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사진이 곱게 안 보이는 이유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를 방문해 경찰관들과 함께 자살 예방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흰 셔츠에 머리를 묶은 채 경찰관들에게 무엇인가 지시하는 듯한 김 여사의 사진 8장을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연설하는 사진으로 곤욕을 치렀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필요성을 역설하다 “미국이 호주머니에 손 넣고 ‘그러면 우리 군대 뺍니다’ 이렇게 나올 때…”라는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나온 몸짓을 사진기자가 포착한 것이다. 이 사진은 당시 정부에 비우호적이던 대다수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에 힘입어 확산했고, 사진 속 대통령에겐 ‘건방진’ 또는 ‘위협적인’, 심지어 ‘불량스러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대통령의 ‘사화(寫禍)’는 늘 있어 왔다. 조선시대 ‘사림의 화’가 아니라 ‘사진으로 인한 화’, 사진 한 장 때문에 대통령이 구설에 오르고 국민적 비판까지 받는 당황스러운 상황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경기를 응원하며 뒤집힌 태극기를 흔드는 사진으로 ‘나라 망신’이라는 비난을 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가뭄에 타들어가는 논에서 소방호스로 물 뿌리는 장면을 연출한 뒤 ‘물대기를 한 건지 물대포를 쏜 건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8월 9일 중국 베이징국가올림픽체육관센터에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응원하며 거꾸로 뒤집힌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2015년 6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천 강화군 화도면 가뭄 피해 지역을 찾아 소방대원들과 함께 마른 논에 물을 뿌리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이미지 확대보기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8월 9일 중국 베이징국가올림픽체육관센터에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응원하며 거꾸로 뒤집힌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2015년 6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천 강화군 화도면 가뭄 피해 지역을 찾아 소방대원들과 함께 마른 논에 물을 뿌리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도 사화를 겪었다. 지난해 4월 6일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차 부산을 찾은 윤 대통령이 횟집에서 만찬을 하고 나오면서 도열한 참석자들과 인사 나누는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다. 이른바 ‘윤핵관’을 비롯해 산불 비상 속 골프∙술자리 의혹을 받는 단체장들의 모습까지 비치자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날은 영부인의 사진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일주일 전 대통령실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을 둘러보는 김건희 여사 사진을 22장이나 공개한 것을 두고 ‘화보 찍냐’는 비판이 뒤늦게 쏟아진 것이다.

사실 김 여사의 사화는 그게 다가 아니다. 취임 초기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팬클럽에 유출한 것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 순천만 화보,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논란을 거쳐 마포대교 순시 논란까지 다양하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다. 최근 마포대교 자살예방 현장 방문 사례를 보면 지난해와 같은 곳을 찾은 김 여사가 더 열심히 현장을 둘러봤고 홍보 라인은 당연히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희망대로 ‘진정성’만 봐주기엔 자충수가 너무 컸다. 정장 차림으로 경찰관 설명을 듣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흰 셔츠에 머리를 묶은 김 여사가 경찰관들에게 무언가 지시하는 듯한 사진을 8장이나 공개한 것이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직후 공식 행보를 재개한 점도 부적절했다.

정장 차림의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8월 28일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에서 열린 자살시도자 구조 현장 경찰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살시도자 대응 및 구조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를 방문해 경찰관들과 함께 자살 예방 현장을 둘러보는 김 여사의 모습. 대통령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정장 차림의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8월 28일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에서 열린 자살시도자 구조 현장 경찰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살시도자 대응 및 구조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를 방문해 경찰관들과 함께 자살 예방 현장을 둘러보는 김 여사의 모습. 대통령실 제공

그러니 김 여사의 사화가 이렇듯 잦은 원인으로 대통령실이 거론되는 건 자연스럽다. 사진에 공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전속 사진사의 역량부터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홍보 라인의 전문성 등 짚어 볼 문제도 적지 않을 테니. 그런데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해답은 역대 대통령의 사례 속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이 전 대통령이 뒤집힌 태극기를 흔들 당시 두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물대포 사진 논란도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국민적 반감의 표출이었다. 한마디로 ‘괘씸죄’라고 할까, 마음이 떠난 국민들 눈엔 아무리 아름다운 장면도 곱게 보일 리 없다. 논문표절,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공천 개입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문다. 진심 어린 사과는 물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혹 해소가 없다면 영부인 사진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계속 고까울 수밖에 없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타운뉴스

최신 뉴스

애플, AI파트너로 구글 제미나이 낙점…구글 시총 4조달러 돌파

애플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반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했습니다. 양사는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

서울시내버스 오늘 첫차부터 무기한 파업…추위속 교통대란 우려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13일 첫차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출퇴근길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3일 새벽 1시 ...

돌싱녀는 “밥보다 ‘이것’ 원해요”…재혼 고민 돌싱, 가장 듣고 싶은 프러포즈

재혼을 고민하는 이혼 경험자들이 미래 배우자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로 현실적인 바람이 담긴 프러포즈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

[속보]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비위 의혹’ 김병기 제명 결정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각종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했습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

머스크·英정부 ‘AI 음란물’ 두고 정면충돌…”표현의 자유” vs “성 착취물”

억만장자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딥페이크 음란물 규제에 나선 영국 정부를 향해 “파시스트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머스크는 11일 현지시간 자신의 SNS ...

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연관기사]1억 뒷돈 혐의 김경 ‘美 일정 비공개’…경찰 봐주기 수사 논란 [서울경제]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대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

코로나보다 전파력 6배 강한 ‘홍역’에 난리 난 미국…3일 만에 100명 걸렸다 ‘비상’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회의론 속에 미국에서 홍역이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기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홍역 ...

