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가격·관세 ‘브레이크’… 신차 시장 썰렁

관세여파로 새 차 구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로이터]

높은 가격, 이자율, 관세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 새 차 구입을 망설인 소비자가 많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차량 가격으로 인해 많은 구매자들이 새 차 구입에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정보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10월과 11월 신차 판매량은 이미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리서치 사이트 에드먼즈의 조셉 윤 소비자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올해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망 문제가 해결된 해로 기대됐지만, 관세와 구매력 문제, 매우 높은 이자율 등의 예상치 못한 역풍에 직면하며 실망스러운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량 제조업체들이 연말 판매 이벤트를 야심차게 홍보 중이만, 여러 요인들로 인해 연말 판매 증가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 가격 급등… 신차 평균 가격 $ 5만 돌파

많은 소비자들이 새 차 구입을 서두르지 않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높은 가격이다. 자동차 가격 평가 전문 회사 ‘켈리 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신차 평균 가격은9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넘어섰다.

생활비 전반이 급등하는 가운데 이 같은 신차 가격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에드먼즈의 조셉 윤 애널리스트는 “멈추지 않는 신차 가격 상승세가 차량 판매 감소의 가장 뚜렷한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부분 지역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자동차가 필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높은 신차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을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거의 새 차와 다름없는 중고차의 가격은 딜러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격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조차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부족 탓에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매 판매 자료에 따르면, 9월에서 10월 사이 신차 딜러에서의 자동차 및 부품 판매는 약 1.6% 감소했다.

■ 높은 이자율… 10월 평균 할부 월$ 766

신차 구매자의 대다수는 대출로 차량을 구입하는데, 지난 10월 기준 월평균 페이먼트 금액은 사상 최고치인 766달러를 기록했다. 높은 이자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트럭과 SUV 등 가격대가 높은 차량을 선호하면서 월 페이먼트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내내 높은 이자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으면서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몇 달간 세 차례나 기준 금리를 인하했지만, 자동차 대출 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콕스 오토모티브 에린 키팅 수석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은 월 페이먼트를 감당하기 위해 6~7년에 달하는 장기 대출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며 “자동차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높은 이자율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5년 만기 자동차 대출의 평균 이자율은 지난 8월 기준 약 7.6%로, 2020년 5%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산업은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차량 구매에 지출을 하는 반면, 저소득 및 중산층 가정은 지출을 줄이고 있다. 키팅 애널리스트는 “신차 시장은 앞으로도 부유한 소비자들에 의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 전기차 세금 공제 종료

올해 초, 소비자들은 9월 종료 예정인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 7,500달러를 받기 위해 전기차 구매에 몰렸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3분기 전기차 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무려 약 30% 증가했다.

그러나 여름에 통과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세금 및 지출 법안으로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전기차 판매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포드 전기차 판매의 경우 11월에만 무려 약 60%나 급감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친환경 차량 지원을 더욱 축소할 수 있는 규제 변경안까지 제안했다. 해당 변경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연비 기준은 50마일에서 34.5마일로 낮아지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제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한편, 미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차량은 최근에도 큰 변화없이 잘 팔리고 있다. 전기차 구매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드 F-시리즈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이다. (도표 참고)

고금리·고가격·관세 ‘브레이크’… 신차 시장 썰렁

■ 관세 불확실성이 발목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또 다른 이유는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여러 국가의 수입품과 특정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철회했다가 다시 부과하는 등 혼란을 이어갔다. 이 같은 관세 불확실성에 소비자들은 언제 어떤 품목을 구매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수입 차량과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나, 예외 조항도 많다. 자동차 업계 분석가들은 많은 소비자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예상해 차량을 미리 구매했다고 분석한다.

관세는 이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수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 반발을 우려한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관세 비용을 자체 부담하며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다른 부문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부담을 느끼며 자동차 구매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관세 비용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을지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에린 키팅 애널리스트는 “연말 딜러 할인은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12월에 완성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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