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35%만 ‘K-12 교육에 만족’… 99년 이후 최저치

K-12 교육에 대한 미국인의 만족도가 9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만족 35% vs. 불만족 62%
바른 방향 26% vs. 잘된 방향 73%

2019년 이후 ‘국어·수학’ 성적 급락
학부모 41% ‘자녀 학교 안전 불안’

 

유치원부터 고등학교(K-12)까지 교육의 질에 대해 ‘만족한다’는 미국인 역대 최저치인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8%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999년부터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 최저치는 2000년과 2023년에 기록된 36%였다.

■ 공교육 만족도 99년 이래 최저

갤럽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4분의 1(26%)만 K-12 학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학생들이 일자리를 얻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각각 20%, 33%에 불과했다. 대다수 미국인은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을 미래 사회 진출을 위해 충분히 준비시키지 못하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자녀를 K-12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전체 미국인보다 두 배 가까이 자신의 자녀 교육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은 미국 교육의 전반적인 수준과 방향성, 취업 및 대학 준비 측면에서도 일반 성인보다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해당 항목에 대한 학부모들의 긍정적인 응답 역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갤럽과 민간 자선 단체 ‘월튼패밀리재단’이 공동으로 지난 8월 1~20일 전화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 만족 35% vs. 불만족 62%

이번 조사에 따르면, K-12 교육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7%, ‘어느 정도 만족’은 28%로, 전체 만족도는 35%에 불과했다. 반면 ‘어느 정도 불만족’은 38%, ‘매우 불만족’은 24%로, 불만족 응답이 62%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공교육의 질에 대한 만족도 수치 해당 조사 과거 평균치인 4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금까지 만족도가 과반을 넘었던 경우는 2004년(53%)과 2019년(51%) 단 두 차례뿐이다.

과거에도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급락했던 시기가 있었다. 2000년 대선 당시 교육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던 때와, 2023년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시기로, 당시에는 공화당 지지층의 만족도가 2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만족도 지표를 끌어내린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이후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의 만족도 하락이 전체 평균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교육 만족도는 전년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42%로, 2003년의 최저치(41%)와 비슷했다. 무당층의 만족도는 8%포인트 떨어진 3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공화당 지지층의 만족도는 29%로, 전년(31%) 대비 소폭 하락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집권당 지지자들이 조사 당시 교육의 질에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추세마저 역전됐다.

■ 올바른 방향 26% vs. 잘못된 방향 73%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6%만 K-12 학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한 반면, 무려 73%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하며 공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지지 정당별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연령과 학력에 따른 차이는 일부 나타났다. 18~29세 젊은 층(31%)과 대학 학위가 없는 응답자(28%)가 상대적으로 학교가 올바른 방향에 있다고 평가하는 비율이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K-12 학교가 학생들을 취업 준비와 대학 입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준비시키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직업 준비 측면에서는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단 2%에 불과했고, ‘우수하다’는 답변도 19%에 그쳤다. 반면, ‘보통’과 ‘나쁘다’고 평가한 비율이 각각 39%로 긍정적인 평가보다 약 4배나 많았다.

대학 입시 준비에 관해서는 ‘매우 우수하다’는 답변이 4%, ‘우수하다’는 답변은 29%로 직업 준비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소 많았으나, 여전히 ‘보통’이라는 응답자가 42%, ‘나쁘다’는 응답자는 24%로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항목에 대한 평가에서는 정당별 차이와 연령별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민주당 지지자와 18~29세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탁월’ 또는 ‘좋다’고 평가하는 비율이 높았다.

■ 학부모만 다소 긍정적 평가

현재 K-12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평가를 내렸다. 이는 갤럽이 1999년부터 매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추세다. 이번 조사에서 자녀 교육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학부모는 32%, ‘어느 정도 만족’은 42%로, 약 3분의 2(74%)에 가까운 학부모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매우 불만족’은 6%, ‘어느 정도 불만족’은 17%로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됐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공교육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최근 26년간 평균치인 76%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다. 학부모들이 공교육의 질에 만족하는 이유로는 교사와 교육 과정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 2019년 이후 ‘국어·수학’ 성적 급락

갤럽은 K-12 공교육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발표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NAEP)가 결과는 이러한 불신의 배경을 보여준다. 이른바 ‘전국 성적표’(Nation’s Report Card)로도 불리는 NAEP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미국 학생들의 국어와 수학 성적이 급격히 하락했으며, 많은 학생들이 기초 학력 수준조차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튼패밀리재단과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Z세대 교육 실태 조사’(Voices of Gen Z) 결과에서도 공교육 위기의 심각성을 부각됐다. Z세대 학생 3명 중 1명은 ‘독서를 싫어한다’라고 응답했고, 주 1회 이하로 독서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독서에 대한 흥미와 독서량이 학업 성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 학부모 41% ‘자녀 학교 안전 불안’

갤럽이 같은 기간 별도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자녀 학교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4년 연속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지난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전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K-12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 가운데 41%가 ‘자녀가 학교에서 신체적 위협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조사 수치(38~44%)와 유사한 수준으로, 갤럽이 1998년부터 정기적으로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장기 평균치인 3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한 가톨릭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 전 실시된 것으로, 학부모들의 실제 불안감은 더 클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학부모들의 자녀 학교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도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급증해왔다.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 직후에는 우려 비율이 55%까지 치솟았으며, 2001년 캘리포니아 샌티 고교 총격 사건 직후에도 45%를 기록한 바 있다.

■ 자녀들도 ‘학교 가기 겁난다’

갤럽의 조사에서 성별, 소득 수준, 정치 성향 등과 무관하게 모든 계층에서 불안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으로 불안감이 낮았던 아버지, 고소득 가구, 공화당 지지 부모층에서도 최근 20년간 우려 수준이 다른 계층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학부모뿐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높아지는 추세다.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가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한 적이 있나’를 물은 결과, 최신 조사에서 1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치인 12%보다 높은 수치로, 과거 콜럼바인, 샌티 총기 사건 직후와 유사한 수준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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