“핵전쟁 임박 신호?”…51년 만에 뜬 美 ‘종말의 날’ 비행기에 전 세계 공포 확산

미국의 핵전쟁 대비 공중지휘통제기 ‘E-4B 나이트워치’가 돌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LA타임스에 따르면 미 공군 E-4B 나이트워치는 ...

미네소타 시위 확산에 美 강경 대응… 요원 추가 파견·의원들 방문권도 차단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자 연방정부가 강경 대응에 ...

ICE 총격 사건 옹호한 포틀랜드 경찰관, 직무에서 배제 논란…

연방 요원의 시민 사살을 옹호한 포틀랜드 경찰관 발언이 공개되며 지역사회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포틀랜드 경찰관이 미네소타 ICE 요원의 ...

히잡 벗고 지도자 사진 태워 ‘담뱃불’로… 이란 여성 ‘저항 상징’ 떠오른 그 영상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을 불태워 담배를 피우는 한 여성 영상이 '저항의 상징'으로 ...

내 개인정보 모두 다크웹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

최근 개인정보가 다크웹에 유출됐다는 통보를 심심치 않게 받게 된다. 은행이나 개인정보 보안 모니터링 서비스에서 이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면, 나만의 문제가 ...

“집 앞까지 내려온 코요테, 반려견 노린다…주민 불안 고조”

남가주 주택가 곳곳에서 코요테 공격으로 반려견이 숨지는 등 야생동물 침입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남가주 주택가에서 코요테 출몰이 급증하면서 주민 안전 우려가 ...

“모기지 금리 인하 위해 2,000억달러 투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책모기지기관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 매입을 지시했다. 정부는 ...

LA통합교육구 개학과 함께 스마트폰 전면 금지 시작

캘리포니아 공립학교들이 스마트폰 완전 차단에 나서며 교육 현장의 디지털 의존도를 끊어내는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 LA통합교육구를 비롯한 공립학교들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면서 ...

더욱 건강한 새해 위한 시니어 생활 ‘웰빙 실천’ 습관 7가지

워싱턴포스트(WP)의 웰빙(Well+Being) 팀은 매일 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적 조언을 공유한다. 우리는 영양, 운동, 인지, 정신 건강, 수면과 같은 주제에 대해 ...

“집값보다 무서운 유지비”… 올해도 재산세·보험료↑

고정 금리라는 안락한 방패 뒤에 숨어있던 ‘재산세와 보험료’라는 복병이 마침내 가계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한때 내 집 마련의 예측 가능성을 ...

LA 한인 유치원, 아동 성추행 의혹 소송 휘말려…학부모 “신고 대신 회유”

LA 한인타운 유치원에서 4세 여아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원장이 경찰 신고 대신 가해 교사와 피해 아동의 직접 대면을 제안해 논란이 ...

“한인 프리스쿨서 4세 여아 성추행 피해” 주장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인 운영 프리스쿨에서 4세 여아가 교사로부터 성적으로 부적절한 접촉을 당했다는 주장을 담은 민사소송이 LA 법원에 제기됐다고 온라인 ...

재외국민 4분의 1이 노인 ‘초고령 사회’

재외국민 사회의 노인 인구 비율이 집계 이래 처음으로 25%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외국민 사회의 늙어가는 속도는 전체 한국 사회보다 가파른 ...

새해 통신·구독료 줄이자… 휴대전화·인터넷 요금 점검부터

각종 요금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지만 시간을 내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요금이 오르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따라서 올해 결심으로 통신비와 각종 ...

LA 한인타운 가로등 ‘암흑 지대’… 느슨한 치안 틈타 구리선 절도 기승

구리선 절도가 연쇄 발생하며 LA 한인타운 밤거리가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LA 한인타운 일대 가로등이 구리선 절도로 연쇄 피해를 입고 ...

H-1B 비자 등 최대 3천달러 육박… 이민 신청 급행 수수료 또 오른다

미국 취업·유학 비자 급행 처리비가 3천 달러 근처까지 치솟으며 외국인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이민서비스국이 주요 취업 비자와 유학생 ...

트럼프 “이민자 시민권도 박탈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 박탈을 기존 대비 180배 늘리겠다는 강경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자에 대한 대대적 박탈 ...

LA, 성매매 근절 총력전…감시카메라·차량 압수까지 동원

LA 당국이 감시카메라와 차량 압수까지 동원해 성매매 단속에 총력전을 선포했습니다. LA 당국이 길거리 매춘과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강화하고 ...

트럼프의 그린란드 장악 위협에 영국이 병력 배치 검토

트럼프의 그린란드 군사 위협이 나토 내부 균열을 부르자, 영국이 동맹 붕괴를 막는 중재자 역할에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

[속보]트럼프, 이란 유혈 진압 속 군사 공격 검토

이란 반정부 시위 진압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옵션 검토와 이란의 선제공격 경고가 맞부딪히며 중동 전역이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

트럼프, 오바마케어 보조금 법안 거부권 위협

트럼프의 거부권 경고로 2천만 명 건강보험료 폭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강화 보조금 3년 연장 ...

LA에서 트럭이 시위대로 돌진,이란 정권 규탄 시위 세계 곳곳으로 확산

이란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권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1일, 미국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

“혹시 내가 암인가?”…40대 넘으면 급증한다는 ‘이것’, 전문가 말하는 위험 신호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암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용종은 비교적 흔히 발견되는 소견 중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