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보노 “암울한 이 시대 다시 사랑을 생각한다”

보노가 지난 16일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보노: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 공식 상영회에서 손을 모아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자신의 삶 다룬 영화로 칸영화제 초청
“연기하지 않고 나를 보여주려 한 영화”
“사회활동은 나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일”
“나만 옳다는 식의 쉬운 확신 경계해야”

그의 등 뒤로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넘실거렸다. 선글라스 너머 장난기 어린 주름이 슬쩍 보였다.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두 손 모아 질문에 감사를 종종 표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밤 화상으로 만난 세계적 밴드 U2의 보노는 상냥했고 진솔했다. 그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프랑스 칸을 찾았다. 그의 삶을 돌아보는 영화 ‘보노: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가 특별 상영 부문에 초청돼서다.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일보가 그와 대화를 나눴다.

자전적 내용 담은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는 보노의 자서전 ‘서렌더’(2022)에 뿌리를 둔 영화다. 보노는 자서전 출간 이후 세계 곳곳을 돌며 관객을 만났다. 사회자 없이 관객과 대화하는 형식의 공연 아닌 공연이었다. 미국 뉴욕 비콘극장이 그에게 아예 무대를 내주었다. 보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와 공연을 영화화하기로 했고, 그 결과물이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다. 연출은 앤드류 도미닉이 맡았다. ‘킬링 소프틀리’(2012)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호주 유명 감독이다.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는 30일 애플TV플러스에서 공개된다.

영화 '보노: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는 보노가 무대에서 자신을 삶을 돌아보는 모습을 영상화했다. 애플TV플러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보노: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는 보노가 무대에서 자신을 삶을 돌아보는 모습을 영상화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는 독특한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보노는 독백하듯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다가 간혹 노래를 부른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던 모습을 재연할 때는 연극처럼 1인 2역을 하기도 한다. 1인극이면서 음악극인 동시에 정교하게 준비된 팬 미팅 행사 같다. 많은 관객 앞에서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 보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톨릭교도 아버지와 개신교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음악으로 슬픔을 달랜 사연, 데뷔 초기 매니저와의 갈등 등이 그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보노는 “(책과 공연 영화를 통해) 꼭 그렇게 자신을 보여줘야 하냐고 가족과 밴드 동료들이 물었고, 저 스스로도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명 가수 존 레논(1940~1980)의 예술에 대한 정의를 인용하며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보인 이유를 밝혔다. “예술은 (예술가가) 말 그대로 흉곽을 부숴 열고 꺼낸 심장으로 관객에게 피를 전하는 작업”이라는 거다. 보노는 “(자서전이) 심장수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8시간에 걸쳐 심장수술을 받았다.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 속 보노는 경험 많은 배우처럼 보인다. 각기 다른 목소리로 아버지를 흉내내거나 유명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를 따라하는 모습이 능청스러운 연기 같아서다. 하지만 보노는 “나는 배우가 아니다”며 “도미닉 감독이 가장 강조한 점이 ‘연기하지 말라’였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연기하고 있는 않다고 항변하는데도 감독은 ‘관객이, 무엇보다 렌즈가 잘 안다, 보노 자체가 되라’고 주문했다”고 돌아봤다.

“당신의 적에게서 신을 보라”

'보노: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애플TV플러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보노: 스토리즈 오브 서렌더’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보노는 사회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세계 평화에 힘써왔고, 자선 활동과 환경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영화 속에서 보노는“나는 왜 사람들을 도우려 하는가” “지구 구하기는 내 의무인가”라며 자신의 사회활동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는 “(영화를 통해 내 활동에 대한) 의도를 스스로 파악하려 했다”며 “나는 보다 나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활동을,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보노는 “유명인사(Celebrity)니까 무엇이든 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활동을 하는 거라 한다면 정말 바보 같은 유명인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의 나를 현명하게 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혼란의 시대지만 보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쉬운 확신, 도덕적 확신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가톨릭) 프란치스코회 사제인 리처드 로어 신부에게서 신을 보는 법을 배웠어요. 당신 속에서, 당신 아이들 속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 속에서가 아니라 당신의 적들에게서 신을 보아야 해요. 그게 제가 배운 사랑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이런 사랑이 이 암울한 시대에 저에게 조금이라도 믿음을 주고, 희망을 되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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