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달러 약세 국면에서도 1,47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고환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원 오른 1,473.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약 2년 10개월 만에 가장 좁혀졌다.
또 간밤 뉴욕 증시 회복세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살아났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70원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달러 강세가 한풀 꺾였음에도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32로, 전 거래일 대비 0.44% 하락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원화가 약달러 구간에서 달러 대비 8.5% 절상하며 달러 하락 폭을 상당 부분 반영했지만, 하반기 들어 달러인덱스가 2.8% 반등에 그친 동안 원화 가치는 오히려 8.1%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달러인덱스 수준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던 2022년 초와 큰 차이가 없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그때보다 약 200원가량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과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 주식 개인투자자의 달러 수요 등 국내 요인이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거주자 해외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대규모 순매도 영향으로 상당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개인투자자는 5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91억 달러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김종화 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이런 수급 요인이 고환율 추세의 약 70%를 설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원화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이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BN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평균과 하단을 각각 1,400원, 1,350원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 권아민 연구원 역시, 수급이 더 악화될 경우 한 달 뒤 환율이 1,520원까지 올라가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고환율 흐름은 결국 물가를 통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41.82로 전월보다 2.6%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평균 환율은 1,457.77원으로, 전월 1,423.36원보다 2.4%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물가는 환율 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0.6% 소폭 오르는 데 그쳤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2.6%나 올라 환율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환율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향후 변동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