구글 제미나이 낙점…구글 시총 4조달러 돌파

애플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반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했습니다. 양사는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

서울시내버스 오늘 첫차부터 무기한 파업…추위속 교통대란 우려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13일 첫차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출퇴근길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3일 새벽 1시 ...

돌싱녀는 “밥보다 ‘이것’ 원해요”…재혼 고민 돌싱, 가장 듣고 싶은 프러포즈

재혼을 고민하는 이혼 경험자들이 미래 배우자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로 현실적인 바람이 담긴 프러포즈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

[속보]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비위 의혹’ 김병기 제명 결정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각종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습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

머스크·英정부 ‘AI 음란물’ 두고 정면충돌…”표현의 자유” vs “성 착취물”

억만장자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딥페이크 음란물 규제에 나선 영국 정부를 향해 “파시스트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머스크는 11일 현지시간 자신의 SNS ...

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연관기사]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서울경제]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대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

코로나보다 전파력 6배 강한 ‘홍역’에 난리 난 미국…3일 만에 100명 걸렸다 ‘비상’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회의론 속에 미국에서 홍역이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기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홍역 ...

“핵전쟁 임박 신호?”…51년 만에 뜬 美 ‘종말의 날’ 비행기에 전 세계 공포 확산

미국의 핵전쟁 대비 공중지휘통제기 ‘E-4B 나이트워치’가 돌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LA타임스에 따르면 미 공군 E-4B 나이트워치는 ...

미네소타 시위 확산에 美 강경 대응… 요원 추가 파견·의원들 방문권도 차단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자 연방정부가 강경 대응에 ...

ICE 총격 사건 옹호한 포틀랜드 경찰관, 직무에서 배제 논란…

연방 요원의 시민 사살을 옹호한 포틀랜드 경찰관 발언이 공개되며 지역사회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포틀랜드 경찰관이 미네소타 ICE 요원의 ...

히잡 벗고 지도자 사진 태워 ‘담뱃불’로… 이란 여성 ‘저항 상징’ 떠오른 그 영상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을 불태워 담배를 피우는 한 여성 영상이 '저항의 상징'으로 ...

내 개인정보 모두 다크웹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

최근 개인정보가 다크웹에 유출됐다는 통보를 심심치 않게 받게 된다. 은행이나 개인정보 보안 모니터링 서비스에서 이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면, 나만의 문제가 ...

“집 앞까지 내려온 코요테, 반려견 노린다…주민 불안 고조”

남가주 주택가 곳곳에서 코요테 공격으로 반려견이 숨지는 등 야생동물 침입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남가주 주택가에서 코요테 출몰이 급증하면서 주민 안전 우려가 ...

“모기지 금리 인하 위해 2,000억달러 투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책모기지기관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 매입을 지시했다. 정부는 ...

LA통합교육구 개학과 함께 스마트폰 전면 금지 시작

캘리포니아 공립학교들이 스마트폰 완전 차단에 나서며 교육 현장의 디지털 의존도를 끊어내는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 LA통합교육구를 비롯한 공립학교들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면서 ...

더욱 건강한 새해 위한 시니어 생활 ‘웰빙 실천’ 습관 7가지

워싱턴포스트(WP)의 웰빙(Well+Being) 팀은 매일 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적 조언을 공유한다. 우리는 영양, 운동, 인지, 정신 건강, 수면과 같은 주제에 대해 ...

“집값보다 무서운 유지비”… 올해도 재산세·보험료↑

고정 금리라는 안락한 방패 뒤에 숨어있던 ‘재산세와 보험료’라는 복병이 마침내 가계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한때 내 집 마련의 예측 가능성을 ...

LA 한인 유치원, 아동 성추행 의혹 소송 휘말려…학부모 “신고 대신 회유”

LA 한인타운 유치원에서 4세 여아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원장이 경찰 신고 대신 가해 교사와 피해 아동의 직접 대면을 제안해 논란이 ...

“한인 프리스쿨서 4세 여아 성추행 피해” 주장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 운영 프리스쿨에서 4세 여아가 교사로부터 성적으로 부적절한 접촉을 당했다는 주장을 담은 민사소송이 LA 법원에 제기됐다고 온라인 ...

재외국민 4분의 1이 노인 ‘초고령 사회’

재외국민 사회의 노인 인구 비율이 집계 이래 처음으로 25%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외국민 사회의 늙어가는 속도는 전체 한국 사회보다 가파른 ...

새해 통신·구독료 줄이자… 휴대전화·인터넷 요금 점검부터

각종 요금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지만 시간을 내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요금이 오르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따라서 올해 결심으로 통신비와 각종 ...

LA 한인타운 가로등 ‘암흑 지대’… 느슨한 치안 틈타 구리선 절도 기승

구리선 절도가 연쇄 발생하며 LA 한인타운 밤거리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LA 한인타운 일대 가로등이 구리선 절도로 연쇄 피해를 입고 ...

H-1B 비자 등 최대 3천달러 육박… 이민 신청 급행 수수료 또 오른다

미국 취업·유학 비자 급행 처리비가 3천 달러 근처까지 치솟으며 외국인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이민서비스국이 주요 취업 비자와 유학생 ...

트럼프 “이민자 시민권도 박탈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 박탈을 기존 대비 180배 늘리겠다는 강경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자에 대한 대대적 박탈 ...

LA, 성매매 근절 총력전…감시카메라·차량 압수까지 동원

LA 당국이 감시카메라와 차량 압수까지 동원해 성매매 단속에 총력전을 선포했습니다. LA 당국이 길거리 매춘과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강화하고 ...

트럼프의 그린란드 장악 위협에 영국이 병력 배치 검토

트럼프의 그린란드 군사 위협이 나토 내부 균열을 부르자, 영국이 동맹 붕괴를 막는 중재자 역할에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

[속보]트럼프, 이란 유혈 진압 속 군사 공격 검토

이란 반정부 시위 진압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옵션 검토와 이란의 선제공격 경고가 맞부딪히며 중동 전역이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

트럼프, 오바마케어 보조금 법안 거부권 위협

트럼프의 거부권 경고로 2천만 명 건강보험료 폭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강화 보조금 3년 연장 ...

LA에서 트럭이 시위대로 돌진,이란 정권 규탄 시위 세계 곳곳으로 확산

이란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권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1일, 미국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

“혹시 내가 암인가?”…40대 넘으면 급증한다는 ‘이것’, 전문가 말하는 위험 신호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암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용종은 비교적 흔히 발견되는 소견 중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