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 줄이는 소비자… ‘팁 공포’ 한몫

렌트비, 의료비, 공과금 등은‘할인’이 안 되는 정해진 금액처럼 여겨지지만, 소비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정 가능한 경우가 많다. 크레딧 카드 부채의 경우 이자율 인하 요청을 해볼 수 있다. [로이터]

올해 관세 등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연일 나온다.

경제매체 CNBC는 12일 이런 경제 현상의 단면을 ‘애피타이저 경제’(Appetizer economy)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식을 하긴 하지만, 고가의 메인 요리 대신 저렴한 애피타이저를 더 많이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식업계의 공급망 데이터를 추적하는 바이어스 엣지 플랫폼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메인 요리와 디저트 판매가 대체로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가운데, 애피타이저 주문량은 작년보다 20% 증가했다고 전했다.
모차렐라 스틱, 피클 칩, 치즈 바이트 등 애피타이저 메뉴의 인기가 높아진 데에는 이들 메뉴가 식당의 할인행사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외식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극화를 나타내는 ‘K자’형 경제가 소비자들의 외식비 지출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외식 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체 식품 물가 상승률(3.7%)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외식산업협회의 필 카파라키스 대표는 “관세와 공급망 문제가 특히 신선식품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당에 가면 내야하는 팁 부담도 소비자들이 외식비를 줄이는 주요 이유라는 분석이다. 미국인의 평균 소득으로 따졌을 때 하위 그룹에 속하는 소비자들이 외식을 꺼리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로 유난스러운 ‘팁’ 문화를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초만 해도 식당에서 결제 시 주문 금액의 ‘10% 추가’부터 선택하게 하는 곳이 많았지만 이제는 여기에도 인플레이션이 반영, 18%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전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영수증에 서명할 때 팁 금액을 15%, 20%, 30% 중 골라 표시할 수 있게 하는 곳이 많았는데, 이제는 시스템을 더 전산화해 결제 기기에서 팁 금액을 선택해야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 결제가 완료되게 하는 방식이 확산하면서 팁을 주지 않기가 더 어려워진 실정이다.

3인 가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당에서 메뉴판에 20달러대로 표시된 음식 3가지를 주문하면 세금(LA카운티 10% 안팎)과 최소 18% 팁까지 더해 총 결제금액이 100달러를 훌쩍 넘곤 한다. 게다가 매장 내 식사를 하지 않고 음식을 포장해 가져가는 경우에도 결제 시스템에서 팁 지불 단계를 거쳐야 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서비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비스 노동자들의 보수를 올릴 필요가 있다면 소비자에게 추가 지불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주에게서 받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많은 주들이 팁을 받는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 임금보다 낮게 책정했기 때문에 팁 수입이 필수적이지만 가주는 팁을 받는 식당 종업원 등이 모두 최저 임금을 받는다.

많은 미국인들이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그리 맛있지도 않으며 서비스가 좋지도 않은 곳에서 외식을 하기보다 ‘착한’ 가격의 식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되는대로 해 먹는 쪽을 택했다.

근래에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서비스 팁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져 폭행까지 이르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 시대에 미국의 팁 문화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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