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알레르기 치료 첫 단계는 제대로 진단받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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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알레르기’는 우유·달걀·밀·호두·메밀·새우 등 특정 음식에 노출된 뒤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말한다. 대사·독성·비면역 반응으로 생기는 이상 반응과는 다르다.

식품 알레르기는 면역이나 점막 기능이 낮은 어린이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어린이 100명 중 4~5명 정도에게서 나타나고 이 중 1명 정도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까지 겪는다. 아나필락시스는 피부 증상·기침·호흡곤란·구토·심한 복통 등이 동시에 발생하고 응급처치를 즉시 시행하지 않으면 혈압이 떨어지거나 의식을 잃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어린이 알레르기 치료 전문가’인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혈청 내 특이 면역 글로불린 E(IgE)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이 검사는 첫돌이 채 되지 않은 갓난아이도 받을 수 있는 정확한 진단법”이라고 했다.

-식품 알레르기는 어떻게 진단하나.

“알레르기 치료의 첫 단계는 제대로 진단받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법은 의심되는 음식을 직접 먹인 뒤 의사가 증상 유무를 관찰하는 ‘식품 경구 유발 시험’이다. 그러나 이 검사는 시간·비용에 제약이 있어 ‘혈청 내 IgE 검사’와 ‘피부 반응 검사’를 시행한다. 피부 반응 검사는 등이나 팔 피부에 소량의 항원을 바늘로 찔러 넣어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검사가 어린이에게는 정확하지 않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첫돌이 채 되지 않은 갓난아이도 혈청 내 IgE 검사로 식품 알레르기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그러나 이전에 특정 음식 섭취 경험이나 증상과 관련해 해석해야 하므로 경험 많은 전문의 진단이 중요하다.

혈청 내 IgE 검사에서 수치가 높거나, 피부 반응 검사에서 강하게 반응이 나타나도 실제로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증상이 없다면 마음 편히 섭취해도 문제없다. 어린 자녀의 몸이 예민하더라도 마음만은 그렇지 않도록 부모가 교육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먹는 음식을 너무 제한하면 오히려 자녀의 몸과 마음에 해를 미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일부 부모들이 자녀에게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라고 불리는 ‘혈청 내 특이 항원 면역 글로불린 G(IgG) 검사’를 받게 하는데 이는 의미 없는 검사다. IgG는 식품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항체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알레르기에 노출돼 있다고 여기는 보호자의 절반 정도만 알레르기 전문의를 만나 진단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어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를 보이지 않는지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알레르기 질환은 어떻게 예방하나.

“이전 영아기 이유식 가이드라인에서 식품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 특정 식품을 피하거나 늦게 먹이도록 권장했다. 하지만 출생 후 4~6개월간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면 오히려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연구(Immune Netw. 2022)에서도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 생후 6개월까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식품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알레르기로 진단받은 음식이 아니라면 굳이 첫돌까지 제한하거나 섭취를 늦출 필요가 없다. 물론 생후 4개월 이전에는 오히려 알레르기나 비만 위험으로 이유식을 시작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최근 치료 동향은.

“알레르기 유발 음식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원인 식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심한 어린이의 경우 소량의 음식에 접촉하거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에는 식품 성분 표시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특정 식품에 매우 예민한 환자는 그 식품을 직접 먹지 않아도 제조 시설이나 조리 과정을 공유한 식품에 대한 노출도 막아야 한다.

최근 4세가 될 때까지 알레르기 증상이 지속되면 ‘경구 면역 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구 면역 요법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량을 확인해 조금씩 늘려가는 치료법이다. 매일 혹은 매주 조금씩 먹는 양을 늘려가는 ‘증량기’와 1년 이상 목표한 음식의 양을 유지하는 ‘유지기’로 나뉜다.

반면 어린이 식단에서 단백질 공급원을 제한하는 ‘회피 요법’은 성장·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전신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환자와 부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불안·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알레르기 식품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경구 면역 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호흡기알레르기분과는 국내 최초로 경구 면역 요법 성공 사례를 학계에 발표했다. 최근 400례 이상의 성공 사례를 통해 달걀·우유·밀 알레르기를 자연 경과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환자들을 위한 가정용 맞춤형 프로토콜을 통해 먹을 수 있도록 한 상태인 탈감작률(脫感作率)이 80~90%에 이르는 효과와 안전성을 보고했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의 알레르기 개선 효과에 대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경구 면역 요법의 병합 효과 연구를 진행해 이 요법의 순응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경구 면역 요법은 시작 전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하고 의료진 진료를 받으면서 진행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를 포함한 알레르기 반응 위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증상에 대비해 항히스타민제와 에피네프린 자가 주사약 같은 약물을 갖추고 교육도 받아야 한다.

부모가 자체적으로 자녀에게 면역 요법을 진행하거나 의사 감독이나 조언을 받지 않고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먹이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어느 정도 간격으로 얼마 정도의 양을 섭취하도록 하는지는 의사와 계획해야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어린 자녀에게 음식 섭취를 강요하는 것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불편한 치료를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도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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