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우크라서 위력떨친 ‘미사일방어망’…”각국 도입경쟁 가열”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막아내는 이스라엘군 대공 방어 체계[로이터]

이란은 지난 달 13일 170여기의 드론과 30여발의 순항 미사일, 120여기의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에 유례 없는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스라엘은 미사일 방어망 ‘아이언 돔’을 이용해 이란의 공격 99%를 막아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가 홍해를 지나는 서방 상선들을 노리고 발사하는 대함탄도미사일들도 미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에 그동안 번번이 격추돼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전쟁 3년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도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망이 러시아 고성능 이스칸데르나 킨잘 미사일을 격추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최근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미사일 방어망의 중요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이를 갖추기 위한 각국의 군비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특히, 중국의 군사력 팽창이 심상찮은 수준에 이른 아시아권에선 이런 양상이 더욱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시간)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지적하며 “기술적 여유가 있는 부유한 나라라면 어디든 미사일 방어에 지속적 투자를 할 것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군비 경쟁도 가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년도 발간된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은 약 500기의 둥펑(DF)-26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사정거리 3천∼4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알려진 DF-26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괌 앤더슨 공군기지 등을 발사 후 20∼30분 내에 타격 가능한 무기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태평양에서는 미사일 방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이건 (다시) 중국에는 더 많은 (미사일) 제조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이 미사일을 사용하는 걸 보고 자신들도 (공격용) 미사일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면서 “이는 다시 미사일 방어에 대한 수요를 밀어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미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 부국들은 물론 아시아권의 거의 모든 국가가 탄도 미사일 방어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일본 방위성은 “통합 대공·미사일 방어를 비롯한 방위 역량을 근본적이고 신속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신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과 신형 레이더 등에 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한국도 올해 국방예산에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예산을 12% 증액하고 “기존의 낮은 수준 방어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더 확대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방부는 최근 낸 성명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는 갈수록 정교해지는 미사일 위혐에 대응할 탄도미사일방어체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호주는 미사일 탐지와 요격 등을 통합 관리하는 합동공중전관리체계(JABMS) 구축을 위해 지난달 중순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5억 호주달러(약 4천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통상 탄도 미사일 방어는 발사 혹은 비행 단계에서 적의 미사일을 탐지한 뒤 지상 레이더를 이용해 요격 미사일을 유도, 대기 중이나 우주공간에서 적의 탄도 미사일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강력한 컴퓨터와 고성능 레이더, 전봇대 크기의 대형 요격 미사일이 필요한 까닭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예컨대 미국이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한 패트리엇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가격은 53억 달러(약 7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탄도 미사일 한 발 가격보다, 이를 막는 데 드는 비용이 훨씬 큰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탄도 미사일과 이를 요격하는 방어망의 가격을 1대 1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고다 요지 전 해상자위대 사령관은 지적한다.

그는 “전시경제에선 가격이 쌀수록 좋은 것이지만, 때때로 어떠한 비용을 치러서라도 핵심 기반시설이나 핵심 지휘센터 등을 보호해야 할 때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패배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영국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제로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그것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가 국방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영국이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 돔’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모든 나라가 이런 유형의 방어체계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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