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근거’ 펜타닐 실태는…트럼프 “많은 사망자·파괴 초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對캐나다 관세 행정명령서 “작년 북부국경 넘어온 펜타닐 950만명 죽일 양”

마약성 진통제로 헤로인보다 50배 강력…2022년에만 美서 11만명 사망 추정

공중보건 위기 강조하며 IEEPA 발동…”IEEPA로 관세 부과, 트럼프가 처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으로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유입을 유독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과 캐나다와 맞닿은 북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고, 펜타닐 원료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남부 국경을 통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중남미 국가에서 불법 이민자가 넘어오고, 중남미 국가에 기반을 둔 마약밀수조직(DTO)이 미국의 거대 소비시장을 노리고 마약을 대거 유통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북부 국경에서의 문제점은 비교적 생소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한 캐나다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서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눈길을 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캐나다에서 펜타닐과 마약성 진통제 합성 실험실을 운영하는 멕시코 카르텔의 존재가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 유통망과 국제우편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으로의 펜타닐 같은 불법 약물 유입은 공중 보건 위기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캐나다의 ‘금융 거래 및 보고서 분석 센터’가 최근 불법 합성 마약성 진통제 수익금 세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면서 “이 연구는 주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캐나다의 펜타닐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 마약 유통에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해 멕시코에서 압수한 펜타닐보다 캐나다에서 압수한 펜타닐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펜타닐은 매우 강력해서 아주 작은 양으로도 미국 가정에 많은 사망자와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북부 국경을 넘어온 펜타닐 양은 미국인 950만명을 죽일 수 있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2016년부터 불법 마약의 공중 보건 영향에 대한 북미 대화가 진행됐음에도 캐나다 당국자들은 문제가 단지 커지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캐나다의 준수 및 협력이 보장되지 않는 한 공중 보건 위기 및 국가 비상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협력적 법 집행을 통해 이 공중 보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했다고 대통령이 판단하는 경우 관세는 철회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서 펜타닐 문제가 미국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관세 부과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의 일종으로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하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2022년에만 약 1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18∼49세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또 중국 기업들이 현재는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보다는 주로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멕시코의 마약밀매 조직에 공급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중국산 원료로 만든 펜타닐과 원료가 국경을 넘어 미국에 유통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펜타닐은 수년간 미중 관계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지난 2017년 10월 오피오이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018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펜타닐 규제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관세 부과 근거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꺼내 들었다.

이 법은 1977년 발효된 것으로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경제 거래를 통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미국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한 것은 69건이다.

1979년 이란의 미국인 인질 사태와 관련해 이란 제재를 위해 처음 발동됐다.

미국 대통령은 이후 국제테러리스트와 마약밀매자, 인권침해자, 사이버 해커, 불법 무기 확산자, 다국적 범죄조직에 대해서는 물론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북한과 수단, 소말리아, 예멘, 시리아, 콩고, 베네수엘라 등과 관련해 이 권한을 발동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발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CRS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6일 콜롬비아가 불법 이민자 추방작전에 비협조하자 즉각적인 관세 부과를 지시하면서 IEEPA를 근거로 들었는데, 콜롬비아와 당일 합의를 하면서 실제 실행되지 않았다.

CRS는 그러면서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통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IEEPA의 전신 격인 1917년 제정된 적성국무역법(TWEA)을 활용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과세 대상 품목에 10%의 긴급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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