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여지 감지된 美상호관세…각국 트럼프 설득 총력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2025.2.14 photo@yna.co.kr

인도 총리, 미국 에너지 수입 약속…EU “공정한 교역 위해 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움직임 본격화에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대국이자 무역상대국인 미국 시장의 장벽이 높아진다면 나머지 국가의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뒤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각국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조치 시행을 지연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4월 1일까지 상대국의 비관세 장벽까지 두루 검토해 관세율을 도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어 본다면 협상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부터 미국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모디 총리는 2030년까지 양국의 교역량을 두배 수준인 5천억 달러(약 721조 원)로 늘리고, 미국의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적극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목적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변용한 ‘미가'(MIGA·인도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인도가 함께 한다는 것은 MAGA에 MIGA가 더해진다는 뜻이고, 그 결과는 번영을 향한 ‘메가(Mega) 파트너십’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어떤 양보 카드를 제시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모디 총리와 나는 미국을 인도의 석유와 가스의 주요 공급자로 복구하는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올해부터 인도에 대한 무기 판매도 수십억 달러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인도를 ‘관세의 왕’이라고 표현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모디 총리의 설득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발빠르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14일 상호 관세와 관련해 이미 미국 정부와 의사소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은 14일 “일본 국익에 이바지하는 형태로 미일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미 미국 정부와 의사소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미 투자와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대한 연구를 마치는 마감으로 제시한 4월 1일까지 일본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 개선 방안 등 구체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받고 있는 베트남도 미국과 타협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에 대해 건설적인 방식으로 논의하고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도 최근 베트남의 막대한 대미 흑자를 재조정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미 보잉사 항공기 구매 약속 등을 제시했다.

태국도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기로 했고, 사료용 콩가루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도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엮여 있는 유럽연합(EU)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움직임에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강경한 모습이다.

그러나 물밑에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제3차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 기간 JD 밴스 부통령을 따로 만났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는 공정한 교역 관계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에너지를 포함해 미국과 이익을 공동으로 증진할 수 있는 경제 협력을 우선시하겠다”고 밴스 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유럽의 부가가치세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유럽 각국은 관세 이외에도 평균 22%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해 미국 자동차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독일 자동차를 예로 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15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 기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등이 주요 안건이지만, 상호 관세 등 경제 분야에 대한 의견도 교환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정국으로 정상외교가 사실상 실종된 상황인 만큼 경제 분야 장관회담이 아니더라도 이번 회담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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