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 차례 공론화됐던 의혹이다. 판사 출신으로 서울 동작을에서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이 2024년 2월 ‘동작구의원들이 쓴 탄원서를 이재명 당시 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대로 묻혔다.
이 전 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정리한 탄원서를 2023년 12월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의혹이 드러날 경우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대표가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했다.
이 전 의원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니까 원칙은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며 “탄원서를 사본도 남기지 않고 이재명 의원실 보좌관이던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혹은 무마됐고, 이재명 대표를 믿고 비위를 고발했던 이들은 모두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되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게 이 전 의원 주장이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 일문일답.

2020년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이수진 전 판사. 이후 이 전 판사는 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탄원서를 낸 두 전직 구의원과는 원래 가까운 사이였나.
“아니다. 우리 지역구(동작을) 의원들이 아니라 잘 몰랐다.”
-동료 의원 일이라 개입하기 부담스러웠을텐데.
“동작구 의원 생활을 같이 하면서 김 전 원내대표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구의원들이 김 전 원내대표가 아니라 그의 배우자를 모시고 공식 행사에 다니더라. 대명천지 이런 일이 어떻게 민주당에서 일어나나 싶었다. 2023년 12월 15일쯤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 등이 의원실로 탄원서를 들고 왔다. ‘(김 전 원내대표가) 그 자리에 있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정당의 공천은 공정해야 하지 않나.”
-이 전 구청장은 당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었다. 어떻게 탄원서 내용이 진실이라 확신했나.
“진술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 거짓이라 보기 어려웠다. 뇌물죄는 증거가 부족해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 뇌물 주고받는데 증거를 남길 리가 없지 않나.”
-김현지 실장에게 탄원서를 전한 이유는.
“보좌관이 ‘김현지 보좌관에게 줘야 한다’고 하더라. 나는 김현지가 누군지 전혀 몰라서 보좌진 중 선임인가보다 했다. 전달하고 나서 계속 아무 말이 없어 우리 보좌관을 통해 (김 보좌관에게) 물으니 처음 두 번인가는 ‘대표를 못 만났다’ 하다가 세 번째쯤 ‘대표께 보고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연락이 없어서 또 물어봤더니 ‘윤리감찰단으로 보냈다’고 했다고 한다. 그 후 1월에 윤리감찰단 쪽에 문의를 하니까 ‘검증위원장(김 전 원내대표) 쪽에 갔다’는 답변이 왔다. 당연히 의혹은 무마됐다.”
-김 전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달된 것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리 없다. 2024년 초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 전 원내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투서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제가 잘 처리하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때 다른 의원들이 전부 ‘갑자기 저런 얘길 왜 하지’란 반응이었다. 분명히 그 탄원서 존재를 알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탄원서가 본인 공천 탈락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 보나.
“당연하다. 이 전 구청장 역시 경선도 못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경쟁자를 컷오프시키고 ‘셀프 공천’을 받은 거다. 김현지 보좌관에게 탄원서를 전한 우리 의원실 보좌관도 민주당을 떠나야 했다. 민주당에 거의 20년을 헌신한 사람인데 그 일 이후 민주당에서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대표 말고 다른 곳에 추가로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없었나.
“이 대통령을 믿었다. 대표니까, 공정하게 판단하고 원칙은 지켜줄 거라 생각했다. 탄원서 사본, 증거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대표 쪽에 다 전달했다. 그런데 그렇게 (무마) 돼버려서 너무 황당했다.”
-대표가 보고를 받았다면 왜 직권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김 전 원내대표를) 지켜주려 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데는 김 전 원내대표 덕이 크다. 지난 총선 때 이 대표를 대신해서 기존 주류를 전부 컷오프시키고 당을 친이재명계로 재편하지 않았나. 그때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전 원내대표뿐이었다. 국가정보원 출신이라 당의 주류라 볼 수 있는 운동권 출신 의원들에게 빚진 게 없다. 이 대통령 대신 칼을 휘둘렀던 것이 지금 김 전 원내대표에게 위기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