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치매 구별법… 당신도 오늘 혹시 깜빡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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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세포끼리 네트워크 만들어
치매 피하고 인지기능 유지 가능
인지예비능 작동 위해 뇌 자극을
섬유질 식단도 치매 예방에 도움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이 병’을 갖고 있다. 2050년에는 노인 6명 중 1명이 환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약 5,500만 명(2021년 기준)이 앓고 있으며, 2050년에는 환자가 약 1억3,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 질환은 치매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는 치매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9월 21일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로 지정했다.

최근 ‘치매 해방’이란 책을 출간한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국내 치매 환자는 급속도로 늘 것”이라며 “치매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정상 노화 속도와 가깝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속해놓고 “깜빡했어”는 건망증, “그랬어?”는 치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력과 언어능력 같은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 하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 치매 환자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치매에 해당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특정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타우)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20~30%는 뇌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혈관성 치매, 나머지는 알코올을 비롯한 다른 원인에 의한 치매다. 묵 교수는 “술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면도칼로 뇌를 깎아내는 것과 같다”며 “반복될 경우 신경세포 손상이 쌓이면서 치매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흔히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 아닐까’ 걱정하는데, 건망증과 치매는 증상이 전혀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이 잘 저장돼 있으나 순간적으로 잘 떠올리지 못하는 상태로, 알 듯 말 듯하다 힌트를 주면 기억해낸다. 주로 뇌혈관이나 뇌세포의 노화 때문에 나타난다. 반면 치매는 아예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상태다.

장혜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약속을 하고 깜빡 잊는 건 건망증이지만, 약속한 사실 자체를 기억 못 하는 건 치매”라고 설명했다.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특별한 계기 없이 공격성, 무기력함 같은 정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이런 초기 증상을 간과하지 않는 게 치매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리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들

현재까지 나온 치료약은 주로 치매 초기나 전 단계(경도인지장애) 때 사용한다. 신약 ‘레켐비’도 이 시기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을 제거해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뿐 기억력 자체를 좋아지게 하는 건 아니다. 예방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치매 예방을 위해 ‘핑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약 복용 없이 △뇌를 자극하는 인지학습 △혈압‧콜레스테롤 등 혈관 관리 △규칙적인 운동 △뇌 건강에 좋은 음식 섭취 △사회적 교류 확대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핀란드에서 치매 고위험군 1,260명을 대상으로 이를 적용한 결과, 인지능력은 25% 개선됐고 만성질환 위험은 60% 감소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린 생애주기별 치매 위험 요인 14가지도 비슷하다. 그중 중년기에 관리할 수 있는 요인은 10가지다. 가령 청력 손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문제를 해소하면 치매 위험을 각각 7% 낮출 수 있다. 우울증이 없으면 3%, 당뇨병‧흡연‧고혈압이 없으면 각각 2%, 비만과 과도한 음주가 없으면 각각 1%씩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 노년기엔 사회적 고립(5%), 대기오염(3%), 시력 손실(2%) 문제를 해결하는 게 치매 위험을 낮춘다.

“부모님께 악기·외국어 배우기 권해 보세요”

치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인지예비능’이 중요하다. 뇌가 손상이나 노화에도 불구하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에서 생활 환경이 유사한 수녀들을 대상으로 치매 발병 요인을 관찰한 연구에선 뇌세포 간 연결을 활성화하는 인지예비능이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묵 교수는 “100세까지 강의를 했던 수녀(101세에 사망)의 뇌를 봤더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많이 축적돼 신경세포가 크게 손상 입었지만, 남아 있는 정상 신경세포끼리 더 많은 가지를 뻗어 서로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 네트워크 덕에 뇌에 신경독성물질이 쌓여도 인지기능 저하 없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지예비능을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독서와 악기‧언어 같은 새로운 기술 배우기 △유산소‧근력 운동 △채소‧생선‧견과류 위주의 식단 △사회활동 참여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과 계속 교류하고 몰랐던 것을 배우면서 뇌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게 핵심이다.

묵 교수는 “운동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리신)은 신경세포 생성에 영향을 주고, 장내 세균이 만드는 대사물질이 뇌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유익균이 좋아하는 섬유질 위주의 식단을 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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