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고 무시마세요”… 베이비부머 ‘최대 부자세대’

베이비 붐 세대의 자산이 85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경제 호황기에 높은 저축을 한 것이 이들 자산 형성의 주요 경로로도 조사됐다. [로이터]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자산이 85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대학이 ‘전국경제연구국’(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자료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층은 주택과 주식에 비교적 일찍 투자했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들 자산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1983년부터 2022년까지 40년 동안 고령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은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젊은 세대의 자산 형성은 상대적으로 뒷걸음질친 것으로도 분석됐다.

■ 우호적인 경제 여건 덕분

경제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 누리는 ‘풍요’는 이들이 근로 연령이었던 시기에 이어진 매우 우호적인 경제 여건 덕분으로 분석한다. 당시의 안정적 일자리, 상대적으로 낮았던 대학 학비, 감당 가능한 주택가격 등이 자산 축적을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후 젊은 세대는 학자금 대출, 높은 양육비 등으로 베이비붐 세대와 같은 자산 형성 경로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대별 주거비도 세대 간 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요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는 집값이 저렴한 시기에 내 집을 마련했지만, X세대(1965~1980년생), 밀레니얼(1981~1996년생) 이후 세대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모기지 대출 상환이나 주택 임대료로 지출해야 하는 실정이다. 올리비아 미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의 부는 그들의 뛰어난 재정관리 능력 외에도 장기간에 걸쳐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경제 여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 경제 호황기에 높은 저축률

베이비붐 세대는 강한 경제성장, 생산성 상승, 높은 실질임금이 이어지던 이른바 경제 호황 시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베이비 붐 세대는 또1980~90년대 장기 주식 강세장과 경기 대침체 이후의 빠른 경제 회복기를 거치며 높은 소득과 저축률 보였다. 이 기간 대학 등록금과 의료비는 지금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고, 낮은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 등과 같은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반면 젊은 세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경기 대침체(2007년 말~2009년 중반)를 맞닥뜨렸고, 이후 시장 변동성도 훨씬 큰 환경에서 자산을 관리해야 했다. 제러미 네이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30세 기준으로 평균 밀레니얼의 부채는 베이비 붐 세대가 같은 나이였을 때보다 약 두 배 많다”라며 “베이비붐 세대 이후 세대는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잇따른 경기 침체를 겪으며 투자와 자산 축적이 훨씬 어려워졌다”라고 지적했다.

■ 보유 금융 자산 급등

일부 고령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은 드문 ‘확정급여’(Defined-Benefit·DB)형 연금의 혜택을 누렸다. 민간 기업에서 DB 연금이 1980년대 이후 점차 사라진 뒤에는 세제 혜택을 받는 401(k) 제도가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베이비붐 세대들의 주식 보유 규모도 동시에 증가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 붐 세대 자산의 절반 가량이 현금, 채권, 주식, 뮤추얼 펀드 등 금융자산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약 20%에 불과하지만 주식과 뮤추얼펀드 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Fed의 집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 2분기까지 축적한 부는 85조4천억달러로, X세대의 두 배, 밀레니얼의 네 배 수준이다.

반면 젊은 세대는 부채 부담이 커 저축이나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 연방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과 양육비가 1980년대 중반부터 2011년 사이 거의 두 배로 뛰었는데, 이들 비용이 젊은 세대의 자산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컬럼비아 경영대 제러미 네이 교수는 “1940년 태어난 사람은 부모보다 더 많이 벌 확률이 90%였지만, 현재 태어난 세대의 자산 형성은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고 비유했다.

 

투자 성향에서도 세대 간차이가 뚜렷하다. 네이 교수는 “밀레니얼과 Z세대(1997~2012년생)는 주식시장에 훨씬 위험회피적으로 경제 호황을 경험한 침묵 세대(1928~1945년생), 베이비 붐 세대, X세대와는 다르다”라며 “Z세대는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지 않고 가격이 떨어질수록 오히려 시장 참여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 집값 상승 혜택 고스란히 누려

베이비붐 세대 자산 중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주택이다.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은 금융위기 이후나 팬데믹 이후 나타난 역대 최저 금리 시기에 주택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혜택을 누렸다. Fed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주택 중간가격은 41만800달러로, 팬데믹 직전인 2020년 32만7,100달러보다 크게 올랐다. 특히 북동부(79만6,700달러), 서부(53만1,100달러) 등 지역의 상승폭은 더욱 크다. 1976년 1분기, 고령 베이비붐 세대가 30세 무렵이던 시기의 주택 중간가격은 4만2,800달러였고, 인플레이션을 반영해도 지금의 절반 수준인 24만2,400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다.

스탠퍼드대 안나마리아 루사르디 교수는 “집값 상승이 기존 주택 소유자의 자산 가치를 끌어 올리는 동시에 젊은 성인의 임금 상승 속도를 앞질렀다”라며 “2022년 9월 이후 30년 고정 이자율이 6% 이상에서 떨어지지 않는 점도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 자산의 3분의 1은 거주 주택의 ‘순자산’(Home Equity)”이라며 “베이비붐 세대는 이후 세대보다 더 젊을 때 훨씬 낮은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었고, 이후 수십 년간 집값 상승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라고 설명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 자산 가치 덕분에 베이비붐 세대의 안정적인 은퇴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생애 첫 주택 장만 평균 연령은 1980년대 후반 20대 후반이었던 것에 비해 훨씬 높은 40세로 높아졌다. 네이 컬럼비아대 교수는 “같은 나이라도 요즘 세대는 주택 소유 비율이 훨씬 낮고, 따라서 그만큼 자산 축적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내 집 소유에 대한 태도 역시 세대 간 큰 차이를 보인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마이클 월든 명예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수리 부담 등을 이유로 임대를 선호하거나, 수리가 필요없는 완벽한 집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과거처럼 작은 스타터 하우스를 우선 사서 자산 축적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경우가 드물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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