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방송에 아직 웃는다…잘파세대에게 고전 명작이 된 예능

‘1박2일’ ‘런닝맨’ 등 유튜브 조회수 폭발
보장된 재미 주고, 학창 시절 추억 상기도
중장년층 위주 예능에 아날로그 감성 추구

‘잘파세대'(Z+알파세대·1990년 중반~2000년 초반 출생 세대)에서 수년 전 종영한 ‘옛날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각 방송사의 종영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 채널 조회수가 급증하고, 달력 등 방송 관련 아이템 판매량도 높다. 과거 방송에서 ‘보장된 재미’를 찾는 동시에 어린 시절 추억을 상기하려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요즘 예능 식상해요”… ‘무한도전’ ‘1박2일’ 다시 본다

2018년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한 장면. MBC '오분순삭' 캡처

2018년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한 장면. MBC ‘오분순삭’ 캡처

‘옛날 예능’을 편집해 소개하는 방송사 유튜브 채널은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다. MBC 유튜브 ‘오분순삭’에서 2006년부터 12년간 방영한 예능 ‘무한도전’의 재미있는 장면을 모아놓은 영상은 지난달 30일 기준 누적 조회수가 3,005만 회를 기록했다. KBS 유튜브 ‘깔깔티비’에는 2007~2012년 방영한 예능 ‘1박2일’의 명장면 영상 누적 조회수가 2,346만 회를 넘었다. SBS 유튜브 ‘빽능’에는 ‘런닝맨’ 출연진 송지효가 활약한 모습을 모은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1,975만 회에 달했다. 해당 영상들은 5~15분으로 짧게 편집해 회차에 상관없이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을 보며 PD를 꿈꾸게 됐다는 대학생 최민아(23)씨는 “무한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며 “어렸을 때도 너무 재밌게 봤지만, 지금 다시 봐도 이렇게 재밌는 방송이 있나 싶을 정도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선호(22)씨는 “요즘 예능은 먹방이나 여행, 관찰 예능 등 포맷이 식상한데 옛날 예능은 포맷도 다양하고, 이야기도 풍부하다”며 “특히 요즘 예능에는 없는 ‘공동체 의식’ 같은 게 느껴져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밈’으로 만들고, 일력 사러 ‘오픈런’도

MBC 종영 예능 '무한도전'의 장면을 활용해 만든 '밈'. 성재훈씨 제공

MBC 종영 예능 ‘무한도전’의 장면을 활용해 만든 ‘밈’. 성재훈씨 제공

옛날 예능은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과거의 예능 영상을 현재의 상황에 맞춰 재편집해 활발하게 소비한다. 대학생 성재훈(24)씨는 “‘무한도전’을 다시 보면서 요즘 시국에 맞게 ‘밈’으로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한다”며 “어렸을 때 즐겨 봤던 예능을 활용한 하나의 놀이 문화”라고 말했다. 

옛날 방송 인기는 오프라인에서도 입증됐다. MBC가 ‘무한도전’ 2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일력(日曆)은 지난달 21일 교보문고 매장에는 운영 시간 전부터 무한도전 일력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 런’이 진행됐다. 이보다 열흘 앞선 온라인 발매(지난달 11일) 때는 교보문고 사이트가 예약 판매 개시 15분 만에 마비됐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자는 “평소보다 서버 트래픽이 10배 이상 상승해 15분 정도 서버가 중단됐다”며 “7차 예약 배송 주문을 진행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교보문고 매장에 지난달 21일 오전 '무한도전 2025 일력'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긴 줄을 서 있다. 김소연씨 제공

서울 강남구 교보문고 매장에 지난달 21일 오전 ‘무한도전 2025 일력’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긴 줄을 서 있다. 김소연씨 제공

‘무한도전’ 일력을 구매한 약사 김소연(30)씨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서버가 터져서 직접 줄을 서서 샀다”며 “‘무한도전’은 학창 시절 친구 집에서 치킨을 먹으며 같이 봤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자극적인 예능 일색이 옛날 예능을 찾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최근 예능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회나 토크쇼이거나 굉장히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다”며 “아날로그 정서를 가진 젊은 세대들이 청춘의 감수성이 묻어 나는 옛날 예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는 1990년대 미국 드라마 ‘프렌즈’가 계속 인기를 누리는 것처럼 ‘무한도전’ 등 인기가 많았던 옛날 예능이 롱런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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