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려면 돈 내세요”…’관광세’ 걷는 세계 여행지는?

베네치아 운하

전 세계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자 ‘관광세’가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보복관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면서 특단 대책으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관광객으로 전 세계 관광 명소마다 소음공해와 환경오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현지인들의 일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이에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인 일본 등에서도 관광세를 연달아 도입 중이다. 기존에 관광세를 도입한 나라나 도시는 세금 비율을 높이는 추세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달부터 일일 방문객에게 인당 5유로(약 7,380원)의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입장권 없이 입장하면 최대 300유로(4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베네치아를 찾은 관광객은 2,000만 명에 달했다. 과도한 관광객이 몰려 주거비 상승 등을 이유로 1960년대 13만 명이었던 지역민 수가 지난해 5만 명 미만으로 줄자, 이같은 강경책을 펼치게 됐다.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스위스 베른의 작은 도시 라우터브루넨도 베네치아처럼 입장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거리가 쓰레기로 뒤덮이는 것은 물론 임대료 상승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5∼10스위스프랑(약 7,500원∼1만 5,000원) 내외의 입장료를 받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네덜란드는 호텔 신축을 금지하고 유람선 수를 줄여 한 해 여행객 숙박 횟수를 2,000만 건 이하로 억제하기로 했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베를린 등에서 호텔비의 약 5%인 문화세와 숙박세를 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오는 7월 올림픽을 앞두고 기존 호텔 숙박객들에게 부과하던 관광세를 올 초부터 최대 3배까지 올렸다. 

이 외에도 영국 맨체스터와 스페인 발렌시아 등 호텔 투숙객에게 관광세를 부과하는 도시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인기 휴양지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입국시 관광세를 부과하고, 태국은 항공권에 관광세를 부과했다.

이미 숙박세 도입이 확산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관광세까지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 오사카부는 관광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인 상황이다.

오사카가 관광세를 도입하면 일본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는 첫 사례가 된다. 현재 오사카는 1박 기준 7,000엔(약 6만 895원) 이상 지불하는 국내외 숙박객에게 100~300엔(약 869~2,610원)의 숙박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관광세까지 도입되면 해외여행 경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후쿠시마 신이치 오사카 관광국 회장은 “왜 외국인에게만 부담을 요구하냐”며 “조세조약이나 헌법 제14조에 따라 차별적인 취급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광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광세를 징수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외국인 관광객 수가 자연스레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거라는 견해도 공존한다.

김양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YTN에 “관광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해결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관광세는 관광객을 통제해 오버투어리즘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쾌적한 관광 환경 조성, 지역사회 위로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관광세를 도입하고자 하는 일본에서는 연간 약 400억 엔(약 3,480억 원)의 세수를 전망하며 △스트레스 없이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 정비 △일본의 다양한 매력에 관한 정보 입수의 용이화 △지역 고유의 문화, 자연 등을 활용한 관광자원 정비 등을 통한 지역에서의 체험체류 만족도 향상 등 3개 분야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관광세를 도입할 때 국가제도나 조례, 규칙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관광세 부과 목적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관광세는 점차 전 세계 평균이 될 것이고, 나라마다 주요한 수입원으로 관광세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광세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지 않다. 제주도는 지난해 ‘환경보전분담금’으로 불리는 관광세 도입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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