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강아지도 입학시험 본다… “스카이개슬”

'맛있개?' [연합뉴스]

강아지 유치원, “앉아” · “기다려” 등 통과해야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획득 시 합격.”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아이들로만 구성합니다.”

입시학원이 아니다. ‘강아지 유치원’들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다.

반려견을 혼자 둘 수 없을 때 찾는 애견 유치원에 ‘입학 시험’이 횡행하고 있다. 원만한 사회성, 정서적 안정성을 입증하는 것이 유치원 입학 자격이 됐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배우 채정안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반려견 유치원도 시험을 본다”며 “켄넬(반려견 이동가방) 안에 들어가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훈련사를 불러 과외를 시켰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입시 전쟁을 다룬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본뜬 ‘스카이개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공격성·분리불안 증상 강아지는 입학 거절

유치원별로 입학시험 ‘과목’은 다양하다.

공격성 및 분리불안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는 기본. 일부는 ‘앉아’, ‘기다려’ 등 기초적인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반려견 유치원의 입학시험은 총 4개 분야, 1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기본 행동을 확인하는 6개 문항, 다른 반려견들과의 사회성을 확인하는 1개 문항,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1개 문항, 충동 조절 능력을 측정하는 1개 문항 등이다.

앉기, 엎드리기, 눈 마주치기, 켄넬 들어가기 등 기본적인 훈련뿐 아니라 간식을 놓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 다른 강아지와 무리 없이 섞일 수 있는 사회성 등을 요구한다. 만점은 100점이며, 6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입학이 불가능하다.

경기 김포에 위치한 또 다른 반려견 유치원도 등원 테스트로 총 6가지 항목을 확인하고 있었다. 공간, 다른 강아지, 트레이너에 대한 적응도 등이었다.

스레드 이용자 ‘chi’은 “멍문(‘명문’과 ‘멍멍’을 합친 말) 유치원이라니 세상에. 강아지도 유치원 가는 세상”이라고 남겼고, 또 다른 이용자 ‘wit*’은 “‘스카이개슬’ 몰라? 우리 아기도 합격했어”라고 답글을 달았다.

“안전조치”·”반려견,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 반영”

반려견 유치원 입학시험이 너무 어려워 탈락했다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후기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한 SNS에 글을 쓴 누리꾼은 “우리 강아지는 ‘간식 기다려’를 2초 해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고, (다른 집의) 웰시코기는 10초 해서 합격했다”며 “시츄가 다음 타자였는데 그 시츄는 말귀 못 알아들어서 탈락했다”고 남겼다. 그러면서 “시츄 (주인) 아주머니가 ‘스카이개슬’이라고 하더라. 어이없고 웃기다”고 덧붙였다.

반려견 유치원이 입학 테스트를 요구하는 것은 최근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설 내 안전사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대전에서는 한 애견 미용·호텔 업체에 생후 2년 된 반려견 ‘보스’를 맡겼다가 다른 개로부터 눈 부위를 물려 실명 위기를 겪은 견주의 사연이 알려진 바 있다.

2023년 7월 가수 장필순은 제주도의 한 애견 호텔에 반려견 ‘까뮈’를 맡겼다가 10시간 만에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숨졌다고 밝혔고, 2021년에는 몰티즈 ‘쿤자’가 애견 유치원에 맡겨졌다가 대형견에 물려 뇌 손상을 겪은 사연이 공개되기도 했다.

한 반려견 유치원 관계자는 28일 “반려견들이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준을 세운 것”이라며 “입학시험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에 어떻게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반려견의 성향과 사회성에 필요한 어떤 시그널을 알고 있는지 등을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5월 서울시와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간 반려견 유치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3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한 달 평균 지불한 금액은 25만4천80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평균 부담금(약 22만6천491원)보다도 높은 액수다.

정광일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원장은 “반려견의 소통, 교감 능력을 중시하는 보호자들이 늘어났고, 반려견 유치원도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을 넘어 펫 아로마, 마사지, 어질리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며 “반려 문화가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면서, 단지 복종을 잘하는 강아지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돼있는 동시에 일정 수준 집중력을 가진 강아지로 키우려는 보호자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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