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알앤비 요정’ 별명에 책임감 느껴 다시 도전했죠”

가수 박정현 [본부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P ‘스테이 위드 미’ 발매…”진화를 위한 시도 담아”
올해 데뷔 26주년…”노래는 ‘주는 것’, 듣는 사람 고려하게 돼”

“20년 넘게 알앤비(R&B) 관련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사실 ‘찐'(진짜) 알앤비를 부른 지는 굉장히 오래됐어요. 그렇게 벗어나 있다 보니 더 이상 알앤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수 박정현은 1998년 데뷔한 이래 ‘알앤비 요정’, ‘알앤비 퀸’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 ‘편지할게요’, ‘유 민 에브리씽 투 미'(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가수 생활 초창기에 발표한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알앤비 명곡으로 불린다.

하지만 알앤비 가수라는 이미지가 굳어갈수록 박정현이 느끼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졌다. 새로운 시도를 피하게 됐고 그의 앨범은 한동안 알앤비에서 멀어져 있었다.

가수 박정현은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알앤비를 오랜 기간 옆에 두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시도에 나서지 않았다”며 “그냥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11일 발매된 EP(미니음반)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는 다시 알앤비를 마주하겠다는 박정현의 결심이 담긴 작품이다.

음반에는 모던 알앤비를 표방한 ‘런 투 유'(Run to You)를 포함해 재즈, 솔(soul) 등 알앤비와 접점이 있는 장르의 노래 7곡이 담겼다. 음반 제목은 이들 7곡이 장르는 다르지만, ‘함께 있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공통점에서 착안했다.

박정현은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는 것처럼 최근 발표한 적 없는 장르의 노래 들을 담고 싶었다”며 “그래서인지 평소 작업보다 녹음실에 들어갈 때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알앤비를 부르면서는 다시 교육받는 기분이라 신선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우리 걸을까'(영어판 제목 ‘Summer Sweet’)는 무더운 도시의 여름밤이 떠오르는 노래다. 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을 각각 녹음해 하나의 멜로디로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박정현은 “영어 가사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가 잊고 있던 시절을 떠올리는 느낌이라면, 한국어 가사는 서로를 처음 알아가는 커플의 느낌”이라며 “각각의 캐릭터가 다르지만,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수록곡 ‘한 줄 빛’에는 과거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앞날의 계획이 보이지 않던 시절 ‘그냥 해보면 돼’라는 말에 힘을 얻었던 경험을 가사에 풀어냈다.

그는 “힘을 빼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말을 좌우명처럼 생각한다”며 “후배들에게도 지금은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된다고, 부족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정현은 ‘한 줄 빛’의 메시지처럼 일단 용기를 내 시작한 이번 앨범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한다. 그간 후배 알앤비 아티스트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저를 ‘알앤비 요정’으로 불러주시는 팬들에게 책임감을 느껴왔는데, 이번 앨범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찾았다고 생각해요. 진화를 위한 시도를 보여 드릴 수 있어 좋습니다.”

올해 데뷔 26주년을 맞이하는 박정현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에게 집중했기에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박정현은 “다른 가수들의 행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제 장점”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늘 어렵게 느껴지지만, 경험이 쌓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경력이 쌓일수록 듣는 이를 고려하는 음악을 만들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박정현의 노래들은 과거 극적인 가사와 분위기로 인해 쉽게 따라부를 수 없는 ‘광곡'(狂曲)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정현은 “예전에는 음악적인 욕심에 더 극적인 것, 안 해본 것, 괴상한 것까지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그런 작업은 저를 위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요즘은 노래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듣는 사람을 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은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등 소통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소극장에서 팬들과 얼굴을 마주한 채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제일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콘서트”라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튜브에서도 더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려 한다. 겨울 콘서트도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간다”고 계획을 밝혔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임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자신 있게 마음 가는 대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재밌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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