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해리스’ 토론 실력, 트럼프에도 통할까?

Democratic presidential nominee and U.S. Vice President Kamala Harris gestures as she delivers remarks at a campaign rally in Savannah, Georgia, U.S., August 29, 2024. REUTERS/Elizabeth Frantz

내달 10일 첫 양자 토론 ‘판세 좌우 시험대’

과거 토론선 상대 자멸 유도, 일격에 능수…명확성 부족은 약점

정치계 입문 후 중요 국면에서 ‘토론’을 통해 자신의 체급을 높여왔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내달 10일 첫 대선 TV토론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TV토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대선 후보로 갑작스럽게 등판한 해리스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판세에 탄력을 붙일 수 있는지를 결정할 중대 이벤트다.

상대는 공화당 후보로서 과거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BBC 방송은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출마에서부터 부통령에 오르기까지 정치 경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임했던 주요 토론을 복기해보면, 언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지,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자가 자해성 공세를 펼칠 때 적절한 ‘방관’을 통해 상대가 자멸하도록 하는 능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0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선거 토론을 예로 들었다.

당시 사회자는 논란의 관행이던 ‘더블-디핑'(double-dipping·공무원이 연금과 함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거론하면서 “연급과 법무장관 급여를 모두 받아 더블-딥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상대 후보는 “그렇다. 제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답했는데, 해리스는 상대방의 주장을 들어주며 아무 말을 하지 않다가 “그렇게 해라.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일격을 날렸다.

해리스 캠프는 즉각 이 장면을 선거 홍보에 활용했고, 결국 승리했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선거 토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상대방이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댑 댄스’ 동작을 하자 해리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기다렸다가 “이번 경쟁에서 후보자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농담했다. 이 선거에서도 해리스는 승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구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토론 현장에서 자신의 발언권을 확보하는데 있어 능숙함을 보였다.

2020년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 공화당의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발언에 끼어들기 시작하자 “부통령님, 제가 말하고 있다”고 말을 끊으면서 발언권을 챙겼다.

2019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그는 바이든 후보가 과거 ‘버싱'(busing·흑인과 백인이 섞여서 공부하도록 버스로 흑인 학생을 백인 학군 학교로 실어나드던 정책)을 반대하던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협력했던 이력을 공격하면서 “캘리포니아에 공립학교 통합을 위한 두번째 반에 속한 어린 소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고서는 말을 잠시 멈춘 뒤 “그리고 그 어린 소녀는 바로 저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한 후 24시간 만에 200만달러를 모금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 버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고, 정책에 대한 입장을 일관되게 전달하지 못하는 약점을 계속 드러내면서 결국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공화당은 수년간 해리스 부통령의 공개 발언 영상을 전파하면서 말투를 조롱하고 그가 무능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BBC는 해리스 부통령이 장황한 표현을 사용했고, 반대자들은 종종 명확성 부족을 비판했다면서, 지난 29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도 이런 문제가 일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내달 10일 ABC 방송이 진행하는 첫 대선 TV토론은 경험 많은 정치인들도 부담스러워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이전 토론과는 부담감 자체가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과의 토론장에서는 상대가 말할 때 어슬렁거리고, 노려보고, 야릇한 미소를 띠면서 청중의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답변 시간에 수시로 끼어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닥쳐 줄래?”라고 쏘아붙인 적도 있다.

이번 토론에서는 상대방의 발언 순서가 되면 내 마이크가 꺼지는 ‘마이크 음소거’ 규칙이 적용되는데 이것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BBC는 전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 무대에서 공방을 주고받는 데 능숙한데, 음소거 규칙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충돌하기보다 사회자의 까다로운 질문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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