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판사의 동성애자 손녀…46세 극우 대표, 獨 정치판 중심에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AfD) 공동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 총선서 20% 안팎 득표로 제2당 직행

극우세력에 외연 확장 제공하며 공생…정체성 등 균열요인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독일대안당(AfD)이 2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알리스 바이델(46) AfD 공동대표가 유럽을 휩쓰는 극우 물결의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다.

AfD의 득표율은 2021년 9월 총선 때의 10.4%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정당이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이다.

바이델 대표는 “역사적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바이델 대표는 창당 첫해인 2013년 4.7%의 득표율로 원내 진입에 실패했던 AfD가 12년 만에 제2당으로 등장하게 된 요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일반적인 극우 지도자상과는 다소 어긋나는 데다 모순적인 정체성까지 가진 인물이 반이민 정서를 적극 받아들이고 전면에서 설파함으로써 극우 세력이 일종의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 영국 스카이뉴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델 대표는 독일 서부 귀터슬로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크레디트스위스·알리안츠 등에서 근무한 금융 전문가로 2013년 AfD에 입당했다.

당시 AfD는 유럽 경제 위기 속에서 그리스 등 빚더미에 앉은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주도해 만든 신생 정당이었다. 바이델 대표의 대학 지도교수도 AfD 설립에 참여했다.

바이델 대표 자신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 모델로 삼으며 상속세 폐지 등 각종 감세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최초 입당은 자유시장경제 철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2015년 시리아 등 중동 난민 문제가 떠오르면서 AfD의 노선에도 변화가 생겼다. 난민 추방을 주장하는 극우파들이 당으로 대거 유입됐고, 내부 노선투쟁 끝에 초기 설립자들이 축출됐다.

바이델 대표 역시 우경화되는 당에 남아 적응하는 과정에서 극단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자신이 유년 시절 이민자들에게 모욕과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자들을 “부르카를 쓴 여성과 정부 보조금을 받는 칼잡이 남성, 그 밖의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비난해 왔다.

바이델 대표만 당내 극우파에 편승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것은 아니다. AfD 역시 바이델 대표의 ‘전형적 극우’와 다른 이미지를 이용해 세력을 확장했다. 공생 관계에 가까운 셈이다.

바이델 대표는 스리랑카인 파트너와 슬하에 아들 둘을 둔 레즈비언이고, 가족들과 사는 집은 스위스에 있다.

‘법률가 출신 60대 남성’이 주류인 경쟁 정당들의 지도자 사이에서 신선한 이미지를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바이델 대표가 상대적으로 AfD의 세력이 약한 옛 서독 지역 출신이라는 점도 정치적 의미가 있다.

스카이뉴스는 “극단주의 정당으로 비판받는 AfD에서 바이델 대표는 ‘중간 계급, 부동층, 독일 서부’라는 요충지를 공략하는 열쇠”라고 분석했다.

AfD 당원들이 바이델 대표를 향해 외치는 구호 “독일을 위한 알리스”(Alice fur Deutschland)에도 이런 결합이 잘 드러난다.

이 구호는 과거 나치 준군사조직 돌격대(SA)가 사용한 “모두 독일을 위해”(Alles fur Deutschland)라는 구호와 발음이 유사하다. 독일에서 이 구호는 이른바 ‘히틀러 경례’ 등과 함께 사용이 금지돼 있다.

AfD의 간판 정치인인 비외른 회케가 과거 이 구호를 외쳤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는데, 당원들이 발음의 유사성을 이용해 이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극단적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의 구미에 맞는 인물을 이용해 당이 같은 일을 반복할 방편을 찾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델 대표를 향한 당내 지지도 단단한 편이다.

이달 초 열린 바이델 대표의 생일 축하 행사에는 2천명 가까운 지지자들이 몰려 “우리 마음속의 총리”를 외쳤다. 바이델 대표는 이민자들을 겨냥해 “추방, 추방, 추방” 구호로 화답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거둔 예상 이상의 정치적 성공 이후에도 바이델 대표와 극우파의 동맹이 균열 없이 유지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폴리티코는 바이델 대표의 정체성을 두고 “전통적인 핵가족을 옹호하는 남성 중심의 반이민 정당 지도자로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델 대표는 자신을 ‘퀴어’라고 규정하지 않으며, 성 정체성은 AfD에서 중요한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정’이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자녀로 구성되며 동성혼 합법화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바이델 대표는 나치 부역자의 후손이기도 하다. 아돌프 히틀러가 임명한 판사인 한스 바이델이 그의 할아버지다. 다만 그는 이 사실이 보도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면서 나치는 우익이 아니고 히틀러는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다. 히틀러가 공산주의자를 증오했다는 역사적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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