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로 세계에 무역전쟁 선전포고..

U.S. President Donald Trump signs an executive order about tariffs increase, flanked by U.S. Commerce secretary Howard Lutnick,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February 13, 2025. REUTERS/Kevin Lamarque

中 10% 추가관세에 철강관세 25%로 동맹 겨냥한 데 이어 상호관세까지

‘트럼프식 상호관세’엔 조세·환경 등 비관세 장벽 포함…韓도 사정권

다음 관세 부과 품목은 韓 대미수출 1·2위인 자동차·반도체 가능성

美 “국가별 협상·4월1일 시행” 계획에 각국 대미 협상 분주해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전세계 무역 파트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공언해온 관세 전쟁은 지난 4일 중국에 대한 추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10일부터 보복 조처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으로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이자, 주요 무역 상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같은 시점부터 부과하기로 한 25%의 전면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하며 적성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도 관세 표적에 포함했다.

여기에 이날 상호 관세 부과 방침까지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통상 측면에서 선전포고를 날렸다.

미국 시장이 상당히 개방된 데 반해 무역 상대국들은 폐쇄적이어서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이번 조처의 배경이다.

백악관은 우선 미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준수하지 않는 사례로 브라질의 에탄올, 인도의 농산물 및 오토바이, 유럽연합의 조개나 자동차 등의 품목을 들었다.

미국이 에탄올에 부과하는 관세는 2.5%인데 반해 브라질은 1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지난해 미국은 2억 달러 이상의 브라질산 에탄올을 수입했지만, 브라질에 미국이 수출한 에탄올은 5천20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또 미국의 경우, 농산물에 대한 평균 적용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은 5%인데 인도는 39%이고 미국은 인도산 오토바이에 대해 2.4%의 관세를 적용하지만 인도는 미국산 오토바이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자주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해온 유럽연합(EU)도 ‘콕 집어’ 불공정 사례로 거론했다.

EU가 원하는 모든 조개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EU는 미국 내 48개 주에서 생산되는 조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2023년 미국의 EU산 조개 수입은 2억7천400만 달러, 수출은 3천800만 달러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만 부과하지만, EU는 미국의 4배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132개국의 제품 라인 60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수출업체들이 상대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내는 경우가 3분의 2를 넘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상호 관세는 상대국과 동등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트럼프식 상호 관세’는 관세뿐 아니라 무역 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특유의 조세 제도나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세금까지 고려하고 있어 문제는 복잡해진다.

특히 백악관은 이러한 비관세 장벽의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이나 애플 등 미국의 거대 다국적기업에 매겨지는 ‘디지털세'(digital service tax)를 들었다.

캐나다와 프랑스가 이 세금을 통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징수하고 있으며, 모든 국가를 통틀어 미국 기업에 연간 3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이처럼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에 뛰어든 것은 그간 강조해온 대로 엄청난 규모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관세 징수를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 부채를 축소하는 동시에 감세 공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꾀하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백악관은 “미국은 1975년부터 매년 상품무역 적자를 기록해왔다”며 “지난해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는 1조 달러를 초과했다”고 했다.

또 “국제 무역의 오랜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이번 조처를 통해 “미국이 이용당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미국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향상하며,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제 및 국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상호관세 부과 내용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거의 모든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작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데다가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된 상태여서 이번 상호 관세 조처에서 예외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품목으로 예고한 자동차, 반도체의 경우 각각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 2위에 올라 있어 추가 타격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조치에 대해 각 국은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국가들는 곧바로 이를 수용하기보다는 보복 조처를 강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 서명 때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는 관세 부과 대상을 국가별로 다룰 것이며, 4월 1일까지 행정부 내 연구를 거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한 달 반가량의 기간에 국가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려는 각국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즉시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opening bid)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관세 협박’을 통해 멕시코, 캐나다, 콜롬비아로부터 대폭적인 양보를 끌어낸 것과 동일한 전략으로, 전세계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을 염두에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는 현행 정책들이 어떻게 불균형 무역 환경을 조성했는지에 대해 상대국과 논의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들 국가가 관세를 낮추거나 다른 무역 장벽을 제거하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관세를 낮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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