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금리인하 신호 연준 ‘딜레마’…”여야 어느 한쪽은 반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정치 논란 휘말릴 위험 커져…선거 전 금리조정 이례적 아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대통령 선거 전인 9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밝히며 정치 논란에 끌려들어 갈 위험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준이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하면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분노하고, 반대로 조정이 필요한데도 버틴다면 경제에 해를 끼치고 민주당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중앙은행으로선 선거를 앞둔 시기의 통화정책 조정은 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이 때문에 연준으로선 9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조성하고, 근거를 설명해둬야 할 동기가 많아진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정당, 정치인 혹은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서 우리 수단을 사용하진 않는다”며 “선거 전후에도 데이터에만 기반해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준의 조치는 경제 상황을 바꿀 수 있으므로 간접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 이미 올해 2∼3회 금리인하 전망이 반영돼있기 때문에 막상 연준이 인하를 단행한 시점에 추가로 고용시장, 성장, 인플레이션에 직접 영향이 가진 않을 것이라는 게 WSJ의 설명이다.

그래도 신용카드 빚이 있는 소비자나 단기 부채에 의존하는 기업은 연준이 실제 금리를 인하해야 혜택을 본다.

또, 통화정책 변화는 상징성이 크며, 소비자 심리를 고취할 수 있다.

한편으론 널리 예상되는 9월 금리인하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금융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양당 모두 연준의 행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화당에선 금리인하가 민주당의 경제 성과로 해석될까 봐 우려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예 대놓고 대선 전 금리인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의 측근들도 9월에 금리를 내리면 정치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싱크탱크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AFPI)의 수석 경제학자인 폴 켄더는 대선 전 금리인하는 연준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는 9월 금리인하를 비난하더라도 일단 당선된 후엔 연준을 향해 호전적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부 공화당원들이 전했다.

민주당에선 최근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준이 지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랏 라마무르티 백악관 전 전략경제소통 고문은 “재정·통화정책의 합작으로 매우 강력한 경기 회복이 만들어졌다. 마라톤에서 결승점이 눈앞에 보이는데 연준이 비틀거리다 넘어지게 된다면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이날 파월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불필요하게 높은 금리를 낮추지 못하면 공화당의 정치적 위협에 굴복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로 인한 혜택을 선거에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연준의 고금리 처방이 물가상승 압박만큼이나 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경기 회복기에 임금이 올랐지만, 고금리로 인해서 자동차, 주택과 같이 통상 부채를 껴서 구매하는 고가 상품은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WSJ은 선거 무렵에 연준이 통화정책을 조정한 사례가 종종 있었으며 이례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1992년 7월 재선을 노리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며칠이 지나서 연준이 0.5%포인트 내렸다.

연준은 또 2004년 6월 금리인상을 시작해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캠페인을 하는 동안 금리를 계속 올렸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대폭 인하를 단행했다.

보스턴 연은 총재를 지낸 에릭 로젠그렌은 “너무 긴축적이라고 판단되면 완화하는 것이 비정치적이고,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정치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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