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연성’ 언급 하루 만에 “굽히지 않아”…관세전쟁 격화

U.S. President Donald Trump makes an announcement about an investment from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TSMC), in the Roosevelt Room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March 3, 2025. REUTERS/Leah Millis

美, 철강 25% 관세에 EU 보복 발표하자 트럼프 “유럽 와인 200% 관세” 위협

4월2일 ‘상호관세’ 앞두고 전운 짙어져…中 보복 예고, 加 WTO 분쟁협의 요청

대화 가능성도…EU “협상 열려 있어”, 차기 加총리 “트럼프 만날 준비돼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시작한 관세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동부시간으로 지난 12일 0시 1분부터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글로벌 통상분쟁이 보복에 재보복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무역전쟁 당사자들이 “굴복하지 않겠다”며 관세를 둘러싼 기싸움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협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모든 무역 대상국에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인 4월 2일까지 모종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태동된,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고 악랄한 조세 및 관세 당국인 유럽연합(EU)이 막 (미국산) 위스키에 50%의 못된 관세를 부과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관세가 즉시 철회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바로 프랑스와 다른 EU 회원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 샴페인, 알코올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와인과 샴페인 사업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전날 EU가 발표한 대미(對美) 보복 조치에 따른 대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단계 보복 조처로 내달 1일부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 제품에 품목별로 10∼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며, 같은 달 13일부터는 2단계 조처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미 공화당 주(州)의 ‘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다년간 갈취당했고,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알루미늄이든 철강이든 자동차든 나는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발언은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와 4월 2일 자로 계획한 (상호) 관세에 변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뒤에 나왔다.

전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하는 등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flexibility)”이라고 항변한 뒤 “난 항상 유연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언급이다.

자신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에 EU의 보복이 나오자 하루 만에 관세 정책에 대한 태도가 재차 강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각종 경고음에도 “약간의 혼란이 있을 것이나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과 맞물려 미국 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인 것에 대해 “지난 3주간의 작은 변동성에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기 및 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강력히 반발한 것은 EU뿐만이 아니다.

두 품목에 있어서 대미 최대 수출국인 캐나다는 이날부터 298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등에 보복관세 부과를 시행한 데 이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상대로 분쟁 협의를 요청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이전부터 ’10+10%’의 고율 관세를 얻어맞은 중국 역시 “미국의 행위는 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간 무역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위협한 EU 주류에 대한 관세가 현실이 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프랑스의 로랑 생마르탱 대외무역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는 EU 집행위원회,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 관세에)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국에 대한 과격한 언행 탓에 캐나다와 유럽 등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미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데 실패한 호주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직접 나서서 호주산 제품 구매를 독려하고 나섰다.

이처럼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미국과 상대국들 간의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국한된 관세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기 전에 각국이 개별적으로 협의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 도중 관세 관련 질의에 “언제나 말해왔듯 우리 이익을 보호할 것이지만, 동시에 협상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오는 14일 캐나다 신임 총리로 취임을 앞둔 마크 카니 캐나다 집권 자유당 대표도 전날 온타리온 해밀턴의 한 철강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한다면 적절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대해 25% 할증료 부과를 공언했다가 이를 보류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워싱턴DC에서 공식 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중국 역시 보복을 예고하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처를 발표하지 않아 대화의 문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외신기자들을 만나 “중국과 미국은 펜타닐 문제 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고 성과를 내왔다”며 “중국은 미국의 새 행정부와 추가적인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고 미국 측도 이것을 잘 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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