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맹모삼천지교’…의대 가려고 대치동 아닌 ‘지방유학’ 간다

27년 만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지난 24일(한국시간) 서울 시내 한 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이 확정되고 대학들이 지역인재전형을 크게 늘리면서 ‘지방유학’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전형이 2천명에 육박해, 어렸을 때부터 자녀를 비수도권으로 보내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지방유학이 입시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비수도권 학원가에는 일찌감치 의대 진학에 관해 묻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수강생 증가에 대비해 강사를 모집하고, 의대반을 늘리는 등 ‘특수’를 만끽하는 모습이다.

◇ 대치동 아닌 지방으로 눈 돌리는 학부모들…”이사·주소이전 문의 끊이지 않아”

26일(한국시간) 교육계에 따르면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기존보다 1천509명 늘어난 4천567명을 선발한다.

증원분은 모두 비수도권 지방 의대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의대에 배정됐다.

증원과 함께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무려 2천명에 육박한다,

앞으로 비수도권에서 의대 가기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연스레 학부모의 시선도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

의대와 같은 최상위권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사교육 중심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미리 대구 근교 경북지역으로 주소 이전이라도 해둬야 의대 입시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북 경주에 있는 동국대 의대가 내년도 지역인재전형으로 뽑을 신입생 74명 중 26명을 경북지역 학생으로 분리 선발하기로 하자 대구권 학부모는 경북지역 이사도 고려하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의대 증원과 지역인재 선발 비율 확대로 의대 진학 문턱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니 대구지역 학생들이 대치동이 아닌, 오히려 대구나 경북에서 입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사하려는 학부모들도 나타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강원이나 충청으로 이사하는 것이 좋은지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있다”며 “특히 충청권에 인접한 경기권에서 이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학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 “나도 의대 갈 수 있을까”…지방 고교서 의대 가기 쉬워진다

서울대 등에 진학할 성적권인 수험생들도 이제는 지역 의대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이다.

이전에는 공부를 잘하면 이른바 ‘인서울’ 진학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비수도권 의대 진학이 더 흔한 일이 될 수 있다.

울산 남구 옥동에서 16년째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이전 같으면 서울대 공대나 포항공대(포스텍)를 지망할 만한 성적권의 학생들이 지금은 대부분 의대를 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중학생의 경우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과학고나 영재고가 아닌 일반고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과거엔 의대 진학을 생각지 못했던 수험생들도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이제 의대에 도전해볼 법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부산시교육청 산하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관계자는 “가령 원하는 의대의 작년 합격 점수가 1∼2등급이었는데, 올해는 등급이 얼마나 더 내려가겠느냐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부산의 경우 (인제대까지 총 4개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이 299명에서 500명대 초반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의 인문계고가 약 100개교라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한 학교에서 1명만 가던 의대를 한두명 정도 더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비수도권 학원가 ‘들썩’…의대반 늘리고, 설명회 연달아 개최

비수도권 학원가는 의대 진학을 노리는 수강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강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전 제일학원 관계자는 “충청권 대학 의대 정원이 대폭 증가해 학부모, 학생 문의가 꾸준히 오고 있다”며 “40명 정원의 의대반을 1∼2개 정도 더 늘려서 운영하기로 하고 강사진 확보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충북 청주의 입시학원 원장 C씨는 “올해 3월 의대 입시반을 처음으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통상 서울로 가는 탓에 지역에선 많아야 5∼6명의 수강생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벌써 10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에서 8년째 재수학원을 운영해온 D씨 역시 “의대 입시반 설명회를 열거나, 학교 앞에서 학원 팸플릿을 나눠주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수, 재수 등으로 의대 문을 다시 두드리려는 수험생들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 대성학원 관계자는 “반수가 시작되는 6월 이후부터 상위권 대학생을 중심으로 (학원 등록)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16일 대치동 입시 전문가와 광주·전남지역 전문가 등을 초청해 의대 입시 설명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제일학원 관계자는 “대학 1학기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20일께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 반수 시작반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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