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땐 팬데믹… 졸업 앞두니 반전시위 ‘몸살’

반전시위 사태로 전체 졸업식 행사가 취소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는 USC 캠퍼스에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캠퍼스 입구에 삼엄한 경비 속에 신분증 제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박상혁 기자]

팬데믹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2020년 봄. 고등학교 졸업식도 치르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해 온라인 수업으로 학창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졸업을 눈앞에 두고 대학 캠퍼스에서 반전 시위가 격화되면서 전체 졸업식이 취소돼 버렸다. 사회적 격변 속에 평생 기억될 대학 입학과 졸업이라는 인생의 이정표들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USC의 한인 대학생 그랜트 오(20)씨의 이야기다.

미 전역의 대학 캠퍼스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격렬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AP통신은 ‘2024년 졸업생은 코로나19와 시위, 인생의 잃어버린 이정표로 얼룩진 대학시절을 되돌아본다’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를 통해 USC 졸업을 앞둔 그의 스토리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 주 어느날 오후 오씨는 마치 장애물 코스를 정복하듯 USC 캠퍼스를 지그재그로 가로질러 자신의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마다 반전 시위대가 경찰의 봉쇄에 맞서 싸웠고, 경찰은 일부 시위 학생들을 체포했다.

여러 면에서 혼란스러운 이 순간은 오씨에게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시작된 대학 생활의 정점이었다. 오씨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속에 이미 고등학교 졸업식을 놓쳤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캠퍼스에 제대로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온라인 재택 수업으로 대학 학창시절을 시작해야 했다. 이제 20세인 오씨는 그의 인생에 또 다른 주요 이정표가 될 대학 전체 졸업식이 시위 사태로 취소돼 버렸다.

오씨에게 유일한 졸업식은 졸업 모자와 가운도 없이 치른 중학교 때였다. 오씨는 “고교 졸업반 때는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와 코로나19, 외국인 혐오증이 일어났던 시기였고, 대학교 신입생이 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 흥분해서 스스로를 찢어버리려고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충격적”이라고 한탄했다.

USC에서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학을 공부한 오씨는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잃어버렸지만,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작금의 전쟁 사태들에 비하면 자신의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학과별로 소규모 졸업식이 열리는 오는 10일 제발 폭력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학 캠퍼스는 인권운동 시대부터 베트남 전쟁,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에 이르기까지 항상 정의를 부르짖는 항의와 시위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학생들은 전염병으로 인한 고립과 두려움,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의 잘못을 증폭시키는 소셜미디어의 일상적인 영향력 때문에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지난달 18일 이후 전국 대학들에서 격화되기 시작한 가자지구 반전시위로 지난달 30일까지 총 1,100여 명의 학생들이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시위의 도화선이 된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캠퍼스 건물인 해밀턴 홀을 기습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어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 –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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