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 보름만에 미중 무역전쟁 포문… 왕중왕 대결…

미국과 국경을 맞댄 나라들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예고한 미국의 관세 조치는 발효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두 나라 정상 간에 통화가 이뤄지면서 시행이 한 달간 유예됐다. 중국 국무원이 대미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발효 시점을 오는 10일로 설정한 가운데, 이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양국 정상의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는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8개월 만에 2020년 1월 양국이 이른바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2020∼2021년까지 미국 제품 구매를 최소 2천억 달러 늘리기로 했고,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의 대미 수입 확대를 대가로 광범위한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고율관세 부과를 보류했다.

美 10% 추가관세 강행에 中 전방위 대응…관세·수출통제·구글 조사 등 ‘보복’

中 수출 성장동력 타격 불가피 전망…양국 정상 간 극적 협상 타결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보름 만에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한 것과 달리 중국에는 예정대로 4일 0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이에 중국은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를 각각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대응했다.

다만 ‘추가 10%’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60% 관세율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이나 양국 정상 간 통화 가능성 등 극적인 협상 타결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中, 보복 대응책 줄줄이 내놔…”中 상당히 양보 안하면 美 관세 유지될 것”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 세계를 향한 무역전쟁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강행하는 것으로 첫 포성을 울렸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전포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과 각각 통화하고 한 달간 유예를 전격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관세 부과를 예고했던 4일 오전 0시까지 양국 간 통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일단은 무역전쟁 초반 전선이 미중으로 좁혀진 셈이다.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보복 차원의 전방위 대응책을 즉각 쏟아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일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미국산 석탄 및 LNG에는 15% 관세를 부과하고 원유, 농기계, 대형 자동차와 픽업트럭에는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상무부와 세관총서는 텅스텐과 텔루륨 등 25개 금속물질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또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들을 산하에 둔 패션 기업 PVH 그룹과 생명공학 업체 일루미나 등 2개 미국 기업은 ‘신뢰할 수 없는 업체’ 명단에 올렸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에 추가 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미국을 제소했다.

중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미국 측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본 노무라증권 마츠자와 나카 수석투자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은 중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쟁자”라면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차단하거나 경제적으로 승리하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핵심 기조이므로 중국이 상당한 양보를 내놓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 트럼프발 관세전쟁 주요 일지(종합)
[그래픽] 트럼프발 관세전쟁 주요 일지(종합)(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예고한 10% 추가 관세는 ‘반전’ 없이 예정대로 4일 0시에 접어들면서 일단 발효됐다.
중국은 10일부터 일부 미국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중 간에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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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약한 ‘10%’에 양국 간 협상 여지는…트럼프·시진핑 전화통화 주목

중국이 맞대응 조치를 쏟아내기는 했으나 향후 주목되는 부분은 양국 간 협상 타결 가능성이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즉시’가 아닌 6일 뒤인 10일로 미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하겠다고 한 만큼,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새로운 양국 관계 설립을 희망한다는 유화적 제스처를 관영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드러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미 우선주의’와 중국이 강조한 ‘미중 협력 강화’는 일견 배치되는 기조 같기도 하지만 양국이 서로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면 협상 여지는 열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의 비중이 높은 자국 시장 구조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당해야 하고, 중국 또한 수출을 통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은 그 어떤 정책 기조보다도 ‘우선’할 수 있는 만큼 전 세계가 트럼프의 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애초에 10%라는 수치가 상당히 수위를 낮춘 것이어서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외교정책 전공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0% 관세 발표는) 상당히 스케일이 줄어든 것”이라면서 “이것만으로는 미중 관계를 눈에 띄는 정도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이유로 펜타닐(일명 ‘좀비 마약’) 문제를 꺼내 든 것 역시 중국 입장에서는 당장의 전선을 좁혀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양국이 서로에게 으름장만 놓고 끝낼 것은 아니기에, 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체결했던 ‘1단계 무역합의’의 복원을 통해 협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식 당일 미중 무역합의와 관련해 중국 측 이행 수준을 평가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앞서 중국이 2020년 체결한 약 290조원 규모의 ‘1단계 무역합의’ 복원과 위안화 평가절하 자제 약속 등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JS)이 보도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삭소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수석투자전략가는 “협상은 여전히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내일 협상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것이 잘 해결될지는 의문이며 불확실성은 협상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될 수 있어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추측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덧붙였다.

◇ 中 타격 불가피 전망 속 자신감도 엿보여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 부과를 철회하지 않는 한, 당장 중국의 수출 분야 타격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는 평균 약 2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날 명령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을 겨냥한 보편 관세이므로 이 평균 관세율은 4일부터 약 30%로 높아진다.

미국이 이미 관세를 높여놓은 중국 전략 산업 분야의 경우 전기차 관세율은 100%에서 110%, 전기차 리튬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관세율은 25%에서 35%로 오른다. 또 태양광 웨이퍼 및 폴리실리콘 관세율은 50%에서 60%로, 텅스텐·알루미늄 등의 관세율도 25%에서 35%로 상승한다.

내수·부동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경제 버팀목’인 수출 분야 타격으로 경제 성장 동력 약화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10% 인상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이 12%포인트, 전 세계 대상 수출 증가율이 1.8%포인트 하락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문제는 관세 인상이 이번 10%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격화하고 장기화할 경우, 중국이 받는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시련이 천재지변처럼 닥친 것이 아닌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은 상당한 대비책을 마련해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경제 협력 강화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외국인에 관광·금융 개방 등을 하며 내수 부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고성능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저비용 AI ‘딥시크’를 내놓은 중국은 최근 들어 미중 경쟁 구도 속 자신감마저 엿보인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게리 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멕시코와 달리 중국이 트럼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분명히 어렵다”라며 “신속한 협상 타결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은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이 일부 문제에 합의할 수 있다고 해도 관세 조치는 거듭 취해질 수 있으며 이는 올해 시장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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