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고층건물 허용’ 논란,정치권 공방에 언급량 10배↑

서울 종로구의 종묘와 남쪽 세운4구역 일대 전경. 연합뉴스

종묘 앞 고층 건물 논란, 지방 선거 전초전으로 확산

유네스코 세계 유산 경관 훼손 우려 vs. 지역 개발 논리 충돌… 정치권 전면전 비화

최근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인 종묘가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종묘 앞 고층 건물 건축을 허용한 것을 두고 정부와 여당의 집중적인 공세가 이어지면서, 이 논란이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지선 전 초전’ 양상을 띠며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10배 급증한 ‘종묘’ 언급량

서울경제신문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를 통해 지난 한 달간 ‘종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15일 222건에서 지난 14일 2,065건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달 초 1,000건 미만을 기록하던 언급 량은 논란이 가시화된 6일부터 수천 건을 넘기기 시작해, 지난 8일에는 7,001건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논란의 발단: 세운4구역 고도 완화

논란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시가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서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상향 조정하는 재정비 촉진 계획 변경을 고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청계천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이 44㎡ 규모의 구역은 장기간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곳입니다.

이에 국가 유산청은 종묘 인근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종묘 내부의 경관이 훼손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근거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국가 유산청은 서울시를 상대로 조례 개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5일 대법원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100m) 밖의 개발 규제 완화는 국가 유산청과 사전 협의 없이도 적법하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정부·여당의 전방위적 비판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 인사들이 서울시를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여당 인사들까지 가세하며 논란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됐습니다.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 유산청장은 지난 7일 종묘를 방문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종묘를 지키기 위해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서울시를 격앙된 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이튿날인 8일 SNS상의 종묘 언급량이 7,001건으로 치솟았습니다.

  •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을 **“K-관광 부흥에 역행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직격했으며, 10일에는 종묘를 직접 방문해 “서울시의 결정은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대거 포함된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도 지난 11일 오 시장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서울은 시장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독단적이고 일방적 훼손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고, 박홍근 의원은 “(오 시장이)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라고 맹공을 가했습니다.

빅데이터 연관어 분석: 부정적 여론 우세

이달 2주차(10~14일) 종묘 키워드와 관련한 연관어를 살펴보면 유산(5,681건), 오세훈(4,474건), 세계문화유산(2,104건), 경관(1,419건) 등 고층 건물 허용 논란과 관련된 용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인물로는 오세훈(4,474건)과 김민석(1,248건)이 최상위권을 기록했으며, 민주당 예비후보 중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216건), 박주민(130건), 전현희(102건) 의원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SNS 게시글에서 종묘와 함께 언급된 긍·부정 단어는 논란(926건), 위험(641건), 반대하다(614건), 우려(525건), 흉물(240건) 등 부정적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서울시 반박과 ‘세계유산지구’ 지정

오 시장은 자신을 향한 정부·여당의 비판에 대해 **“(이 사업으로)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고 꾸준히 반박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녹지 축 양옆으로 종묘에서 멀어질수록 아주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해 종묘와 멋지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국가유산청 문화 유산 위원회 산하의 세계 유산 분과가 지난 13일 종묘 일대를 세계 유산 지구로 지정하며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유산 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이 논란은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쟁점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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