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공백 속 한반도 정세 요동
이재명의 ‘국익 중심 외교’ 모호해
민감 현안에 구체적 해법 내놔야
대선이 일주일 남았다. 책임을 묻는 엄중한 심판의 시간이다. 동시에 후보들의 공약은 미래의 가늠자다. 향후 5년이 달려있다. 유력 주자의 경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외교안보는 선거 이후 가장 요동칠 분야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국가 리더십 공백에 속수무책이었다. 한반도 주변에는 우리보다 센 상대가 즐비하다. 각국이 들이밀 청구서가 쌓여있다.
이재명 후보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내걸었다. 동어반복으로 비치는 슬로건이다. 외교의 중심은 당연히 국익이다. 실용은 실체 없는 방법론일 뿐이다. “새 정부의 외교를 관통하는 최고 가치는 국익이다. 국익을 위해 실사구시의 실용외교를 해야 한다.” 이 후보의 발언 같지만 2019년 10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말이다. 그도 마찬가지로 국익과 실용을 앞세웠다. 결과는 허망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에 꽂혀 핵을 놓고 맞붙은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를 서성이다 조수석에도 제대로 앉지 못했다.
가치 판단이 빠진 국익은 모호하다. ‘미국 우선주의’는 한국의 국익에 걸림돌이다. 반면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미동맹과 국익에 부합한다. 당초 우리가 설정한 국익도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혈맹 미국과의 관계만 해도 이렇다. 살벌하게 진영이 쪼개진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국익을 둘러싼 충돌이 한층 격해질 수밖에 없다. ‘셰셰’(중국어로 고맙다)라며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실용으로 포장해 좋은 게 좋다는 건 우리만의 착각일 수 있다. 민감한 사안에도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 해법을 제시할 때다. 그게 최종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중국의 오해를 자초할 우려도 있다. 대만 통일을 염원하는 시진핑 주석과 만나 대만 문제에 셰셰라고 말할 수 있나. 전략적 모호성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오히려 수세에 몰릴지 모른다. 사드 배치과정이 그랬다. 미국과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3NO’를 앵무새처럼 읊으며 중국의 불만을 무마하려 했다. 시 주석이 2014년 7월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에 항의하는 수모를 겪고도 순진하게 3NO를 고집했다. 어설픈 대응으로 한한령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한중관계는 서먹한 상태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의장행사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차기 정부가 돌파해야 할 껄끄러운 현안이 수두룩하다. 주한미군이 대표적이다. 오로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한다는 오랜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역할을 조정해 작전범위를 대만으로 넓히려는 정황이 차고 넘친다. 미국이 중국과 맞서는 전초기지를 한국이 맡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은 현상유지다. 주한미군의 활동반경을 한반도로 묶고, 병력은 줄이지 않고, 방위비분담금도 늘리지 않고, 중국과 얼굴 붉히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까. 어느 하나라도 틀어진다면 여론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 후보의 대안이 궁금한 대목이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라고 눙치기엔 눈앞에 닥친 문제다. 이미 한반도 안보환경은 그렇게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비핵화와 적대적 남북관계까지 더하면 머리를 싸맬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집권을 꿈꾼다면 이들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후보의 셰셰에 담긴 국익의 진정성에 공감할 수 있다. 내일 마지막 TV토론만큼은 속 후련한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