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칸’…트럼프 관세 으름장에 “미국산 더 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EU, 미국산 농산물·LNG·무기 구매 확대 저울질

한국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검토

“중국은 미국산 대두 구매 지속”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특정 물품을 사겠다고 제안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제시한 ‘트럼프발 관세 폭탄’ 대응법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관세 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첫 여성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낸 그는 “이는 승자가 없는 ‘치고 받기'(tit-for-tat)로 이어질 수 있는 보복 전략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관세 부과를 공언한 가운데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발언만으로도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트럼프식 협상용 카드라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유럽 등은 미국에 보복 관세 등으로 맞서기보다는 미국산 구매 확대 등 상호 이익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모색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도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원유와 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와 주고받을 ‘손익 계산서’ 준비하는 유럽

트럼프 1기 때 철강 관세를 비롯한 무역 현안을 두고 미국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은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방안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헝가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재집권 대응 전략을 논의한 뒤였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 우리에겐 더 저렴해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려 러시아산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미국과 EU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산 농산물과 LNG, 무기 구매를 늘리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또 군수품 조달에 미국 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도 더 긴밀히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동맹과 우방국에도 예외 없이 ‘계산서’를 내밀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관세를 핵심 경제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대선 승리 후 지난달 25일에는 마약 유입 문제를 이유로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 캐나다·멕시코 ‘25% 관세 폭탄’ 초비상…중국 대응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당일 25% 관세 부과 방침에 캐나다와 멕시코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를 선언하고 나흘만인 지난달 29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을 직접 찾아 문제 해결에 나섰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회동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 승인한 양국 송유관 건설 사업인 ‘키스톤 XL 프로젝트’ 재개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캐나다는 보복 관세로 대응할 미국산 제품 목록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는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발표했을 때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 똑같이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대화를 통한 접점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양국 간 좋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관세 전쟁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멕시코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중국 전기차와 관련해 확정된 투자는 없다”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주요 타깃인 중국은 트럼프 당선인의 추가 관세 부과 계획과 관련해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경고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산 대두 구매 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영업체가 지난주 비축을 위해 적어도 8건의 대두 화물(cargo)을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미 농무부 자료를 보면 중국은 2024∼2025 연도에 미국산 대두 13만2천t을 구매했으며, 이와 별개로 미 대선 이후 500만t 이상을 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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