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활용 ‘충격과 압박전술’ 통했나

작년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멕시코의 국경통제강화 약속받으며 시행 전날 전격 “한 달 유예”

관세로 무역적자↓·제조업 회귀 기조 불변…언제든 ‘관세전쟁’ 가능

‘관세 무기화’·’상대 극한 압박해 목적 달성’ 등 집권 2기 기조 예고

거세게 몰아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광풍’이 반전하는 형국이다.

4일(현지시간) 시행키로 예고한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3개국 대상 관세 중 대멕시코 관세를 한 달 유예하기로 3일 전격 발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멕시코가 멕시코-미국 국경에 1만명의 군병력을 즉시 보내기로 했다면서 4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대(對)멕시코 25% 전면 관세를 한 달 유예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결정했다면서 이들 3국에 대한 실제 관세 부과는 4일부터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3일 오후 미국-캐나다 정상간 통화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관세 유예가 멕시코에게만 해당하는 ‘선별적 예외’가 될지, 중국·캐나다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유예’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선전포고’까지 나왔던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반전의 흐름이 형성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유예 결정과 관련, 크게 두 갈래의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관세 부과 결정이 애초부터 집행 의지보다는 ‘극한의 압박’ 의미가 더 컸다는 분석과, 부과 결정 이후 제기된 글로벌 관세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 타격 및 국내 물가인상 등 각종 우려 요인들에 대비할 시간을 벌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유예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충격과 압박 전술’에 따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작년 11월25일, 중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 대한 관세를 처음 예고했을 때와, 1일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모두 불법 이민자와 마약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역을 포함한 국제경제 관련 목표가 아닌, 국경안보와 마약 단속 목표를 위해 관세를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멕시코로부터 국경 단속 강화 조치를 약속받고서 관세 유예를 결정한 것은 애초부터 관세 부과 자체가 본질적 목적은 아니었다는 일각의 분석에 힘을 싣는다.

관세라는 거대한 압박 수단을 활용해 미국의 중대한 사회 문제 해결에서 협조를 받으려는 구상이었고, 결국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잠정 판단하에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일 수 있는 것이다.

크게 판을 흔들어 상대국을 충격에 빠트린 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 집권 2기 때도 유효할 것임을 예고한 것일 수 있는 셈이다.

또 관세 상대국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보이고, 미국 다수 언론이 부정적 결과를 예상하는 상황이 일시적 유예 결정으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관세 전쟁’을 좀 더 정교하게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멕시코의 국경 관련 협조를 명분 삼아 ‘전술적 후퇴’를 결정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유예’ 결정은 ‘전면적 회군’으로 단정 짓기엔 여러 면에서 이르다.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감세 기조 이행에 따를 세수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국정의 기본 구상이 바뀐 것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장기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 당해 왔다”고 밝힌 뒤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라며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밝혀온 공격적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특히 유럽연합(EU)에 대해 “(미국이) 3천500억달러 적자다. 그래서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했고, EU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묻는 말에 “시간표(timeline)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매우 곧(pretty soon)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각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관세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를 ‘무기’로 활용해 각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얻을 바를 얻어 내려 하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에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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