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협상 앞두고 다급한 유럽… 협상에 끼어들기 안간힘..

트럼프와 푸틴 통화 다룬 러시아 매체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주도로 유럽 주요 지도자들 긴급 정상회동

유럽 입장 반영 방안, 파병 등 우크라 안보 장치 등 논의 전망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유럽이 협상장에서 자리를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오후 엘리제궁에 유럽 주요국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연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참석한다.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이 회의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유럽의 안보 협의”라며 “향후 다른 형식으로 연장될 수 있고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관심 있는 모든 파트너를 모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직접 접촉으로 종전 협상을 전격 합의하자 뒤통수를 맞은 유럽이 부랴부랴 마련한 자리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온다 세로와 인터뷰에서 “이날 정상 회동에서 종전 협상이 러시아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신속한 종전을 원하는 미국이 유럽을 협상에 참여시킬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이날 유럽 정상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종전 협상에서 유럽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과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아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전날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며 좌우에서 나오는 발언에 휩쓸리거나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싸움을 멈추기로 결정할 수 있고 우리는 그들이 그 결정을 내릴 때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건 유럽인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유럽은 어떤 식으로든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미국은 종전 이후 유럽이 우크라이나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어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지난 14일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유럽에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내 유럽 지도자들로서는 상황을 더 심각하고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형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굳건히 유지돼 온 대서양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도빌레 사칼리에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24시간 만에 우리는 미국이 유럽을 방어하고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스스로 유럽을 방어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종전 이후 유럽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유럽의 3대 군대인 프랑스, 영국, 폴란드의 병력 배치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1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화유지군 파병엔 유럽의 다른 국가도 점차 동조하는 분위기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로이터에 “우리는 역내 안보 강화에 참여하고 있고 이번에도 그 일원이 될 것”이라며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이런 요구를 엮어 종전 협상에서 지분을 주장할 수 있는 ‘패’를 이날 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전날 뮌헨에서 일부 EU 회원국 외교장관들과 긴급 회동했다. EU의 한 당국자는 “최근까지 각국이 개별적으로 해온 미국,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접촉 상황을 검토하기 위해 소집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날 정상 간 회동에 앞서 외교장관끼리 트럼프 행정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조율했다는 얘기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의 말을 인용해 “수십 년 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다가 몇 주 만에 수십 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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